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어 필 무렵 - 드라마 속 언어생활
명로진 지음 / 참새책방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평소 드라마보다는 시사나 다큐 프로를 즐겨보는 나. 그동안 드라마가 가진 힘을 잘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 [ 동백어 필 무렵 ] 을 읽고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인기있는 드라마는 특유의 에너지와 힘을 내뿜고 있었던 것. 물론 명배우들의 연기와 노련한 연출자의 연출능력이 훌륭한 드라마를 만들기도 하지만 거기에 연기자들이 읽는 대본 속 언어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도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배우가 내뱉는 대사 한줄 한줄에 시청자들은 웃고 울었던 것이다.

책의 저자 명로진씨는 원래 배우였지만 어떤 계기로 전업 작가로 삶의 방향을 바꾸신 분이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신 것 같다. 책 속에 드라마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그야말로 한가득 묻어나온다. 이 책 속에는 한때 한국 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외국에 수출되어 한류 열풍까지 일으킨 여러 드라마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여러 드라마들 속에 등장했던 주옥같은 대사들을 소개하고 그것들을 통해 시청자들이 느꼈던 감동의 썰물을 다시 일으킨다.

" 가격표에 내 손 잡는 값은 없다 " 

[ 건물주 규태가 동백이 손목을 잡으며 성희롱하는 상황에서 동백이 대사 ]

" 너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고 소나기 피하는 법을 알게 됐다 " 

[ 전남편이 일상을 방해할때 대꾸하는 동백이 대사 ]

" 이 사람이 나를 고개 들게 하니 내가 뭐라도 된 것 같다 " 

[ 사랑을 끊임없이 퍼주는 용식이에게 하는 대사 ]


사실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주인공 동백이의 대사를 통해 언어의 힘과 아름다움을 다시 느낀다. 어떤 드라마들은 ( 00캐슬 같은 ) 우리들이 살고 있는 부조리한 세상을 고발하는 역할을 하지만 다른 드라마들은 힘든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힐링의 순간을 안겨주기도 한다. 미혼모 동백이의 단단한 발딛음과 건전한 세계관을 보며 시청자들은 삶에 대한 희망을 다시 한번 품지 않았을까?


" 궁 밖에 나가보니 모르는 병이 너무 많았습니다.

비록 내 힘은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는 백성들에게 가고 싶습니다 "

[ 가난한 백성을 돌보려고 결심하는 대장금의 대사 ]

“ 한쪽에선 가던 길도 멈추고 왔던 길을 돌아가 병자를 보살피는데

바로 내 자식이 병자를 뒷전에 밀어놓고 한양 갈 길만 재촉해?

그것이 이 애비의 훈도에 대한 네 놈의 대답이냐.”

[ 병자들을 외면한 아들 유도지에게 내린 명의 유의태의 불호령 ]

다른 드라마들도 물론 좋지만,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드라마를 꼽아보라면 단연 [ 대장금 ] 과 [ 허준 ] 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궁에 들어와 왕따를 당하고 모함을 당하면서도 오직 실력과 끈기로 최고의 여의 자리에 오르지만 나중에는 궁을 나와 가난한 백성의 병을 돌보며 살아가는 길을 택하는 대장금, 그리고 진정한 명의를 다룬 드라마 [ 허준 ]. 허준은 한양으로 내의원을 뽑는 시험을 보러 가는 길에 중병으로 신음하는 마을 사람들을 돌보다가 과거 시험을 놓친다. 반면 명의 유의태의 아들 유도지는 병자들을 외면하고 무사히 의원 시험을 치고 합격한 채 금의환향하지만 그의 아버지인 명의 유의태는 그에게 불호령을 내린다.


드라마는 다른 예능프로와 마찬가지로 즐기기 위한 것이 맞기는 하다.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면 될일. 교훈을 주거나 가르치는 것 까지 바랄 수는 없다. 하지만 바쁜 현실 속에, 자본주의가 판치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인간성을 혹시나 잃어간다면, 드라마라는 수단을 통해서 인간됨을 진하게 느끼고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위에 다룬 몇몇 드라마들은 정말 " 옳다 " 라고 느껴진다.

참 알차고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잘 몰랐던 " 드라마 " 의 진가를 비로소 재발견한 느낌이다. 고작 드라마가 아니었던 것이다. 드라마가 이렇게 우리의 삶에 깊고 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책을 읽으면서 바른 언어 생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고 올바른 드라마가 그 언어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깨달았다. 또 좋았던 것은 배우의 재발견이기도 하다. 공효진 배우에 대해서 별로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의 삶과 가치관 등등이 매우 궁금해졌다. 카멜레온처럼 여러가지 색깔의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드라마들은 단연 훌륭하다.... 그 훌륭함을 보여주는 책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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