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작품을 색깔이나 장소로 표현할 수 있다면, 김미리 작가의 단편집 [ 주말 여행 ] 은
어둡고 차가운 심해같고, 온통 붉은 화염과 핏빛으로 둘러싸인 어느 전쟁터 같다.
인간의 생명력과 온기는 찾아볼 수 없고, 죽음에 매혹된 사람들과 죽음 그 자체가 존재한다. 단편들 각각이 너무나 독특하고, 흥미로운 내용들로 이루어진 단편소설 [ 주말 여행 ] 이 책을 전반을 가로지르는 핵심어, 즉 키워드는 바로 ' 불과 피 그리고 절망과 죽음의 향연 " 일 듯 하다. 그 정도로 강렬한 어둠과 죽음의 미학을 뽐내는 작품이다.
[ 주말 여행 ] 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영화와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중에는 팀 버튼 감독의
[ 유령 신부 ] 가 있었고, 연쇄 살인마의 삶을 다룬 덱스터 시리즈도 있었다.
그녀의 전체 단편을 아우르는 감정은 공포와 호러이지만 그 속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로움과 슬픔, 사랑받고 싶어하는 애절함 등이 들어있다. 잔인하지만 왠지 모를 서글픔이 들어있는 그녀의 단편 하나하나를 살펴보자.
첫번째 단편, [ 주말 여행 ] 의 두 주인공 부부인 인택과 현주는, 인택이 대출금으로 주식을 하고 주식이 몽땅 휴지조각이 된 그날부터 각방 생활에 돌입한다. 우유부단하기 그지 없고 사고만 치고 다니는 남편 인택이 미워서 죽이고 싶은 아내 현주. 각방 생활에 돌입한지도 어언 3달째, 그러던 어느날, 인택은 아내에게 용서받기 위해서 그녀 몰래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 깊은 산골에 있는 펜션을 예약하는데....
* 행복하기 위해서 한 결혼이 파탄에 이르고, 비극적인 사건으로 탄생하는 것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목격해왔던가?
두번째 단편, [ 화염소녀 ] 의 주인공 소녀는 신체가 너무 약해서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는 아이다. 가족에게 관심이 없는 아버지는 집에 잘 없지만 그녀를 끔찍히 아끼는 어머니가 있어서 소녀는 답답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날 키우던 강아지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고 슬픔에 잠겨있던 소녀에게 어머니가 보여준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에 가깝다. 어머니는 강아지의 부패한 시체에 휘발유를 붓고는 활활 태워버리는데....
* 여러 단편 중 가장 특이했고 가장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준 작품인 듯 하다.
인간이라면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짧고 임팩트있게,
하지만 정말 강렬하게 보여준 작품인 듯 하다.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과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특히, 김미리 작가의 단편집 [ 주말 여행 ] 과 같은 책을 읽고 나면, 어떻게 저렇게 독특한 발상을 할 수 있을까?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그냥 괴기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겠거나.. 했는데, 이렇게 공포에 떨면서 소설을 읽어본게 정말 처음인 듯 하다. 물론 다들 잠을 청한 조용한 밤에 읽어서 일 수도 있겠으나 김미리 작가가 표현하는 세계는 공포의 본질, 불안감의 정수, 그 자체이다. 폐쇄공포증이 있거나 하여간 특정 종류의 포비아가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밤에 읽지 말고 낮에 읽을 것을 추천한다. 주말에 잘못 여행에 나섰다가는 큰 일을 당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작품 [ 주말 여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