카데바 - 삶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꿈은 실존하는 또 다른 세계를 엿보는 경험.

삶, 죽음, 그리고 꿈을 관통하는 열 가지 기묘한 이야기 "

한동안 계속 꿨던 꿈이 있다. 항상 어떤 대학교가 배경인데 수강 신청을 못해서 미로같은 건물을 헤매고 있다거나, 수강 신청은 했는데 나의 게으름 때문에 한 학기 수업을 몽땅 빼먹었다거나 하는 종류였다. 조금씩 꿈의 내용은 달랐지만 어쨌든 대학교에 속한 것은 여전했고 최근에 꾼 꿈에서는 마치 현실처럼 내가 나 스스로에게 ' 왜 아직까지도 대학을 다니고 있는 것이냐? ' 하면서 혀를 끌끌 차곤 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꿈을 꿀 땐 정말 너무 리얼해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악몽 ( 수십년째 같은 대학교를 다닌다니 악몽이지요 ㅋㅋ ) 에서 깨면 평범한 일상이 있다는게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한국 공포 문학을 이끌어가는 신예 주자인 이스안 작가의 신작 [ 카데바 ] 는 이렇게 경계가 흐릿한 현실과 꿈이라는 것을 주제로 여러 편의 단편을 선보이고 있다. 기묘하지만 아름답고도 슬픈 감정이 깃든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첫번째 작품 [ 버릇 ] 주인공 소녀는 자꾸 구석에 쓰레기들을 뭉쳐놓는 버릇이 있다. 먹이를 제때 주지 않아서 굶어죽은 햄스터 시체나 생리혈이 묻은 생리대까지 똘똘 뭉쳐서 서랍이나 여러 구석구석에 쑤셔놓는 이상한 버릇의 그녀. 그러던 어느날 아빠와 엄마가 부부싸움을 하게 되고 엄마가 가출하게 되는데...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바라지 않았던 반전과 결말... 우리는 DNA 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세번째 작품 [ 악몽 그리고 악몽 ] 미대에서 강사로 일하는 주인공은 밤마다 각양각색의 악몽을 꾼다. 좀비떼가 쳐들어와서 자신의 몸을 물어뜯기도 하고,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푸는 것이 불가능한 시험지 앞에서 절망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심지어는 꿈 속의 병원에서 의사에게 췌장암 말기라 곧 죽을 것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 남자, 도대체 이 남자가 밤새도록 악몽에 시달려야 하는 이유는 뭘까?

악몽이 현실보다 낫다면 ... 그렇다면 그 현실은 바로 지옥?

다섯번 째 작품 [ 카데바 ] 태어날 때부터 어둡고 음침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접근을 피하는 주인공. 친구가 없어서인지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조건이 자연스레 마련된다. 우수한 성적으로 의대에 입학한 뒤에 시체

( 카데바 ) 해부 실습을 하게 되는 주인공. 그러던 어느날, 한 카데바에게 형용할 수 없는 슬픔과 이상한 끌림을 느낀 후, 계속 그녀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하는 주인공...

▶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살아갈까?

이스안 작가의 작품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실 말고도 다른 세계가 있음을 넌지시 들려준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어둠과 음침함 그리고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말로 꺼내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호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독특한 사람들로 구분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기 마련.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죽음이 있고 죽음의 공포가 있기에 우리는 하루 하루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듯 하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깨닫지 못했던 죽음이 슬그머니 옆자리에 와서 차가운 손으로 내 볼을 만지는 듯한 단편소설집 [ 카데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