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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전주곡 - 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 <안녕, 드뷔시> 외전 ㅣ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0월
평점 :
일본의 다작 요정하면 이 분을 뺴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 [ 안녕 드뷔시 전주곡 ] 을 쓰신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님 말입니다. 저는 이 작가님을 잘 몰랐는데요. 와타세 경부 시리즈 중 [ 네메시스의 사자 ] 을 읽고 그만 홀딱 반하고 말았어요. 작가님의 뛰어난 필력으로 인해서 책의 가독성이 엄청 뛰어나고 끝의 반전이 소름끼쳐서 그만 이 작가가 궁금하다!!! 를 외치며 책을 사 모으게 되었죠.
이 작품 [ 안녕 드뷔시 전주곡 ] 은 [ 안녕 드뷔시 ] 라는 작품의 프리퀄 혹은 스핀 오프 정도로 볼 수 있는데요. 안녕 드뷔시 라는 작품에서는 화재로 인해서 피아니스트의 꿈을 거의 저버릴뻔했던 소녀 하루카와 미남 탐정이자 천재 피아니스트인 미사키 요스케가 주인공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하루카의 할아버지인 겐타로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이걸 지금 먹으라고 내놓은 게야!?” 고즈키 겐타로는 버럭 소리치며 앞에 있던 음식을 뒤집어엎었다.
쿠시야키와 테바사키에 닭고기 요리와 제철 채소가 식탁 위에 사방팔방으로 쏟아졌고,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나카이가 헉 하고 숨 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나이가 지긋한데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으로 회사를 운영했던 겐타로 할아버지가 어느날 뇌경색으로 쓰러져 휠체어를 타게 됩니다. 깐깐한 성격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겐타로 할아버지이지만 2년넘게 그를 수발해오고 있는 요양보호사 미치코씨가 곁에서 그를 적절히 통제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지요. 안녕 드뷔시에서는 그냥 퇴직한 할아버지 정도로 존재감이 미약했던 그가 이 작품에서는 탐정으로써 종횡무진 활약하게 됩니다.
이 작품에는 총 5가지의 사건이 등장합니다. 겐타로 할아버지가 직접 분양했던 멘션에서 건축가 살인 사건 이 발생하고 나고야 노인 건강 센터에선 겐타로 할아버지가 한 노인을 직접 구해주죠. 동네에서 토박이들만 골라서 공격하는 괴한을 겐타로 할아버지가 때려잡기도 하구요. 아직 새파란 젊은이들의 은행 강도 사건과 한 국회의원의 독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명탐정 코난 부럽지 않은 추리 실력이라 할 수 있겠죠?
"장애, 장애라고 하지만 뭐를 장애라고 하는 걸까. 그건 의외로 본인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닐까. 나는 스스로 장애가 아니라 단순히 다리와 허리가 불편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사람 중에는 손가락이 다소 불편한 것만으로도 인생을 비관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장애는 겉모습보다는 내면의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닐까."
제대로 된 음식을 내오지 않았다고 식당에서 고래고래 고함지르는 겐타로 할아버지를 보면 돈 많은 꼰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올바른 충고를 해주는 어른이 사라진 듯한 이 세상에 그런 캐릭터 하나 쯤은 존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악을 응징하기는 하지만 외면받는 사람들을 은근히 품어주는 츤데레의 모습도 매력적인 겐타로 할아버지.
하지만 미남 천재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의 존재감이 약간 미약하다는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맨 마지막 사건에 살짝 그의 모습이 나타나거든요. 그는 장애를 가진 겐타로를 불편해하지 않는 성숙함으로 겐타로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마치 셜록과 왓슨처럼 함께 손을 잡고 국회의원 독극물 사건을 훌륭히 해결해냅니다. 어쨌건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작품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미사키 요스케가 자기 역할을 잘 해냈다는 사실에 만족했어요~
단편이 묶여서 나온 연작 시리즈이긴 하나 장편 소설 못지 않게 추리적 재미가 풍부했던 [ 안녕 드뷔시 전주곡 ].. 깐깐하고 불같은 성미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겐타로 할아버지의 활약을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