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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느리의 하루 - 사회 초년생이 세상을 살아내는 법
오느리 지음 / 경향BP / 2021년 8월
평점 :
" 그대,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아무렇지도 않았나요? "
한때 꽤나 인기를 끌었던 미쿡 교포 오빠 가수 이현우의 노래 속 가사이다. 매일 코로나 확진자 소식에 귀를 쫑긋 기울이게 되고 남편의 회사가 불안한 것 같은 낌새에 가슴이 벌렁거리는 이때, 평범한 노래 가사 두 줄에도 위안을 얻게 된다.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아본 아줌마인 나도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버겁기만 한데, 갓 사회에 진출한 햇병아리가 느끼는 삶의 무게는 과연 어떨까?
[ 오느리의 하루 ] 는 사회 초년생 오느리가 본인의 회사 생활과 인간 관계를 때론 웃프게, 때론 진지하게 표현한 웹툰과 다른 이의 사연을 듣고 함께 공감해 주는 웹툰들로 이루어져 있다. 멋지게 꾸미지 못한 채, 빨간 후드티에 백팩을 야무지게 매고 있는 오느리는, 힘들지만 열심히 자기 몫을 해내고 있는 모든 초년생을 대표하는 캐릭터일 지도 모르겠다. 어딘가 서투르고 또 어딘가 불안 불안 하지만 하루 하루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 오느리 " 의 진지한 하루 속으로 들어가 본다.
흔히들 일이 힘든게 아니라 인간 관계가 힘들어서 직장 생활을 못 하겠다고 한다. 1장 [ 폭풍 같은 세상에서 나를 지켜내야 할 때가 있다 ] 에는 소위 태움 ( 간호사들이이 누군가를 왕따시키고 괴롭히는 것 ) 이라는 잘못된 관행으로 신입을 훈련시키는 내용이 있다. 여러 명이 모여서 자기를 험담하고 비웃던 나날들을 꾹꾹 참기만 하던 주인공은 공황 장애라는 몹쓸 병에 걸리게 된다. 그 순간 그녀는 다짐한다. 듣고만 있지 않겠다고! 할 말은 하겠다고! 이렇게 맞받아치는 순간 그녀는 자유를 찾았고 우리의 오느리도 이렇게 덧붙인다.
" 꼭 기억하세요. 본인을 망가뜨려가면서까지 꼭 해야 할 직업은 세상에 없습니다 "
예전에 고된 학원일로 인해서 ( 당시 고등부 팀장을 맡고 있었는데 일의 양도 그렇고 인간 관계도 그렇고 힘들었다 ) 한번 쓰러졌던 나. 병원에 가보니 위와 식도가 거의 망가졌고 이러저러한 질병이 겹쳐서 결국 수술을 해야 했다. 당시엔 건강 하나는 자신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물불 가리지 않고 일을 했는데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 자신에게 당장 일을 때려치고 나오라고 얘기하고 싶다.
3장 [ 사연툰 모음 : 그래도 인생엔 포근한 순간도 있다 ] 에는 오느리 웹툰 독자들의 사연들이 웹툰으로 그려져서 소개 되고 있다. 첫번째 사연에는 해외에서 일하느라 암으로 투병하는 아버지 곁에 머물지 못했던 딸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나중엔 후두암으로 성대를 제거하는 바람에 말을 하지 못했던 아버지는, 혹시나 딸의 생일이 지나진 않았을지 노심초사했고,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오직 딸 걱정만 했던 바보 아빠 때문에 결국 딸은 귀국을 결심하게 된다. 비록 일을 그만두게 되어서 백수가 되었지만 아빠 곁에 있어서 행복하다는 구독자의 사연을 읽다보니 정말 울컥했다.
웹툰 [ 오느리의 하루 ] 는 갓 사회 생활을 시작한 신입에게 오느리가 해주고 싶은 말에서부터, 본인이 겪었던 흑역사를 웃프게 표현하는 것, 그리고 오느리의 하루를 구독하는 사람들의 감동적이면서도 슬픈 사연들이 오느리만의 특유의 감성으로 그려져있다.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그동안 힘들었던 나에게 스스로 위로를 해주고 싶기도 하고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힘내라고 기운을 북돋아주고 싶다. 정말 따끈따끈하다고 표현해 주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감동적인 웹툰 [ 오느리의 하루 ]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