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면도시 Part 1 : 일광욕의 날
김동식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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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년, 지구로부터 독립한 달!

달의 뒷면에는 지구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모든 정보를 통제한 채 달을 지배해온 센트럴.

그런데 연이은 이상한 일들로 그들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지구와 독립한 달의 뒷면에 있는 [ 월면도시 ] 의 독특한 이야기를 앤솔로지 형식으로 펼쳐놓은 단편 소설집인 [ 월면도시 : Part1 일광욕의 날 ] 을 읽었다. 이 책은 월면도시의 12개 도시를 중심으로, 지배층인 센트럴이 감추려고 하는 비밀과 그 비밀을 쫓는 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0년전 발생했던 일광욕의 날에 과연 무슨 일이 발생했을까? 그날 이후로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 문차일드가 탄생했다. 12개의 위성도시들이 서로 교류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고 일광욕의 날에 발생했던 일에 대해 쉬쉬하고 있는 센트럴은 이 초능력을 가진 문차일드 아이마저도 손에 넣으려는 속셈인듯 여러 조사관들을 파견하는데...

이 소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 일광욕의 날 ] 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여러 작가들의 자신만의 장르색을 입힌 글을 풀어냈다는 점이다. 물론 SF 소설이긴 하지만 각 단편들 속엔 범죄 스릴러와 하드 보일드 그리고 판타지와 정통 SF 가 녹아있다. 각양각색의 반찬이 차려진 밥상을 받는 듯한 느낌을 주는 [ 월면도시 : part 1 일광욕의 날 ] 로 들어가본다.

「재현」 – 김동식

달의 변방에 위치한 위성 도시 ‘ 마레 ’ 에서는 얼마전부터 흉흉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피가 완전히 뽑혀버린 시체가 발견된다는 것. 사건을 담당하는 경관인 마크는 동일 수법으로 발생된 이 사건을 두고 연쇄 살인 사건이라 단정지으며 단서를 찾아나가지면 도저히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가 없다. 단서를 찾기 위해서, 그는 유서깊은 가문인 체페슈 가문을 찾아가 게일 체페슈를 만나고 책 한권에 대한 비밀을 듣게 된다. 그러나 마크 경관을 만난 게일 체페슈가 갑작스럽게 자살한 뒤 드라큘라의 재현에 대한 유언장을 남기는데......

완벽한 미래인 월면도시에서 피에 빨린 시체가 발견되고 드라큘라의 사연이 깃들다니... SF 소설과 옛 고딕 소설이 콤비를 이루어서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한편의 범죄 소설이 탄생된 느낌이다. 과연 연쇄 살인범은 누구이고 그는 왜 시체에게서 피를 빨아낸 것일까? 이야기 끝에 펼쳐지는 피의 바다가 보여주는 장관이 눈부시다.

「진시황의 바다」 - 정명섭

광산 도시인 ‘ 선경 ’ 에는 방치된 수많은 갱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폐쇄되었던 어느 한 갱도에서 알 수 없는 생체 반응이 잡히고, 조사국은 안드레아와 프리랜서 조사관인 안유인을 주축으로 하여 여러 명이 참여한 조사단을 파견하게 된다. 그런데 조사 중 함께 파견된 안드로이드의 공격을 받아서 조사원 거의 모두가 사살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진다. 살아남은 안드레아와 안유인은 갱도 깊은 곳에서 방치된채 죽어간 안드로이드들을 찾아내고 생체 신호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도 밝혀내는데....

마치 한편의 SF 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다. [ 프로메테우스 ] 같은 영화에서 과학자들이 인간의 근원을 찾아 동굴 속을 헤매며 인간을 만들어낸 엔지니어의 흔적을 찾는 부분이 있었는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버려진 갱도 안에서 안드로이드들이 쓸쓸히 방치되어 죽어가는 모습이 떠올라 가슴 아팠던 작품.

「하드보일드와 블루베리타르트」 - 홍지운

가난하고 차별받는 수인들 ( 동물과 인간 합성? ) 이 많이 살고 있는 올드 타운. 여기서 일하는 뱀 탐정은 전직 경찰이지만 현재는 사설 탐정으로 일하고 있다. 잘 빠진 몸매로 환풍구 등을 다니며 비밀스러운 추적을 하는게 특징. 그런데 그녀의 집주인인 토끼 수인인 흰이 한 실종된 학생을 찾아달라는 사건을 의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거대 마피아 조직에게 붙들린 그들....... 그런데 희한하게도 늙고 힘없는 토끼 수인인 줄 알았던 흰에게서 초능력에 가까운 여러 능력을 발견하며 감탄하는 뱀탐정..... 하지만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조직에 붙들린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드보일드라고 하더니.... 과연.... SF 소설에서 영화 [ 대부 ] 의 향기가 났다. 주인공 뱀탐정은 뱀과 인간이 합쳐진 수인인듯한데 맨날 인공란만 삼키고 집주인이 만들어준 맛있는 블루베리 타르트는 입에 대지도 않는다. 늙고 약하게만 보였던 집주인 흰이 활약할 때 뱀탐정이 놀라는 장면이나 흰이 뱀탐정에게 밥을 잘 챙겨먹으라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장면은 마치 코미디 같기도 했다. 코믹 스릴러 같아서 재미있었던 단편.

그 외에도 여러 단편들이 이 [ 월면도시 : part 1 일광욕의 날 ] 을 다채롭게 꾸며주고 있다. 아직 월면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센트럴의 야욕이나 그들이 왜 일광욕의 날에 있었던 것을 감추고 있는지, 왜 자꾸 이런 저런 계략을 이용하는지 알길이 없다. 달의 뒷면에 속하는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도 흥미롭고 실제로 그런 도시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상상에 즐거운 독서였다. 여러 작가들이 함께 참여하였기 때문에 하나의 책이지만 다양한 색깔이 엿보였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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