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게일 허니먼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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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을 잘하고 직장동료들과 컵을 공유하지 않는 여자, 가슴 무게를 저울에 재어보고 정확히 몇 킬로 때문에 허리가 아픈지 의사에게 호소하는 여자 엘리너 올리펀트. 영국인스러운 냉소적인 유머를 가지고 있어서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킬킬거리며 웃게 만드는 그녀. 특히 저울로 가슴을 재던 장면이나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던 장면은 독자들로 하여금 박장대소를 이끌어낸다.

" 의사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목을 큼큼 풀었다. 어떻게 그걸....."

" 주방 저울로요. 그냥 그 위에.... 한쪽을 올려놨어요. 양쪽 다 잰 건 아니고, 무게가 대략 같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

" 그녀가 천 끝을 잡아 빠르고 과장된 동작으로 쫙 떼어내자,

깔끔하고 눈이 확 떠지는 아픔이 뒤따랐다. "

" 모리투리 테 살루탄트 ( 곧 죽을 자들이 당신께 경배드립니다 라는 뜻의 라틴어 )

 ,, 내가 조그맣게 읊조렸다."

자꾸 괜찮다 괜찮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길래 꼼꼼하게 읽어보니 그녀는 일상을 버텨내기 위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독자의 눈에는 그녀가 정확하게는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 엘리너 올리펀트 넌 아주아주 괜찮은 사람이고 이 정도면 멋진 인생을 살고 있어."

음... 그런데 사실 괜찮지 않은 모습이 보여서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엘리너 올리펀트.. 일단 직장 동료들과의 대화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녀는 그들이 자신을 왕따시키는게 아니라 자신이 그들을 왕따시킨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일종의 수감시설 ( 감옥인가? ) 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하나 밖에 없는 딸에게 전화해서는 그녀를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걸 좋아한다.

" 너는 내 안에서 자랐어. 네 치아, 네 혀, 네 자궁경관, 그 전부가 내 세포, 내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거야.

 

 내가 네 안에 어떤 작고 놀라운 걸 자라게 남겨뒀는지,

 

 어떤 코드를 작동하게 해뒀는지 누가 알겠어? 유방암? 알츠하이머? 두고 보자고."

그녀는 왜 생겼을지 궁금한 흉터를 얼굴에 가지고 있다. 왠지 엄마와의 과거에서 생긴 것 같은데 그것 때문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꼭 한번씩은 쳐다보고 간다.. 엘리너 올리펀트에게 물어보고 싶다. 괜찮지 않은 거 아냐??

엘리너를 지켜보고 있으면,, 그녀가 다른 사람과 다른 매우 독특한 사고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들과 일부러 섞이지 않으려는 건지 혹은 섞이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있는 건 아닌지,, 혹시 이 여자 감정이 너무 메마른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녀의 마음 속 어떤 부분이 고장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사무실에서 아무하고도 친하지 않고 그 누구하고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 그녀가 사무실 밖에서 레이먼드라는 직원을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런데 레이먼드를 묘사하는 그녀의 시각이 음... 확실히 레이먼드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 어린이들이나 작은 곰인형만 입는 더플코트를 차려입은 레이먼드

- 잇몸질환을 일으키고 피부를 주름짓게 만드는 흡연 습관이 있는 레이먼드

레이먼드를 피하기 위해서 다른 길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횡단보도에 서 있던 그들 앞에서 한 노인분이 갑자기 쓰러진다. 레이먼드가 급하게 움직이면서 노인의 안색을 살피고 구급차를 부르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엘리너는 마음 속에서 감정변화가 꿈틀꿈틀대는 것을 느낀다. 그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쓰러진 이 노인에 대한 염려.. 인간에 대한 동정심... 엘리너는 레이먼드와의 만남을 계기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인가?

" 놀랍게도 어떤 감정을 느꼈는데, 이 낯선 노인에 관한 염려와 걱정이었다 ."

끊임없이 말장난을 하는 그녀, 자기 뒤에서 험담을 하는 직장 동료들을 무시하지만 몰래 상처받는 그녀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대로 만나보지도 않은 연예인과 피자를 함께 나누는 공상을 하는 그녀.... 엉뚱발랄하고 귀엽지만 너무 외로운 엘리너 올리펀트. 티저북뿐만 아니라 원본으로도 그녀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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