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리바의 집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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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집에 발을 들인 순간, 원래의 당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

집의 소유주는 누구인가? 인간인가 초자연적인 존재인가? 가끔은 인간이 아닌 존재가 집을 소유할 수도 있다고 저자 사와무라 이치가 말하는 듯 하다. 집에서는 아니지만 나도 초자연적 현상을 겪은 적이 있다. 언젠가 뜨겁게 태양이 내리쬐던 여름, 해수욕장을 다녀오는 길에, 꼬불꼬불 산길을 운전하던 후배가 갑자기 급정거하더니, 조수석에 앉아있던 나에게 이랬다. " 언니, 방금 누가 제 옆에서 깔깔거리며 웃었어요."

밖에서도 무서운 이런 경험을, 편안해야 할 집에서 겪는다고 생각해보자. 정말 무섭고 공포스러울 것 같다. 이 [ 시시리바의 집 ] 은 도저히 합리적으로 설명이 불가한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고 있는데, 집을 차지하고 있는 어떤 괴이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두 명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남편의 전근으로 인해 도쿄에서 살게 된 사사쿠라 가호. 그녀는 아는 이 한명 없는 대도시에서의 삶에 힘들어한다.

그러던 어느날, 어릴 적 친구였던 히라이와 도시를 만나게 되는 가호. 그런데 그의 초대를 받고 찾아간 도시의 집에서 기분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모래.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모래와 집의 구석구석에 쌓여있는 모래. 먹고 있는 밥에도 모래가 스며들어서 서걱서걱 거리는데 이상하게도 이 집 식구들인 히라이와 부부와 할머니 도시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 보인다.


한편, 남자 주인공 "나" 는 초등학교 시절 친구였던 하시구치네 가족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진 후 유령 저택처럼 되어버린 하시구치네 집 ( 그러니까 지금 도시의 집) 에 친구들과 ( 초등학교 시절 ) 놀러갔다가 이상한 경험을 한 후 ( 모래 폭풍을 겪고 두 눈이 빛나는 존재를 만남 ) 머리 속이 이상하게 꼬여버린다. 한마디로 사람이 망가져버린다. 사회 생활도 못 하고 사람들도 만나지 못하고 집에만 틀어박히게 된 "나". 그러나 주인공만 그런게 아니라 유령 저택에 갔던 친구들 모두 학교를 그만 두거나 사고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 등 비극을 겪는다. 그런데 같이 갔던 " 히가 " 라는 여학생만 다른 의미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 보기왕이 온다 ] 로 섬뜩한 공포감을 조성했던 작가 사와무라 이치는 이 책 [ 시시리바의 집 ] 을 통해서 조금씩 조여오는 공포를 잘 표현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 나도 모르게 스며드는 비정상 혹은 빙의 현상. 정상적인 사람도 환자나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이 무시무시한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도시의 집에 다녀온 후 심한 기침과 깨질 듯한 두통에 시달리는 가호. 병원에 가보니 목이 염증에 의해서 심하게 망가진 상태. 남편 유다이는 절대로 다시 가지 말라고 하지만 알고 보니 결혼 반지를 거기에 두고 온 것 같다. 한편, 집에 틀어박혀 있는 주인공 남자 "나" 에게 연락이 끊어졌던 친구 히가 고토코가 찾아온다. 유령 저택 방문 후 음침했던 그녀에게서 뭔가 힘을 느꼈었는데 알고 보니 그 후 유령이나 영가를 퇴치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는 히가. 그 집에 살고 있다는 " 시시리바" 라는 존재를 없애러 히가와 함께 가기로 한 주인공. 그들은 과연 이 괴이한 존재를 퇴치할 수 있을까?

공포물치고는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지는 [ 시시리바의 집 ]. 그러나 다 읽고 돌아서니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든다.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고 구석구석에 모래가 쌓이지 않았나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예전에는 그냥 지나갔던 현상 ( 갑자기 물건이 떨어진다던가) 도 갑자기 일어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한다. 우리 집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게 맞을까? 혹시나 우리 집에도 내가 모르는 괴이한 존재가 집을 차지한 채 내놓으라고 아우성대고 있는 건 아닐지.... 뭔가 불쾌하고 섬뜩하며 슬며시 내 집과 몸뚱아리 마저 차지할 듯한 존재에 대한 공포감을 너무나 잘 표현한 호러물 [ 시시리바의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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