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한국추리문학선 7
한수옥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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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다 읽어 나가면서 든 생각은 ‘내가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 있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 “ 였다. 만약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이성과 감정의 문제 사이에서 괴로워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들, 그래서 더욱 더 화제가 되었던 영화들인 도가니, 한공주, 그리고 소원 등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연쇄살인과 각 인물간의 과거와 현재시점이 이야기로 진행되고, 서로간의 얽힌 사연들로 하여금 실타래를 천천히 풀어가면서 참혹하고 끔찍한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 된다.


“인간은 누구나 가슴속에 짐승을 한 마리씩 가두고 산다.

포악하고 잔인하고 무서울 것 또한 없는 그 짐승은

이성과 도덕심과 타인의 시선이란 우리에 갇혀 무기력하게 숨이 있다가

어떤 계기로 봉인이 풀려 버리기도 한다.”(p.8)

시작은 살인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3건의 엽기적인 사건. 살인자는 여성의 가슴을 도려내고 그 위에 박쥐 모양의 목각인형을 남긴다. 오직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피해자간의 어떠한 접점도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범인의 단서와 흔적도 찾기 못한다.

이 사건을 조사하는 강력2팀 팀장 강재용은 이 목각인형을 어디서 본 듯하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편 수사팀은 조사를 통하여 피해자들이 모두 희망보육원에 아이를 버린 이력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어두운 표정의 아이들. 이 보육원을 둘러싼 과거의 피해자와 현재의 피해자를 통해서 범죄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제 점점 진실의 문에 가까워지게 된다.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날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부모가 없어서 또한 키울 능력이 되지 않아서 보육시설에 아이들이 맡겨지고 인간의 탈을 쓴 짐승에 의해서 어린 여학생들이 그들의 욕망에 희생양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미성년자에 의해서 2차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다.

“ 애들이, 애들이 아니었다. 어른보다 더 잔인했다.

어찌 학생 신분으로 이런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는가?

민지의 상식으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중1짜리 어린 애를 집단으로 겁탈해 저 지경을 만들어 놓고 동영상까지 찍다니?

그걸로도 부족해 인터넷에 깔아 버린다고 협박하다니?(p. 312)


현재 국회에 소년원 송치 제한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그러나 청소년 범죄로 인한 국민적 공분이 사그라지면 관련 논의도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진다. 그 사이 피해자인 미성년자들의 상처는 더 깊어진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죄인처럼 살아가고, 가해자는 떳떳하게 살아가는 이상한 사회.

청소년 범죄자들의 미래와 인권과 걱정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중대함과 엄격한 법의 잣대를 보여줌으로써 댓가를 치룬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성범죄 관련 친고죄 조항이 삭제되어 증거만 있으면 처벌이 가능한 것은 정말 잘 한 결정이다.

“박쥐는 모성이 강한 동물이래.

어둠 속에서도 자식을 정확히 찾아서 젖을 먹인대.

우리 엄마도 박쥐처럼 날 찾아왔음 좋겠어.

언제 어디서나 날 알아봐 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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