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의 집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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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은 20세기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거장 추리소설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 그것은 필명이고 두 명의 사촌형제가 힘을 합하여 미스터리 소설에 도전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어쨌든 그들의 작품 시리즈는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엘러리 퀸의 추리 소설은 특히 연역적 추론과 소거법으로 유명하다. 모자나 성냥 같은 사소할 수도 있는 물건으로 시작하여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고 살인 동기와 범인을 알아내는 높은 추리 능력을 가진 엘러리 퀸!! 그의 활약이 기대되었다!!

 

 

셜록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은 읽은 적이 있지만 사실 엘러리 퀸의 작품은 이게 처음이다. 국가명으로 시작하는 1기 작품 - < 로마모자 미스터리 >, < 그리스 관 미스터리 > 등등 - 을 뛰어넘고 2기 작품에 속하는 이 < 중간의 집 > 으로 그들의 작품을 첫 번째로 만나게 되었다. 사실 2기 작품들이 1기나 3기에 비해서는 플롯이나 트릭, 스토리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 책보다 다른 책들이 더 재미있단 말인가!!! 나는 왜 엘러리 퀸을 그동안 읽지 않았던 것일까?

 

 

흥미롭게도 엘러리 퀸은 이 소설을 쓴 작가들의 필명임과 동시에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탐정으로써 작품 속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버지인 리차드 퀸 경감과 동시에 활약한다고 들었는데 이 < 중간의 집 > 작품에서는 아버지보다는 엘러리 퀸의 활약이 주로 돋보인다.

 

 

중간의 집은 영어로 halfway house 이고 여행을 하는 동안 마을과 마을 사이에 놓여진 오두막으로써 중간에 묵고 갈 수 있는 숙박시설을 의미한다고 한다. 엘러리 퀸의 친구인 변호사 빌은 급하게 만나자고 전보를 보낸 여동생의 남편 존 윌슨을 만나러 선착장 근처에 있는 한 낡은 오두막으로 차를 몰고 간다. 오두막 근처에 낯선 스포츠카가 서 있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느낀 그 순간, 찢어질 듯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갑자기 베일을 써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한 여인이 오두막을 뛰쳐나와 스포츠카를 타고 그 자리를 벗어난다.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빌은 오두막 안에서 가슴에 칼을 맞은 채 죽어가는 자신의 매제인 조 윌슨을 발견하게 되는데....

 

 

친구의 SOS를 받고 급하게 사건현장으로 달려간 탐정 엘러리 퀸. 오두막에서 매우 비싼 가격으로 팔리는 고급 브랜드의 옷과 구두를 발견하게 된다. 액세서리 방문 판매원이었던 조 윌슨이 어떻게 그렇게 비싼 옷과 구두를 장만할 수 있었까? 그런데 찬찬히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퀸은 죽은 조 윌슨의 얼굴에서 섬세한 지성의 흔적, 세련된, 좋은 혈통의 암시를 발견한다.

 

 

여기서 중간의 집이란 집 자체의 기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함축적 의미를 띄고 있다. 알고 보니 가난한 외판원 조 윌슨이 사실 뉴욕 파크 애비뉴에서 살고 있는 부유층 제시카 김볼의 남편 조 켄트 킴볼과 같은 인물이었던 것. 이로서 살인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중간의 집에 머물렀던 조 윌슨의 행동과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는 왜 중간의 집에 머물러야했고 그를 죽인 자는 과연 누구일까?

 

 

살인자를 추적할 때 필요한 단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살인현장에 남겨진 타이어 자국과 접시 위에 남겨진 성냥개비 여러개 그리고 불에 그슬린 코르크... 그 미미한 단서를 시작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엘러리 퀸. 작은 단서로 놓치지 않고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는 그의 논리적이면서도 치밀한 수사기법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엘러리 퀸 시리즈의 특징일까? 법정씬이 매우 팽팽하고 긴장감있다. 피고인을 변호하는 빌과 중요 증인들을 감싸는 검사 폴린저의 법정 다툼은 굉장히 논리적이면서도 동시에 격렬하여 독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들의 대화에 몰입하게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승리를 예상하고 피고를 구할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어이없는 배심원의 뒤집기로 상심에 빠진 변호사 빌... 앞으로 이 사건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1930년대에 쓰여진 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플롯을 자랑하는 중간의 집. 엘러리 퀸은 셜록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추리능력을 지녔고 그의 수사기법은 뛰어나다. 성냥개비를 시작으로, 쪽지와 제시카의 딸인 안드레아가 사건과 관련되어 있음을 이끌어내는 퀸. 그리고 안드레아에게 빌이 연모의 감정을 가지고 있음도 눈치챈다. 누명을 뒤집어쓴 채 억울한 감옥생활을 하고 있는 피고를 구하기 위한 그들의 여정은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늪 에 빠진 듯 점점 스토리에 빠져들게 만드는 엘러리 퀸의 < 중간의 집 >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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