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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을 살다보면 한번쯤은 넘어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중년의 위기든 혹은 부부 간의 관계에 불화가 찾아왔든 아니면 더 깊이 봤을 때 내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여기 호주에 살고 있는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이 그런 위기를 겪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겉으로 봤을 땐 멀쩡해 보이지만 다들 들으면 " 악 " 소리가 날 만한 인생의 상처를 안고 끙끙 앓고 있는 중이다.
먼저 주인공 프랜시스. 그녀는 한때 잘 나가는 로맨스 소설가 였다. 그러나 심리 스릴러가 판치는 출판계에서 그녀의 책은 더이상 팔리지 않고. 예전에 매달렸던 출판사들이 하나같이 차갑게 등을 돌리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서로를 할퀴고 끝난 2번의 이혼. 이제 쉰이 넘은 그녀는 앞으로 더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을 지에 대한 기대감도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 그런 상태에서 인터넷 연애 사기까지 당한다. 아들이 수술을 받아야 되는데 돈이 없다고 울부짖는 인터넷 너머의 연인에게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넘겨주고는 다시는 연락을 받지 못하는데.....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녀에게 앨런이라는 지인이 " 평온의 집 " 이라는 건강 휴양지를 소개시켜준다. 상처입은 그녀의 몸과 마음을 완전히 회복시켜서 새 사람으로 만들어줄 그런 장소라는 소개말과 함께. 도착한 날 첫날부터, 명상과 요가 그리고 설탕과 카페인을 완전히 제거한 삶은 그녀에게 안정된 마음을 가져다 주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은.....
이 " 평온의 집 " 에는 프랜시스 뿐만 아니라 다른 8명의 사람들도 다들 문제를 한가지씩 가지고 있다. 아들을 잃고 우울증에 빠진 엄마 때문에 도리어 공황장애에 걸려버린 조이, 그런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직 규칙만 내세우는 남편 나폴레온이 이끄는 3 식구, 잔인한 말만 남긴 채 자신을 떠나버린 전 아내와 자신을 차갑게만 대하는 자식들에게 상처입은 토니, 파트너와 아이를 갖는 문제 때문에 계속 부딪히게 되는 ( 왠지 애정결핍처럼 보이는 ) 어마어마한 외모를 자랑하는 라스, 그리고 도둑을 맞고 난 뒤 엄마에게 받은 복권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었지만 어쩐지 부부간에 사랑을 잃어버린 듯 해서 의기소침해진 제시카와 차에만 신경 쓰는 듯한 남편 벤 등등등. 그들은 각자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들은 엄청난 카리스마를 풍기는 180센티 장신의 아름다운 여인 미샤와 그를 따르는 야오, 딜라일라의 친절한 가이드에 따라서 조금씩 조금씩 새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친다. 몸무게도 줄어들고 기분도 상쾌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던 바로 그 순간!!!! 뭔가 어두운 기운이 스멀스멀 이들을 덮치기 시작한다. 미샤의 1대 1 만남에서 쪼그라드는 기분을 느끼는 프랜시스. 돈을 내고 왔기 때문에 당당한 권리를 누리는 손님이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작가 리안 모리아티는 가히 언어의 마술사라고 할 수 있다. 방금 로맨스 코미디에서 튀어나온 듯한 매력적인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능력을 가졌다. 불쌍해 보이지만 불쌍하지 않은 소설가 프랜시스. 그녀는 자신의 갱년기 때문에, 연애 사기 때문에, 2번의 이혼 때문에 상처를 입긴 했으나 웃기는 장면을 보고 쿡쿡 거리는 여유 그리고 사람들의 특징을 보고 별명을 만들어내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외모 뒤에 더 위험한 뭔가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피도 없고 시체도 없지만 그만큼의 긴장과 조마조마함을 잘 이끌어내어 독자들의 눈을 잡아끄는 작가 리안 모리아티. 그녀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