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 2021년 한국 추리 문학상 대상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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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영웅들이 많다. 멀게는 영화 속 어벤저스부터 가까이는 아파트 안팎을 관리해 주시는 경비원 아저씨까지. 그러나 영웅의 역할은 뭐니 뭐니 해도 안타까운 입장에 처한 약자를 돕는 것 아니겠는가? 지구를 구하는 어벤저스도 멋있긴 하지만 석연치 않은 교통사고로 인해서 몸과 마음이 망가져버린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서 소매를 걷어붙인 영웅도 멋있을 것이다. 그런 영웅이 등장하는 책이 있는데, 제목은 [ 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이고 주인공인 그 영웅의 이름은 박병배, 혹은 이름의 이니셜을 딴 BBB, 즉 삼비 탐정이다.

사실 그는 현재 최가로 변호사를 도와서 도로 교통 전문 감정사로 일하고 있긴 하지만, 원래 그의 직업은 교사였다. 같은 교사 부부와의 모임 후, 교차로를 건너다가 신호를 무시한 채 달려온 차에 치여서 아내는 전신마비를 그리고 아들은 정신지체를 얻게 된다. 이에 절망한 아내는 스스로 세상을 등지게 되고 하루아침에 삶과 가정이 나락에 빠지게 된 박병배는 복수심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가 교도소에 갇히고 그때 그를 도와준 국선 변호사 최가로의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4편의 단편이 실린 이 연작 추리 소설에는, 왠지 낯이 익은 이야기가 한 편 실려있었다. 그 이야기의 제목은 바로 [ 외국인 아내 보험 살인 ]이다. 그런데 제목만 봐도 머리를 스쳐가는,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온 젊은 부인을 조수석에 태우고 졸음운전을 했다가 사고를 낸 한 남자 이야기. 우연의 일치인지 혹은 필연의 결과인지, 그의 아내는 그가 일으킨 교통사고에 의해 그 자리에서 사망을 했지만 운전자였던 그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채 살아남았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더욱더 중요한 것은 이 사고로 인해서 그가 타낼 보험금은 100억 원에 가깝다는 것.. 뭔가 지독한 음모의 냄새가 가득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 외국인 아내 보험 살인 ] 은 그때 그 사건을 바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였다.

안타까운 점은, 실제 사건과 마찬가지로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부족하다는 점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걸림돌이 된다. 그러나 교사로서, 물리 공학적 지식을 가진 박병배는 사건이 일어난 날의 날씨와 도로 상황 등을 파악해나가면서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 여기서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반전이 등장하는데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더 큰 반전이 등장한다. 혹시나 실제 사건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이야기가 대단히 흥미로울 것이라 장담한다.

이외에도 1부 [ 누나의 자살 ]이라는 편에서는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도로가에 있는 교량에서 뛰어내린 한 여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녀는 남자 친구와 펜션에 놀러 갔다가 이별을 한 후, 혼자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가드레일을 받는 사고를 냈고, 이상하게도 사고가 난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한 교량에서 추락을 했는데 다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경찰은 누나가 자살을 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지으려 한다. 그러나 과학과 논리적 지식으로 가득 찬 박병배의 눈에 비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타살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 책 [ 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 을 통해서 억울한 교통사고를 겪었거나 앞으로 겪게 될 사람이 많겠구나 생각을 했다. 어차피 차는 늘어나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므로. CCTV 나 블랙박스와 같은 첨단 기기가 잘 갖추어졌다는 데에서 안심을 했고 우리 현실에서 영웅 박병배와 같은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익에 눈멀기보다는 순수하게 피고인을 위해 노력하는 국선 변호사 최가로와 자신의 불행을 계기로 남을 돕는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 박병배, 이들 커플의 티키타카도 매우 재미있는 소설이다. 주로 놀리고 재미있어하는 쪽은 최가로 이지만 박병대는 그런 그녀의 모습마저도 좋아하고 믿고 신뢰하는 듯 보인다. 앞으로도 이들 팀의 활약이 정말 기대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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