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나 홀로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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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어둠 속을 달리는 한 대의 차. 바깥엔 거센 눈발이 날리고 있다. 차 안엔 두 명의 남자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다. 바로 그때 차 앞으로 뛰어드는 어두운 물체. 깜짝 놀란 운전자가 급정거한 뒤 뛰어가보니 죽은 고라니가 차 앞에 버려져 있다.

고라니를 바라보고 있던 그 순간, 운전자에게 말을 거는 걸걸한 목소리의 남자. 온몸에서 피비린내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 남자는 반 협박조로 차에 태워달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그 자를 차에 태우고 가는 내내 라디오에서는 연쇄 살인을 일삼는 히치 하이커에 대한 이야기가 방송 중이다. 과연 운전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전건우 작가는 한국 공포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사실 그는 단순히 공포심만 자극하는 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면면을 잘 드러내고 그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이 책 < 한밤중에 나 홀로 >를 통해서 병적인, 비이성적인 그리고 뒤틀린 정신 상태를 가진 인물들을 잘 보여주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예상 밖의 결론을 이끌어낸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의 반전에 소름이 돋는다.

각 단편들은 개성이 있지만 " 폐쇄 " " 미궁 " " 족쇄"... 등등 갇혀있음, 탈출할 수 없음을 대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궁에 갇힌 주인공. 언젠가는 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도망쳤지만 결국 제자리이고 괴물 혹은 귀신 혹은 연쇄 살인범이 여전히 내 뒤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보다 더 소름 끼치는 상황이 있을까?

그리고 그는 시각, 청각, 후각 등등을 총동원하여 공포와 두려움을 자극한다. 등산객의 몸에서 나던 피비린내,,, 그가 치켜든 거대하고 빛나던 등산용 칼. 거대한 뱀처럼 움직이던 여인,, 물이 뚝뚝 떨어지던 여자의 몸에서 나던 악취. 냄새로도 공포를 일으킬 수 있다. 사지가 절단된 몸통만으로 굴러다니는 사람들,, 이리저리 흩어진 팔다리 등등 시각적 요소는 기본이다. 심약한 사람들이 밤에 봤다가는 기절할 수준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만화가 중에 이토 준지라고 있다. 엽기적이고 혐오스러운 인간의 모습과 상황을 찰떡같이 잘 묘사하는 호러 작가이다.    전건우 작가의 이번 책을 읽으면서 이토 준지의 만화가 많이 생각났다. 그리고 혹시... 만화로 재탄생할 수 있다면 이토 준지의 작품 같은 끔찍하고 엽기적이고 혐오스러운 만화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작가님이 혹시.. 협업할 생각은 없으신지... 매우 궁금하다. 스티븐 킹, 이토 준지 류의 공포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정말 즐기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 [ 한밤중에 나 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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