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키스 링컨 라임 시리즈 1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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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대인들은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인공 지능이 탑재된 사물, 소위 사물 인터넷에 둘러싸인채 버튼 하나만 누르거나 음성 한 마디만으로 TV를 켰다가 끌 수도 있고 차를 운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편리함이 나를 죽일 수 있다면? 그 무시무시한 상상력을 발휘한 소설이 바로 이 [ 스틸 키스 ] 이다. 여기에는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여 사물을 오작동시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더 나아가서 목숨을 잃게 만드는 한 미치광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 미리 사과할게요.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다시는 에스컬레이터에 타지 못할 겁니다 ” - 작가의 말 -

“ 빨간불에 자동차가 질주하고 가스레인지가 폭발한다.

증거도 무기도 없는 최첨단 원격 살인 기술 ” - 책 속에서 -

“ 이 모든 걸 나는 내 ‘ 장난감 방 ’에서 할 수 있다! ” - 책 속에서 -

[ 본 컬렉터 ] 라는 1997년 대히트작에서 시작된 링컨 라임 시리즈 중 12번째 작품인 [ 스틸 키스 ] 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살인범으로 추정되는 한 용의자와 그를 발견하고 추적하는 아멜리아 색스 형사의 추격전에서 시작된다. 얼마전 ‘ 40도 북쪽 ’이라는 클럽을 향하던 한 시민이 강도가 든 둔기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형사 아멜리아 색스는 운전을 하다가 범인 40 ( 클럽 40의 이름을 따서 지어짐 ) 의 몽타주와 흡사한 사람이 쇼핑몰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그를 추적한다.

“ 핏빛처럼 붉은 포드 토리노를 몰고 유유히 길 위의 차와 사람을 피하여 브루클린 헨리 스트리트 상업지구를 달리는 도중, 아멜리아 색스의 눈에 우연히 용의자가 띄었다 .”

( 11쪽 )

커피숍에 숨어있던 그를 체포하려던 순간,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 그것은 바로 에스컬레이터의 오작동으로 인해 크게 다친 한 시민이 죽어가면서 내는 소리였다. 갈등하던 색스 형사는 범인을 잡을 절호의 기회를 포기하고, 위험에 처한 시민을 구하기 위해서 달려가는데....

“도와줘! 안 돼! 제발, 제발, 제발!” 남자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다시 뭉개져서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으로 이어졌다.

손님들과 직원들은 숨을 들이쉬고 비명을 질렀다. 고장 난 채로 계속 위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얼른 뛰어내리거나 뒤로 재빨리 물러났다. 옆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던 사람들도 구멍에 빠질 거라고 생각했는지 얼른 뛰어내렸다. 몇 명은 바닥에 한데 엉켜 쓰러졌다.

( 17쪽 )

[ 본 컬렉터 ]라는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안젤리나 졸리와 덴젤 워싱턴 주연의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서 사지 마비 환자가 되어버렸지만 최첨단 기술과 상당한 양의 정보를 가진 천재 범죄학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했던 링컨 라임과 날카로운 관찰력 그리고 우수한 행동력으로 빛나던 아멜리아 색스 형사 콤비의 활약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아멜리아 형사가 범죄 현장에서 수집해온 여러 단서들을 링컨 라임이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분석하여,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했던 그 커플!! 이번에는 어떤 활약을 보일까? 기대를 했건만...

안타깝게도 아멜리아 형사가 쫓는 살인 사건의 수사에는 더 이상 참여하지 않는 링컨 라임.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더 이상 경찰의 수사에 개입하지 않기로 한다. 현재는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범죄학을 가르치고 있는 링컨 라임. 대신 아멜리아의 요청으로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숨진 시민을 위한 민사 소송에 참여하기로 한다. 에스컬레이터가 오작동하게 된 이유를 밝혀내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고 보상을 받아내는 일을 도와주기로 한 것.

한편 예전처럼 라임이 함께 하지 않는 상황에서 연쇄 살인범을 잡아내야 하는 아멜리아 형사. 살인범이 남긴 단서와 증거물을 꼼꼼히 수집하고 분석하여 어느 정도 범인의 동선을 파악한 그녀.. 그러나 취조 과정에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아멜리아... 그녀의 뒤를 쫓는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CSI 와 같은 범죄와 법의학 지식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오작동을 일으킨 에스컬레이터를 분석하는 과정 ( 링컨 라임 교수, 법과학 분석관 멜 쿠퍼 형사 그리고 라임 교수의 수제자 쥴리엣 아처의 활약이 돋보임 ) 과 범인이 남긴 아주 미량의 단서를 분석하여 그의 직업과 자주 가는 장소 등등을 분석해내는 영리한 아멜리아 형사의 추리력이 흥미롭다. 작가가 실로 엄청난 자료 조사를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아멜리아 형사는 링컨 라임의 부재에도 불구, 망치 연쇄 살인범을 검거할 수 있을까? 링컨 라임과 그의 팀들은 에스컬레이터의 오작동의 이유를 밝히고 민사 소송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철저한 자료조사, 세밀한 묘사, 정교한 플롯 등으로 빛나는 제프리 디버의 [ 스틸 키스 ].. 이 책을 읽는 순간 이제 독자들은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려놓지 못할 것이다.

" 너희들은 소비를 너무 많이 한다

너희에겐 희망도 미래도 없다

너희를 가장 편리하게 해주는 것들로부터

너희는 죽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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