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이 그랬어 트리플 1
박서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서련 작가를 알게 된 건 [ 마르타의 일 ] 이라는 장편 소설을 통해서다.

자살로 마무리될 뻔 한 여동생의 죽음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언니의 서늘한 옆모습을 그려내는데 복수를 결심한 한 여인의 분노가 뜨겁다기 보다는 차갑게 느껴졌는데 그 온도가 누군가의 몸과 뼈를 다 녹일 정도로 뜨겁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뿐 아니라, 자매 끼리의 경쟁 관계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애정 등등 여성들의 심리도 치밀하게 잘 묘사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내 인생 최고의 책들 중 하나는 [ 마르타의 일 ] 이다.

이 책 [ 호르몬이 그랬어 ] 는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이번에 기획한 [ 트리플 시리즈 ] 라고 한다. 3개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박서련 작가의 초기 작품 ( 습작도 있는 듯 ) 도 있는 듯 하다. 20대에 쓴 작품이라서 그런지, 뭔가 서투르고 어색하지만 파릇파릇한 젊은이의 감성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책을 읽고 있자니, 내가 20대에 겪었던 온갖 흑역사 (?) 와 헛발질이 떠올라서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돌아보니 그때의 사랑이 정말 순수 그 자체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3개의 작품 중 [ 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 ] 에는 대학 기숙사 시절 만난 친구 ' 예 ' 에 대한 이야기이다. 피부가 하얗고 항상 외로움을 타는 듯한 그녀는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한다.

나 지금 서울이야

자신의 외로움을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 떨어진 상태로 표현한 그녀.. ' 예 '

내 눈엔, 그녀가 한없이 투명한 한 점 구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찾아 다니는 구름.

[ 호르몬이 그랬어 ] 는 흔히들 그렇듯 연애에 실패한 20대 딸이, 자기 보란 듯이 당당하게 연애하는 엄마를 보고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표현한 소설이다. 근데 읽다보니 엄마의 연애 이야기보다

상대의 감정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주인공의 전 남자친구 모습에 기함을

했다는 결론. 나의 영혼에 잠들어 있던 욕쟁이 할머니가 나올 뻔 하기도 하고 또 나의 20대의 흑역사가 머리 속에 떠오르기도 하고.. 어쨌든 이 단편도 꿀잼이었다.

마지막으로 [ 총 ] 을 읽고는 참,,, 가슴에 묵직하게 슬픔이 밀려들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요즘 젊은 세대들.. 한 젊은 커플의 순수했지만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마치 단편 영화처럼 뇌리 속에 딱딱 하고 박히는.. 그런 소설이었다. 너무 아름답고 슬퍼서 읽고 나면 허둥거리게 되는 그런...

[ 총 ] 은 그런 소설이었다.

이 책 [ 호르몬이 그랬어 ] 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작가의 해설에 해당하는, ...... 라고 썼다, 도 너무 재미있었다. 문학공주로 불렸다는 과거의 일화나 트럭 운전수인 아버지의 문학적 상상력을 물려받은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읽어보니 박서련 작가를 작가로 만든 건 팔할은 DNA 이지만 한 20% 정도는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일화에 지분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알아가고 싶은 박서련 작가의 단편 소설집 [ 호르몬이 그랬어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