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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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지금까지 쓴 희곡작품 중에서 2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 등장인물에는 아나톨 피숑 : 피고인, 카롤린: 피고인 측 변호사, 베르트랑: 검사, 가브리엘: 재판장 등등이 있어요. 『심판』은 폐암 수술 중 사망한 아나톨 피숑이 천국에 도착해 천상법정에서 다음 여정을 위한 심판을 받는 내용입니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영화 <신과 함께>를 떠올렸어요.

재판장인 가브리엘, 피고인의 수호천사였던 변호인 카롤린, 그리고 검사 베르트랑이 그의 지나온 생을 조목조목 평가해 그의 환생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 삶이란 건 나란히 놓인 숫자 두 개로 요약되는 게 아닐까요. 입구와 출구. 그 사이를 우리가 채우는 거죠.”

우리는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두 개의 지위를 가지게 됩니다. 태어나면서 받게되는 귀속 지위, 그리고 살아가면서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성취 지위가 바로 그것입니다.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DNA 나 가정형편 등등은 바꿀 수 없는 현실이겠지만 현실과 이상의 격차를 메꾸는 것은 우리가 해야할 의무이자 권리가 아닐까요? 갑작스럽게 천국에 가게된 아나톨 피숑은 자신이 바꿀 수 있는 현실을 등한시했다는 것에 대해서 죄의 경중을 가리게 됩니다.


“베르트랑 피숑 씨에게 지난 삶의 소회를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죠.

인용하겠습니다.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아내에게 충실했고, 좋은 가장, 좋은 가톨릭 신자, 좋은 직업인.>

자, 지금부터 항목별로 짚어 보겠습니다.”

검사인 베르트랑은 아나톨 피숑이 자신의 삶에 대해 완벽했다는 소회를 밝힌 것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대 변론을 하면서 그렇게 않음에 대해서 하나하나 들추어 낸다. 변호사 카롤린은 이에 대한 차근차근 변호를 해갑니다.

<피고인이 자신의 재능을 망각했는가?>, <피고인이 위대한 러브 스토리를 그르쳤는가?>, <그렇다면 그것이 의식적인 행동이었는가?>, <그는 아이들을 잘 교육시켰는가?>, <그가 옳은 배우자를 찾았는가?>, <그는 좋은 판사였는가?>, <피고인은 다시 태어나야하는 의무에서 벗어날 만큼 충분히 영적인 삶을 살았는가?> 의 천국에서 정해 져 있는 기준들에 대해서 가브리엘이 그렇다, 아니다로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과연 피고인 아나톨 피숑은 7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서 천상에 남을까요? 아니면 다시 “삶의 형”을 살게 될 까요?

이 작품은 그냥 소설과는 달리 전형적인 희곡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희곡 장르의 특성인 현장감으로 인해서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역할이 이 작품을 통해서 생생하게 전달되어 돕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피고인 아나톨이 죽기 전 직업이 바로 판사였습니다. 검사 베르트랑과 변호사 카롤린은 전생에 부부였지만, 이혼을 한 탓인지 천상의 법정에서도 서로를 원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죠. 주고받는 티카타카가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재판장인 가브리엘은 영혼의 환생 여부를 판단하여 지상의 태아와 짝을 지어주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어딘가 어설프기도 합니다.


가브리엘 응…… 응…… 알아…… 알지……. 곧 도착해. 걱정하지 마. 다이빙대 위에 있어.

(아나톨에게) 어서 가요. 밑에서 당신 어머니 될 사람이 조바심을 치는 모양이에요.

가브리엘 신생아가 영혼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게 될 거예요. 상부에서는 우리한테 야단을 하겠죠.

가브리엘 삶을 요리로 치자면 유전 25퍼센트, 카르마 25퍼센트, 자유의지 50퍼센트가 재료로 들어가는 거예요.

가브리엘 말하지만 자유 의지 50퍼센트를 가지고 다른 요소들을 새롭게 분배할 수 있다는 거죠.

베르트랑 피숑 씨, 당신은 배우자를 잘못 택했고, 직업을잘못 택했고, 삶을 잘못 택했어요!

존재의 완벽한 시나리오를 포기했어요……… 순응주의에 빠져서!

그저 남들과 똑같이 살려고만 했죠.

당신에게 특별한 운명이주어졌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내가 태어나기 전에 주어진 특별한 운명은 과연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다.

영혼을 따르지 않고 너무 삶이라는 현실에 안주해 온 건 아닌지 두렵기 조차 하다.

나름 괜찮은 인생을 살았던 아나톨 피숑이 이렇게 천국 재판소에서 호되게 당하는 것을 보니...

삶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이 아닐까? 를 고민하게 해준 작품 [ 심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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