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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주소록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해냄 / 2019년 10월
평점 :
고양이와 함께 하는 집사로써 한 마디 하자면, 고양이들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영특하고 애교스럽고 또한 애정이 넘치는 존재들이다. 고양이들마다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큰소리에 놀라는 겁쟁이들이고 청소기에 하악질을 해대는 조금은 바보스런 존재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도도하고 까칠하기만 할 거라는 고정관념은 조금 버리고 대하다보면 고양이들의 진면모를 알게 될 것이다.
“ 카모메 식당 ” 으로 유명한 저자 무레 요코님은 이 책 [ 고양이의 주소록 ]을 통해서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에 대한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뛰어난 관찰력과 동물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각을 가진 그녀는, 우리와 공존은 하지만 이해가 잘 안되는 그들의 삶을 재치있고 희화적으로 그려낸다. 독특한 유머감각을 가진 저자는 마치 동물들과 막힘없는 소통을 한 것처럼 그들의 어이없는 실수나 엉뚱한 행동등을 묘사한다.
제목에는 고양이만 등장하지만 이 책에는 꿀벌을 비롯해 개미, 원숭이, 새, 거북이 등등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어떤 이야기는 정말 눈물이 글썽할 정도로 감동적이랄까? 뭔가 아련한 감성을 풍기지만 또 어떤 이야기는 읽다가 박장대소를 할 정도로 코믹하다. 이 중에서 마음에 남았던 이야기들을 소개해보자면,
일단, [ 벽장의 주인 ] 이라는 에피소드. 이 에피소드엔 저자 무레 요코의 부모님의 신혼 시절이 등장한다. 화가가 되고 싶어서 회사를 마음대로 그만둬버린 아버지. 그 후로 아버지는 집에서 쉬는 날이 많아지고 어머니가 대신 삯바느질 등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쯤에야 들어온 아버지는 등에 뭔가를 업고 들어오는데 그것은 누군가가 버린 늙은 셰퍼드였다.
어머니는 안 그래도 좁은 신혼방에 ( 3평짜리 원룸 ) 아기 ( 무레 요코 ) 까지 있어서 반대하고 싶었지만 노견의 간절한 눈망울 때문이었을까?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그 셰퍼드에게 세피라는 이름을 붙이고 벽장에서 키우기 시작한다. 아기에게 벼룩까지 옮기는 군식구였지만 저녁마다 세피를 업고 산책을 나가는 아버지의 감동적이기까지하다. 세피는 결국 2개월 밖에 살지 못하고 세피가 죽은 날 어머니 아버지는 개를 묻어주며 엉엉 울었다는 사연인데..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은데 이상하게 이 이야기에 끌렸다. 가난했지만 생명을 아끼고 사랑했던 젊었던 무레 요코의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라서였을까?
그 외에도 사무실에 갇혀서 사경을 헤맸던 벌에게 수분을 묻힌 스펀지를 줬더니 살아났던 이야기, 그 벌은 어느 순간부터 사무실 에어컨이 매우 시원하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본분을 잊은 채 ( 꿀을 따야 꽃이 피지 ) 에어컨 근처에 머문다. 그리고 밥을 먹고 있는 가족들의 밥상 위로 밥알을 질질 끌며 지나가는 개미를 쫓아버리기는 커녕, 비빔밥을 만들라고 밥알이며, 당근이며, 멸치 등를 조금씩 떼어준 무레 요코의 가족들을 보며 참으로 엉뚱하기도구나 하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동물 에세이가 있다니, 직접 무레 요코 선생님 댁으로 찾아가 동물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싶은 느낌이다. 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을 이러한 뭉클하면서도 웃기는 에피소드들,, 저자의 동물에 대한 애정 어린 눈길을 닮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유하거나 굴복시켜야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함께 살아간다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다보면 저자 무레 요코 선생님처럼 자연스런 소통을 할 수 있을지 않을까? 조용히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