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상1 - 시간을 넘어온 손님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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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

평범한 현대인이면 바쁜 현실 속에서 잊게 될 이 질문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필시 자기 스스로에게 혹은 누군가를 붙들고라도 물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 현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뒤 듣도 보도 못한 낯선 나라 [ 경국 ] 에 불시착한 주인공. 근육 무력증을 앓아서 현실에서는 누워만 있던 주인공은 미래에서 온 오래된 나라 [ 경국 ] 에서 그야말로 스펙타클한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게 된다. 그가 이쪽으로 오게 된 사연은 책의 뒷부분에나 나오는 모양인지, 1편에서는 출생의 비밀을 가진 한 인간이 영웅이 되기 전, 온갖 위험과 음모를 피해 살아남기까지 고군분투하는 여정이 담겨있다.

어른의 생각과 경험을 그대로 가진 채 ( 죽었다 깨어나보니 다른 이의 몸을 가지고 있었음 ) 태어난 판시엔. 경국의 황실에서 호부시랑 ( 호적 및 재정 담당 ) 을 맡고 있는 스난 백작 판지엔의 아들이자 누군가의 공격에 의해 이미 하늘나라로 가버린 예칭메이라는 어머니 ( 정식 부인이 아님, 그래서인지 늘 사생아라는 신분이 판시엔의 장애물이다 )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한번 더 주어진 삶에 감사하기도 전에,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적의 무리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신변을 동서남북으로 보호하는 든든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 중 한 명이 판시엔의 어머니를 경호하던 눈 먼 검객 우쥬, 그는 귀신같은 무술 실력으로 적들을 쓰러뜨린다. 또 다른 한 명은 황실에서는 늙은 개로 불리지만 뛰어난 지략을 가진 감사원 ( 보안을 담당하는 곳 ) 원장 쳔핑핑이다. 그들 덕분에 목숨을 구하게 된 아기 판시엔은 위험한 징두

( 경국의 수도이자 황실이 있는 곳 ) 를 벗어나 할머니가 계시는 딴저우라는 곳에 가서 길러진다.


다시 태어난 이후 그의 성격은 많이 변했다

이미 한 번 죽어보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번 생에서의 두 번째 삶이 너무 소중한 나머지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취해본 자만이 감정의 깊이를 알 수 있고, 죽어본 자 만이 생명의 무거움을 알 수 있다.

이건 아주 간단한 논리였다.

이것이 바로 대륙의 스케일인가? 라고 느낄만큼 [ 경여년 : 미래의 신세계 ] 는 돈과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암투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거기에 탄생의 비밀까지 더해지니 이런 꿀잼 소설이 따로 없는 듯. 어른의 기억과 경험을 타고 태어났기에 어린 나이에도 성숙하고 영민하기 그지 없는 주인공 판시엔, 높은 지능 뿐 아니라 눈 먼 경호원인 우쥬 삼촌의 훈련 덕분에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무공을 철저히 닦을 수 있게 된다. 거기에 더해서 황실 감사원에서 파견된 독극물 전문가인 페이지에라는 사람으로부터 독극물 사용법과 스스로의 몸을 지키고 치유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끊임없이 판시엔의 목숨을 노리기에....

그러나, 이 책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버지의 분부로 인해서 판시엔이 징두로 올라온 때부터 시작되는 듯 하다. 열 여섯이 된 판시엔은 린완알이라는 주요 인물과의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다. 판시엔의 어머니였던 예칭메이는 원래 황실의 내고 ( 황실의 장사 ) 를 맡아서 나라의 장사와 산업을 쥐락펴락하던 인물. 그러나 누군가의 모략에 의해서 그녀는 살해당했고 현재 내고의 열쇠는 황제의 누이인 장공주가 틀어쥐고 있는 상태이다. 그녀는 재상 린풔푸와의 사이에서 ( 이쪽도 결혼 안함 ) 린완알이라는 딸을 두고 있는데 판시엔의 아버지 판지엔은 린완알과 판시엔을 혼인시켜서 황실 내고의 열쇠를 다시 틀어쥐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황실의 돈과 권력을 노리는 각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얽히고 설키어 있어서 판시엔이 무사히 혼인에 도달할지는 두고 볼 일.

그런데 판시엔은 혼인 이외에도 징두에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가 남긴 상자를 열어줄 열쇠를 찾는 일. 어머니 예칭메이는 죽기전 우쥬를 통해 판시엔에게 상자 하나를 남겼다. 성인의 팔 모양처럼 생긴 가늘고 긴 상자, 뽀얗게 먼지가 쌓인 그 상자에는 황동 자물쇠가 달려있었는데 우쥬 삼촌의 말에 따르면, 어떤 사람들에게 아기 판시엔은 이미 죽었다는 증표로 열쇠를 징두에 남기고 왔었어야 했다는 것. 과연 그 열쇠는 지금 어디에 있고 판시엔은 그 열쇠를 찾아 상자를 열 수 있을까? 이 책의 핵심을 통과하는 질문인 판시엔의 어머니 예칭메이는 어떤 사람이었고 그녀는 왜 죽었어야만 했는지를 풀어주는 열쇠를 찾을 수 있을지, 소설을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 삼국지가 매트릭스를 서유기가 반지의 제왕 ”을 만났다는 문구처럼 이 책은 무협지가 SF 소설을 그리고 정통 중국 대하 드라마가 판타지 영화를 만났다는 느낌이 들게 해주었다. 무협지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꼬마 판시엔은 어릴 때부터 몸에서 치명적인 공격타가 될 수 있는 진기를 발생시킬 줄 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적의 공격에 끊임없이 시달리지만 ( 독살의 위험, 낯선 검객의 출현 ) 그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빠져나오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권력의 바깥에 있지만 언젠가는 그가 권력의 중심이 되어 경국이라는 나라를 호령할 것이라는 힌트도 소설의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선과 악의 대립, 복잡하기 그지 없는 황실의 관계 구도, 과연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 걸까?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잔인한 짓도 서슴치 않는 비정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 법. 태후에서 황제로 그리고 황제에서 태자와 황자들로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판시엔은 정녕 누구를 믿어야 하고 누구에게 의지해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한때 천하를 호령하였다는 어머니 예칭메이는 누가 왜 해쳤단 말인가? 그녀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 판시엔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 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는 앞으로 상, 중, 하로 발간될 예정인데 각각 2권씩 있어서 총 6권으로 구성될 예정인 듯 하다. 벌써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항상 죽음에 노출된 채 하루하루를 살아야했던 고독한 꼬마 판시엔. 그러나 이젠 어느 정도 장성하여 사랑과 부 그리고 권력을 눈 앞에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움켜쥐기 위해서는 어떤 가시밭길을 걸어가야할 지... 두고 봐야할 일이다. 슬기롭고 용맹한 판시엔이 잘 헤쳐나가기만을 기대할 뿐. 중국에서 드라마화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책이다. 소설에서도 작가의 천재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 하다. 페이지를 넘기기전에 이미 넘어가 있는 듯 재미있는 소설 [ 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스릴 넘치고 다이나믹한 무협지 + 판타지 소설을 기대하는 분들께 추천하는 바이다.

* 출판사의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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