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신앙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귀신이나 혼령의 존재를 믿어서인지 아님 내가 워낙
호러 장르를 좋아해서인지 모르겠는데 어쨌건 읽기 전부터 기대 만발이었던 책
역시! 괴담의 천국 일본에서 쓰여진 책 답게 읽는 동안 머리칼이 쭈뼛서고
소름이 확 끼치는 현상을 각 단편마다 느꼈다. 워낙 괴기스런 일이 많이 발생하는
일본이니만큼, 비록 괴담이지만 실제 일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 같은 느낌도
있어서 좋았다.
사실 나는 예전에 간접적으로 이 괴담집에 나와 있는 일화와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후배 중에 촉이 발달한 애가 있었는데 하루는 그 애와 해수욕장을 다녀오다가
늦은 저녁 꼬불꼬불한 산길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날따라 나는 머리가 너무 아프고 속이 울렁거려서 거의 기절하다시피
조수석이 누워 있었고 친구는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예고없이 친구가 브레이크를
밟더니 하는 말, " 언니, 방금 누가 내 귀에 대고 깔깔깔 웃었는데 너무 소름끼쳐..."
이 책의 구성을 간단히 말하자면, 괴담집의 출간을 의뢰받은 한 작가가 사카키라는 괴담
수집가를 통해서 수집된 괴담을 하나 하나씩 풀어놓는 형식이다. 즉, 다시 말하자면 주인공은 작가지만 각 단편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는 말,, 그런데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또 따로 있다!!
[ 얼룩 ]
주인공 쓰노다는 결혼을 하기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점쟁이에게 궁합을 보러 간다.
사구라자카의 이모님이라 불리는 그 점쟁이는 커플에게 ' 불행해진다 ' 라고 딱 잘라 말하고 남자 친구는 점쟁이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날뛴다.
그 일이 있은 후 성격이 변해버린 듯한 남자친구에게 결별선언을 한 쓰노다씨는
어느날, 남자 친구가 사구라자카에 있는 전신주를 들이받아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데...
* 죽은 이후에도 메세지를 보내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메세지를 보내오는 걸까? 그리고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단편이다.
[ 망언 ]
시오야 다카후미 씨는 사이타마현 교외에 집을 산다. 놀랍도록 다카후미 부부가 원하는 조건에 딱 들어맞는 집,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점이 딱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입방아 찧기를 좋아하는 듯 보이는 50대 이웃 여성 히사코! 그러던 어느날, 아내는 살벌한 눈길로 옆집 히사코가 다카후미의 바람 장면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고 말한다. 절대 그런 적이 없던 다카후미는 어이없는 옆집 여자를 추궁하기 위해서 그 집을 찾아가는데...
* 유독 촉이 강한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서 자꾸 뭔가 보이고 들리는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기가 참 귀찮고 성가시겠다는 느낌이 들겠다고 생각되게 만든 단편.
작가 해설에서 아시자와 요는 이렇게 말했다. " 책을 덮은 후 ' 아, 무서웠다 ' 하며 바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책을 덮어도 기억에 남아 독자의 일상에 스며드는 작품을 선사하고 싶었다 " 그의 의도가 이것이었다면 나라는 독자에게서는 확실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난 후 벽과 문에서 나는 소리와 서평을 쓰는 동안 뒷통수에서 어른거리는 어둠의 느낌이 예전 같지않다. 자꾸 뭔가가 나를 노리는 듯한 느낌.....
미스터리와 괴담이 만나서 독자에게 소름과 섬뜩함이라는 만족을 제공하는 책
[ 아니땐 굴뚝에 연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