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 사는 네 여자
미우라 시온 지음, 이소담 옮김 / 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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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겐 외로움의 지옥 말고 함께 하는 맛과

따스함과 사건이 있다 ”

[ 그 집에 사는 네 여자 ] 의 표지에는 갓파, 벚꽃, 밥 그리고 괴한의 마스크가 차례로 그려져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각 그림들이 뜻하는 바를 알게된다. 특히 맨 왼쪽에 있는 개구리 같은 모습의 " 갓파 " 는 물 속에 산다고 전해 내려오는 일본의 요괴인데 그의 존재는 이 소설에서 매우 중요하다.

얼굴을 보는 순간 쿡쿡 웃게 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니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배경은 백오십평 가까이 되는 낡은 목조주택인 마키타가이고 주인공은 거기에 살고 있는 4명의 여성이다. 자수를 전문적으로 놓고 가르치는 주인공 사치, 그리고 그녀의 우아한 엄마 쓰루요 그리고 사치와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나이를 비롯, 소름끼치는 유사성 ( 나이와 특징없는 외모? ) 때문에 친해진 친구 유키노 그리고 유키노의 직장 동료인 다에미가 함께 살고 있다.

원래 유키노는 백합 빌라라는 이름도 옛날식인 정말 오래된 빌라에 살았지만 이웃에 살았던 할아버지가 욕조에서 돌아가시면서 일으킨 물홍수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 빌라를 나오게 되었고, 오갈데 없던 유키노를 사치가 선뜻 받아준다. 그리고 게으르고 여자친구에게서 돈을 뜯어낼 궁리를 하던 전 남자친구와 이별 후 쭉 그에게서 스토킹을 당하던 다에미를 유키노가 마키타가로 데리고 오면서 4명의 여성이 함께 살게 된 것이다.







이 소설은 처음에는 4명의 여성들의 캐릭터와 그들의 소소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자수 전문 선생님인 사치는 집에서 수업을 열고 잘 외출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고독사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소심한 여성이고, 사치의 엄마 쓰루요는 TV 시청과 백화점 방문을 낙으로 살아가며 사치에 대해 별로 간섭하지 않는 자유로운 엄마이고, 사치의 친구 유키노는 생각과 행동이 재빠르고 과감한 독설가이며, 다에미는 구제불능 로맨티스트라 능력없고 불쌍해보이는 남자에게 끌리는 악취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이 여성들 뿐 아니라 존재감이 대단한 캐릭터들이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우선 입주 고용인으로써 별채에 살면서 80평생 결혼도 안하고 사치와 쓰루요를 지켜주는 노인 야마다 이치로. 아버지의 얼굴을 모르는 사치는 그가 혹시 아버지가 아닐까? 의심해보지만 야마다씨에 대한 어머니의 관심은 거의 공기에 대한 관심이나 마찬가지이다.

" 야마다씨는 왜 결혼 안 했을까."

"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야다마 씨를 이 집에 들러붙은 지박령이나수호신이라고 생각해. 그냥 내버려두면 돼."

그 뿐 아니라 까마귀의 신과 같은 존재 젠푸쿠마루는 갑자기 소설에 등장하여 사치의 엄마 쓰루요와 아버지 간다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게 나름 재미가 쏠쏠한데, 치기어린 젊은 간다가 지적인 쓰루요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화염병을 던지는 장면을 보면 마치 흑백 로맨스 영화를 보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일본 설화 속에나 등장할 듯한 까마귀의 신이 인간의 러브스토리를 읊어준다는 사실이 대단히 일본스럽다고 할까? 고풍스럽다고 할까? 하여간 재미있었다.




개미같이 소소한 유머거리를 던져주던 이 소설은 막판에 " 갓파 " 미이라를 등장시키면서 그야말로 박장대소의 유머를 선사한다. 아버지의 가출 이후 40년 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방에 고이 모셔져있던 " 갓파 ". 일본 설화 속에 등장하는 그 미이라가 왜 그 방에 있었으며 굳이 유키노는 접근 금지의 아우라를 팍팍 풍기던 그 방을 왜 열어서 " 갓파 " 미이라를 끄집어내었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 소설의 빅 재미는 " 갓파 " 미이라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놓쳐선 안된다. 반드시 읽어봐야할 부분이다. 소설책 앞부분에선 잔잔하게 흘러가던 소설이 급전환을 하면서 큰 사건이 터지고 모든 비밀이 흘러나온다. 이 부분을 보면서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우리보다 일본이 더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 집에 사는 네 여자 ] 는 끈끈하지는 않지만 일종의 느슨한 연대감으로 뭉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부모님처럼 결혼이나 미래를 걱정하지는 않지만 물난리가 났을 때 방을 빌려주고 스토킹을 당할 때 경찰서에 함께 가주는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고독사하지 않을까 걱정할 때 옆에 와서 맥주를 함께 나누며 시시덕거릴 수 있는 친구, 그리고 연애에 소심한 친구를 위해 전시회 티켓을 쿡 찔러주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다른 엄마처럼 챙겨주고 잔소리하진 않지만 딸의 존재를 보석처럼 여기는 어머니를 둔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책에 말미에는 주인공 사치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또 한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따뜻하고 웃음이 넘쳐나는 이 책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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