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 고전문학, 회화, 신화로 만나는 리얼 지옥 가이드
김태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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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왜 지옥에 끌리는가 "

인류가 수천 년간 상상해온 온갖 지옥들

그림으로 만나는 세계 지옥 백과

내가 좋아하는 영화 [ 콘스탄틴 ] 에는 지옥에 몇 번이나 다녀오는 남자가 그려진다. 그는 세상에 악마가 접근하는 것을 막는 일을 하는 일종의 영매사? 혹은 구마사? 인데 하루는 자살한 영혼을 찾으러 지옥을 가게 된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지옥에는 바싹 마른 미이라 같은 시체들이 머리가 뻥 뚫린 채 거미 같은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먹어치운다. 오마이갓! 진짜 지옥이 그렇다면 제발 가지 않도록 착하게 살아야겠다.

우리가 죽어보지 않는 이상, 지옥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세상인지 우리가 알 겨를이 없다. 그러나 이 책 [ 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 을 쓴 저자 김태권은 우리가 익히 들어본 명화 속에 그려진 지옥과 악마를 통해서 우리가 그동안 그것들을 어떻게 상상해 왔는지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첫번째 : 악마는 미남일까? 추남일까?

피터르 브뤼헐이 1562년에 그린 [ 반역한 천사의 추락 ] 에서 천사는 잘생겼고 악마는 기괴한 모습이다. 벌레나 개구리 물고기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 악마들. 반면에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19세기 그림 [ 타락천사 ] 에서는 근육이 예쁘게 잡힌 꽃미남으로 그려진다. 헐... 악마가 아이돌같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면 악마는 미남일까? 추남일까? 시대마다 다르게 상상했다는게 정답이다.








두번째 : 악마는 지옥에서 무엇을 할까?

신의 힘에 한계가 없다고 쳤을 때 지옥은 '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라' 며 신이 악마에게 위임한 공간일 수 있다. 불교에서는 이런 궂은 일을 야차라는 존재가 맡는다고 한다. 천사에 가까운 야차는 신의 뜻을 받들어 생전에 못된 짓을 도맡아 한 죄인을 벌준다고 한다.








김태권 저자는 이런 지옥이나 악마에 대한 재미있는 궁금증 풀이와 더불어 명화에 얽힌 뒷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이해 주고 있다. 얼마전까지 한국에서 절찬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 에서는 불륜을 다루고 있는데 주인공 이태호가 억울하다는 듯 내지르는 대사가 한때 널리 회자되기도 했다. " 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니잖아 ." 글쎄? 잘못된 사랑에 빠진 건 죄가 된다고 하는데...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가 1814년도에 그린 그림에 등장하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는 시동생과 형수 사이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사랑이 없었지만 그들은 사랑에 빠졌고, 하루는 사랑 이야기를 둘이 읽다가 입을 맞추었는데, 그 순간 질투심을 이기지 못한 형 잔초코가 그 둘을 죽였다는 이야기가 그림으로 묘사된 것이다. 죽어서 지옥에 간 둘은 " 모든 빛이 침묵 " 하는 어두운 곳에서 " 잠시도 쉬지 않는 지옥의 태풍" 에 이리저리 휘몰리는 벌을 받는다고 하는데,,,음,, 벌이 무서워서라도 남의 남자에게는 눈도 돌리지 말아야할 듯 하다.







서울대학교에서 미학과 서양 고전 문학을 공부하고 본업이 만화와 일러스트를 그리는 것이라는 저자 김태권. 어쩐지 서양 고전 명화에 등장하는 지옥을 설명하는데 얼마나 유쾌하고 재치있던지, 죄인을 부글부글 끓는 탕에 데치고 죄인의 몸에 칼을 관통시킨다는 지옥이 무섭기보다는 흥미로운 장소로 느껴졌다.

예를 들어, 책 138쪽에 나오는, 뒤로 걷는 죄인들 얘기를 동네 뒷산에서 자주 목격되는 어르신들과 ( 뒤로 걸으시면서 박수 치시는 분들 ) 비교했을 땐 정말 빵 터졌다. 그러나 곧바로 빵 터진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드는 김태권 저자의 방대한 배경 지식을 보라.

" 뒤로 걷는 지옥이 있다. 벌 받는 사람들 목이 반대로 꺾여 있기 때문이다. (...) 그런데 그런 무서운 장소치고는 벌이 약해 보인다. 뒤로 걷는 어르신이라면 이른 아침 동네 약수터에서도 자주 만나지 않던가. 심지어 뒤로 손뼉도 치시는데 말이다. "

" 바로 예언가와 점쟁이, 인간에게 허락된 지식을 넘어서려던 사람들이다. ' 보아라, 너무 앞을 보려 했기 때문에 이제는 뒤를 바라보며 뒤로 걸어간단다.' 앞을 내다보던 사람을 뒤만 보게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 이 벌의 핵심이다 "

지식으로 중무장하였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고, 고전 명화가 등장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책 [ 살아 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 어쩔 수 없이 집콕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명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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