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 라는 책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소설이다. 매우 시적이고 아름다우며 가슴을 울리는 이 이야기는 특히 결말이 매우 환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든 소설이었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물론 시간 여행에 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일종의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시간 여행 중 전쟁을 치르고 있는 두 존재의 움직임을 따르고 있다. 이들은 소설에서 " 그녀들 " 로 묘사되고 있지만 사실 인간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들의 이름은 " 레드 " 와 " 블루 ". 이들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일종의 시간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 시간 전쟁이라는 게임에서 서로를 이기려는 전략으로 서로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의 목적은 서로를 염탐하고 도발하기 위한 것.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그들은 처음에는 증오만을 품고 있었으나 편지가 오고가는 와중에 증오는 어느덧 사랑으로 변하게 된다.
[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 는 탄탄한 플롯 중심의 이야기는 아니다. 서간체로 이루어져 있고 인물 중심인 탓에 어쩌면 지루해할 독자들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 매우 시적이고 아름다운 글솜씨에 반해서 책을 계속 읽어내려갔다는 점도 말하고 싶다. 그리고 한번도 서로를 직접 만나지 못한, 그리고 적으로 시작된 만남이 이렇게 강렬한 그리고 간절한 사랑으로 변했다는 것도 이 책이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평소에 보아왔던 디스토피아물과는 정말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폐허가 된 미래만을 다루는게 아니라 시간 여행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스파이들이라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가감없이 펼쳐진다.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인 레드와 블루의 활약을 구체적으로 사실감있게 묘사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들은 시간 여행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스파이로써, 시간이라는 실타래의 층층을 오고 가며 전쟁을 벌이고 적들을 해치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섬, 아틀란티스 제국이 등장하기도 하고 인어 이야기 혹은 고조 황제 등등 아주 먼 옛날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마치 판타지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 소설의 장르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공상과학소설같기도 하고 판타지 혹은 그냥 로맨스물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끔은 작가가 지나치게 문장을 아름답게 쓰느라 정작 스토리의 구성을 소홀히 한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 명확한 줄거리가 아쉬움 ) 하지만 확실히 시적인 산문이랄까? 비유와 상징으로 점철된, 그리고 강렬함이 돋보이는 필력이 대단하다고 본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글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레드와 블루가 가진 독특함도 독자들을 이 소설로 끌어당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번에 다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소설이기는 하다. 몇 번 읽어보고 작가가 비유와 상징등으로 감춰놓은 의미를 찾아내보고 싶은 도전적인 소설이다. 좀 어려웠지만 매우 독창적이었고 재미있었던 소설 [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