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밤 되세요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1
노정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 폴앤니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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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분홍한 표지에 밝은 미소를 띈 두 청춘 남녀가 앉아있다. 뒤에 꽃 그림도 있고 왠지 막 연애를 시작한 귀여운 커플 같기도 하다. 제목도 달콤한 밤 되세요 라길래,,,, 가끔은 달콤하고 가끔은 살벌한 연애 이야기 정도를 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배신을 때리는 책이 있다니. 한참 웃게 만들다가 눈물 쏙 빼간다. 주인공들을 생각하자니 참,, 가슴이 먹먹해지는 새벽이다.

배경은 허물어져가는 한 호텔이다. 쵸콜렛 모양으로 지어져서인지 이름이 드림 쵸콜렛인 이곳은, 그러나 더운 여름 녹아내리는 쵸콜렛처럼 허물어지고 있다. 비유적인 의미에서도 그렇고 진짜로 오래되어 무너져가는 호텔. 근데 말이 호텔이지 이곳은 주로 불륜 남녀가 남에게 들키지 않고 그리고 비교적 싼 값에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모텔에 불과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 이름만 멀쩡한 드림쵸콜렛 호텔에서 캐셔로 일하는 나명. 그녀는 혼자서 5~6인분의 일을 해낸다. 손님이 오면 방 키 내주고 돈 받고 그러다가 전화오면 전화받고 다른 손님오면 그 손님을 상대해야 하고 그러다가 깜박잊은 그 전 손님 차 키를 받으러 다시 방으로 올라가야 한다. 아이고 숨차라....

아! 그렇다면 호텔 이야기로구나.. 호텔이야기였어. 명색만 호텔인 어느 싸구려 모텔에서 일어나는 전쟁같은 하루 이야기겠지. 소설판 “ 사랑과 전쟁 ” 이려나? 상간녀 머리채 쥐고 흔드는 본처 이야기인가? 아니면 호텔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 오 흥미진진... 그랬는데 또 이야기는 “ 리재 ” 라는,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어느 아까운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작가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고민을 하면서 책을 들여다보는 순간, 인간이 보이고 사회가 보이고 사랑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때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

나도 한때는 젊었었는데, 책 속의 “ 나명 ” 과 “ 리재 ”처럼 이상적인 사회를 꿈꿨었고, 그런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었는데.... 외국으로 봉사활동을 나갔다가 독일이나 덴마크같은 복지국가에서 온 아이들을 보며 ( 등록금 걱정없고 용돈까지 받으며 대학을 다니는 아이들 ) 언젠가는 우리도 저렇게 살 수 있겠지... 그랬었다.

아! 그렇다면 남한사회주의노동자당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정당에서 일했던 “ 나명 ” 과 “ 리재 ” 의 숭고했던 노동 운동 이야기겠구나... 그래 노동 이야기였어. 천박한 자본주의에 빠져버린 이 사회를 개탄하고 신이 사라진 이 세상에 돈을 숭배하는 사상을 비판하는 이야기겠구나 했는데......

그런데 이야기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더 크고 깊이있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고 있는 작가. 인간 중심 사회, 함께 하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누군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 누군가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가,, 마음 속에서 온갖 감정들이 춤을 춘다. 웃다가 울다가 감동받았다가 먹먹하다가....

원래 책 읽고 잘 우는 편이 아닌데 이 책 보다가 막 울었다. " 리재 " 가 안타깝고 " 리재 "를 그리워하고 죄책감느끼고 아파하는 " 나명 "이가 안타까워서. 그리고 또 한가지를 말하자면, 이 책은 마치 정신분석서 같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이 왜 그때 그런 행동을 했어야만 했는지 잘게 쪼개어서 설명해주는데,, 음 작가가 심리 분석도 공부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 그의 눈에는 내가 없었습니다. 리재의 눈에 비친 나는 어렸을 적에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였을 것입니다. 마치 내가 선배에게서 아버지를 찾으려 한 것처럼. 그래서 리재는 나였고 내가 곧 리재였지만, 우리가 과연 사랑을 했을까요. 리재와 나에게 자기 연민이나 자기혐오가 아닌 사랑 혹은 미움 같은 감정이 존재했을까요. 온전하게 상대의 존재를 이해하고 소통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했을까요." ( 155쪽 )

이쯤되니 어른들의 사랑이 뭘까? 라는 생각까지 든다. 가볍게 만나는 것과 삶을 나눈다는 것은 참으로 다르구나... 라고 요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책을 만나게 되었다. 하여간 웃다가 울다가 감동받았다가 ... 너무 재미있는 독서시간을 보냈다. 웃기지만 묵직한 메세지를 담고 있는 이색적인 책

[ 달콤한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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