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린
장래이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탄생과 죽음이 아닐까?

그러나 너무 자주 영원한 생명이라는 유혹에 빠지는 약한 우리 인간들.

현재는 종교가 영생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고 있지만 과학이 더 발달한다면?

글쎄... 정말 영원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 [ 홀린 ] 에서는 영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가상현실이 끼어든다.

최근 봤던 몇몇 SF 소설과 영화에서 주로 다루었던 소재인 몸의 교체, 의식의 이동,

그리고 가상현실 속의 영원한 생명이라는 주제가 등장한다.

[ 홀린 ] 은 제 3세대라 불리는 신인류가 활발히 활동하는 시점에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부모님의 몸에서 태어난, 즉 자연적으로 탄생하여 온갖 장애와 질병을 동반하고 있는 불완전한 1세대.

1세대에서 약간 업그레이드된 중간세대는 2세대.

그리고 유전공학의 힘으로 탄생된, 마치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합쳐놓은 듯한 세대가 바로 3세대이다.

그들은 컴퓨터같은 뇌를 이용하여 직접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고

질병에 잘 걸리지 않으며 죽음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세대이다.

유전자 지도의 혁명이 일어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세대였다.

[ 홀린 ] 의 주요인물 박재희는 과학자 어머니 박민경의 손에 의해 탄생된 신인류, 즉 제 3세대이다.

하지만 그녀가 사랑했던 여인 은성은 제 1세대, 즉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온갖 질병과 장애를 달고 살았던 은성이 예상 수명에 따라 세상을 떠난 후, 그녀를 그리워하던 박재희는

그녀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 불법적으로 죽은 사람들의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 이 시대에는 인간이 죽으면 그 생체 데이터를 연방 정부가 쓸어감. 더 나은 인간을 만들기 위한 실험체로 사용하기 위해 )

그런데 죽음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던 그녀에게 너무도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일이 발생한다.

질병에 걸리지 않고 죽음도 피해갈 수 있는 제 3세대인 오빠 박범재가 시체가 되어 그녀와 어머니에게 이송된 것.

뭔가 큰 음모가 도사리고 있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불법적인 생체 데이터 다운로드 사건으로 인해 재희는 구금되고

민경은 과학자들을 끌어모아 범재를 되살리는 일에 착수하는데....

미래 세상을 다루는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인간의 몸에서 의식이 깔끔하게 분리된다.

그때 인간의 의식은 정보 데이터처럼 업로드 다운로드가 가능해지고

인간은 로봇과 같은 다른 장치나 컴퓨터 속 가상현실에 업로드되어서 다른 형태의 존재로서 살아간다.

몸과 마음이 결합되어 있는 자연인의 경우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필요가 없지만

몸과 의식이 분리된다면? 몸이 나인지 의식이 나인지... 정체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나의 기억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몸이 " 나 " 일까?

아니면 나에 대한 기억을 여전히 보존하고 있는, 몸이 없는 의식이라는 데이터가 진짜 " 나 " 일까?

[ 홀린 ] 을 읽고 있자니 이러한 물음들이 떠올랐다....

몸이 없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굳이 몸을 택하겠는가?

몸이 있기에 고통과 괴로움을 겪는다면 그러한 것을 모두 제거한 가벼운 세계에서 살 수도 있지 않을까?

환경 오염으로 인해 지구가 점점 오염되어가고 인간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진다면

가상 현실이라는 대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만약 그 가상 현실이 가상이 아니라 진짜 현실처럼 생생하다면?

영드 [ 얼터드 카본 ] 속의 부자들은 자신의 의식을 싱싱한 젊은 육체에 다운로드하여 영생을 즐기고

SF 스릴러 [ 파우스트 ] 라는 속 부유한 노인들은 자신의 의식을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들의 몸에 접속해 그들의 삶을 누린다.

우리 세대는 아니겠지만 인간들이 그런 삶을 누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온갖 욕망들 가운데에서도 살고 싶다는 욕망이 제일 큰 것일지도 모를일...

그것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질병없고 오염없는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

[ 홀린 ] 의 작가 장래이는 작가의 말에서

의식의 업로드를 전뇌화 ( 마인드를 전산화하여 업로드하는 것 ) 라고 표현하며

자신이 이 글을 쓰게 만든 화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 전뇌화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성취된다면, 그 뒤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요?

단순히 영생을 얻게 되리라는 희미한 전망을 넘어서서,

그 가능성은 우리의 인간됨을 어떻게 새로이 정의할까요?

(..... 중략 ....)

몸이 변한다면, 혹은 심지어 사라져버린다면

삶이라는 것은 어떻게 달라지나요?"

( 작가의 말에서 인용 )

3부작이라는 대작 중 1부에 해당하는 [ 홀린 ] 은 그냥 맛보기였구나..

2부와 3부가 너무나 기다려진다...

지금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생체와 의식의 데이터화가 이루어지는 세계

인간과 로봇 그리고 현실과 가상 현실의 접점이 가능해지는 세계라니..

매혹적이고 환상적이기까지하다...

그러나 이 책 [ 홀린 ] 에 등장하는 1세대 은성의 외침이 왜 자꾸 귓가에 맴도는 것일까?

영생이 존재한다는 것도 믿지 않아.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죽어.

사람도, 사물도 그리고 데이터도 마찬가지야.

어느 순간에는 끝을 맞이하게 되어 있어.

그 사실을 외면하면 안돼.

죽음을 망각한 자들은 결코 삶을 소중하게 대할 수 없어

[ 홀린 ] 32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