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날의 거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71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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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비엔나에서의 가을이었다. 유명한 배우 오이겐 비쇼프가 친구들을 자신의 저택에 초대하여 작은 음악회를 갖는다. 아내인 디나와 디나의 동생인 펠릭스, 친구인 고르스키 박사와 이 글의 화자인 요슈 남작 등은 함께 보여 각자 악기를 도맡아 클래식을 연주한다. 다소 늦게 도착한 엔지니어 졸그루프는 의도치않게 음악 연주를 방해하게 되고, 그러는 동안 친구들은 비쇼프에게 그가 연극에서 새롭게 맡은 역할인,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리처드 3세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를 원한다. 비쇼프는 짧은 공연을 준비하러 잠시 정원으로 나가는데, 그런데 그때 정원 쪽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리고,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친구들이 정원으로 달려가지만 비쇼프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수수께끼와 같은 죽음. 그는 자살한 것인가? 아니면 졸그루프가 믿는 것처럼 누군가에 의해 타살된 것인가? 마치 안개와 같은 정황 속에서 손님으로 방문했던, 이 소설의 화자인 요슈 남작이 살인자로 지목된다. 사실 그에게는 동기가 있었다. 4년 전 그는 비쇼프의 아내인 디나와 연인 사이였고 그녀를 미칠 듯이 사랑했다. 디나와 펠릭스는 오이겐 비쇼프의 죽음에 적어도 요슈 남작이 간접적으로나마 연루되었을 것이라 믿고 있지만, 졸그루프는 최근 발생한 석연치않은, 비쇼프의 죽음과 비슷한 형태의 자살 사건에 주목한다.

​4명의 남성 등장인물들이 때로는 개별적으로, 때로는 함께, 오이겐 비쇼프의 죽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 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미스터리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자료가 발견된다. 그것은 [ 심판의 날의 거장 ] 이라 불리는 16세기 한 이탈리아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자료인데, 이것은 1909년 비엔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묘하고도 괴이한 사건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 소설의 저자 페루츠는 아주 우아한 문제로 살인 사건이 일어난 상황과 각각의 등장인물들 그리고 사건의 예상치 못한 복선과 반전 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다소 옛날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기묘하고 괴이쩍은 이야기 덕분에 독자들은 일단 책을 드는 순간 빠져들어가는 몰입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굳이 어떤 장르라고 꼭 집어 표현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이것이 추리인가? 아니면 스릴러인가? 둘 다 아니라면 미스터리물? 그렇게 장르를 콕 집어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이 책의 강점이기도 하다. 정통 밀실 미스터리 같기도 하고 괴물이 등장하는 호러물 같기도 해서 책을 읽는 동안, 애드거 앨런 포우나 스티븐 킹이 쓴 작품이 생각나기도 했다.

플롯이나 이야기 전개도 좋지만 인상 깊었던 캐릭터가 있었는데, 바로 이 소설의 화자인 요슈 남작이다. 그는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책과 음악을 사랑하는, 매우 지적이고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이기도 하지만 그 부드러운 이미지 아래 잔혹한 면이 없지 않다. 시답잖은 이유로 결투를 벌여서 상대방을 죽음으로도 몰고 갈 수 있는? 그러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 대해서 한 가지를 더 말하자면, “ 가해자가 곧 수사관 ” 이라는 일종의 추리소설 법칙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즉, 다시 말하자면, 범죄를 저질렀을지 모르는 ( 혹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렇게 의심을 받는 ) 자가 직접 범죄를 수사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요슈 남작이 쓴 원고를 찾은 인물이 하는 말은, 이 소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미스터리나 판타지 소설로도 읽혀질 수 있다고. 이야기가 끝으로 향함에 따라,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어쩌면, 독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책이 이야기하는 듯 하다. 등장 인물들이 삶에서 마주해야 했던 공포, 그 공포에 대한 집착 속에 있을 수도 있고 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경험, 그 경험에 대한 그들의 죄책감 속에 있을 수도 있다고 하는 듯한 책이다.

매우 독특한 형식의 책이었다. 단순한 추리, 스릴러가 아니라 환상적인 요소도 들어있었다. 아직 레오 페루츠가 쓴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몽환적이면서도 동시에 호러적 요소가 가득한 영화를 많이 찍었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도 페루츠 작가의 팬이었다고 하니, 페루츠의 작품이 어떤 종류인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잠이 오지 않는 밤, 뭔가 소름끼치는 미스터리를 기대한다면, 이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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