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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평점 :
연쇄 살인범의 어두운 심연을 파고드는 소설 [ 사형에 이르는 병 ].
저자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처럼, 학대받는 아이 야마토가 수십명의 사람들을 살해한 연쇄 살인마로 변모하는 과정을, 한 평범한 대학생의 추적기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삶은 참 누군가에게 불평등한 것 같아요. 인간답게 살지 못했기에 인간임을 포기해야했던 한 살인마의 이야기... 들어가봅니다.
“ 내 죄는 인정하지만, 마지막 한 건만은 누명이다. 그것을 증명해주지 않겠나?”
어릴 떄는 공부와 운동도 잘했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좋았던 대학생 마사야, 그러나 부모님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삼류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항상 어두운 표정에 외톨이로 살아가는 마사야. 그런데 어느 날 그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하죠. 그 편지의 주인공은 5년전 체포되었던, 떠들썩했던 한 연쇄살인사건의 주인공 하이무라 야마토입니다.
알고보니 이 살인마는 마사야가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에서 빵집을 운영했던 친절한 아저씨였습니다. 야마토가 빵집을 운영하던 시절, 자신을 잘 따랐던 마사야를 잊지 않고 도움을 청했던 것이죠. 그는 이렇게 호소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모든 살인들을 인정하지만 마지막 살인은 자신이 절대로 저지르지 않았다고. 9번째 살인의 피해자인 20대 여성은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고 말하는 야마토. ( 야마토의 피해자는 대부분 10대 청소년이었음 ). 그는 마사야에게 마지막 살인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결백을 밝혀줄 것을 부탁합니다.
자신의 전성기였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다시 느끼게 된 마사야, 그리고 비록 살인범이기는 하지만 하이무라가 가진 아우라와 카리스마에 이끌려 덜컥 야마토의 부탁을 받아들이는 그. 마사야는 하이무라의 주변인물과 사건에 관계된 인물들 하나하나 일일이 만나가면서 조사를 이어나가는데요, 그 와중에 마사야는 하이무라가 어렸을 적에 심각한 아동 학대에 시달렸을 거라는 정황을 발견하게 됩니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놀라울만큼 심각한 방임과 학대, 폭력 등에 시달렸던 하이무라...
저는 평소에 범죄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연쇄 살인범의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게 이 [ 아동학대 ] 부분이에요. 특히 어머니의 애정과 상호작용이 결핍되어 있는 경우에 그러한 경향어 더욱 크더라구요... 인간의 본성에 " 악 " 이 있지 않습니까? 악의 꽃을 틔워주는 특수한 환경이 있지 않은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정말 소름끼치는 반전이 여러번 등장합니다. 그 부분은 밝히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되기에 언급조차 하지는 않겠지만 흠.... 작가가 독자를 가지고 노시는 게 아닌가? ㅋㅋ 그런 생각이 들만큼 천재에 가까운 연쇄 살인마 하이무라 야마코 손에서 순진한 대학생 마사야가 놀아나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어쩌면,,,,,, 앞에서 이야기했던 부분을 다 취소해야할지도 모를 것 같아요. 범인이 만들어지는 특수한 환경이 있는게 아니라 범인은 태어나는 것이다!!!!!!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다루는데 능숙한 야마토의 영향력에 의해 마사야가 서서히 물들어갑니다. 세련된 외모와 유려한 말솜씨에 반해서, 그가 연쇄 살인범임을 순간 잊어버리고 야마토에게 현혹되고 가는 마사야의 모습. 본인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존감 낮은 마사야의 불안한 심리를 꿰뚫어보고 마치 꼭두각시를 다루는 그를 조종하는 야마토의 모습에 진짜 진짜 소름끼쳤어요!!! 어쩌면 범죄를 많이 저질러본 자들이 진짜 심리 프로파일러, 심리 전문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과연 대학생 마사야는 살인마 야마토의 결백을 증명해낼 수 있을까요? 어리숙한 대학생이긴 하지만 그의 추적과 조사를 통해서 이리저리 흩어져있던 단서가 마치 직소 퍼즐처럼 맞아들어갈때,,, 일종의 쾌감아닌 쾌감을 느꼈답니다. 그런데! 우리 속담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요? 그런데 가끔은 사람을 미워해도 될 것 같아요...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과연 제목처럼 사형에 이르는 그 지독한 병은 전염이 되는 게 맞을까요?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전염이 되는 걸까요? 마치 바이러스가 인간과 인간을 통해 전염되는 과정을 세세하게 다큐로 만들어서 보여주는 듯한 명작 스릴러 [ 사형에 이르는 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