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 -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우울, 불안, 공황 이야기
제시카 버크하트 외 지음, 임소연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당신은 혼자가 아니고

당신 잘못으로 생긴 일도 아니며

이 터널 끝에도 빛은 있다

 

이 책은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겪을 수 있는 마음의 질병 - 우울, 불안, 공황 -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31의 입을 빌어서 표현되고 있어서 심리학 서적이라기 보다는 그냥 여러편의 단편 문학이 모인 소설집처럼 느껴진다. 몸에 발생하는 질병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병도 예방과 치료 그리고 관리만 잘하면 극복해낼 수 있는,, 그냥 질병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을 마치 외계인처럼 취급하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 괜히 입을 열었다가 수치심을 느낄 만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건 문학상을 받은 작가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들은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일 혹은 가족과 친구의 일을 고백한다.

 

나는 대학시절 약간의 불안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 같다. 지금 뒤돌아보면. 사람들을 만나는게 편하지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땐 일어나서 활동하는 것 조차 어려웠으니 심각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땐 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겉으론 밝고 활발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엄청 많이 했고 일부러 사람들을 더 만났으며 남들보다 더 크게 웃었다. 속으로는 내내 울면서.

 

신시아 핸드라는 작가가 쓴 [ 행복한 얼굴을 한 가면 ] 편에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계속 자살 얘기를 했던 친구와 결국 자기 손으로 생을 마감해버린 남동생 이야기가 나온다. 친구는 어둠을 벗어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남동생은 그렇지 못했다.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고 잘생긴 얼굴에 운동도 잘했던 동생... 그는 완벽하게 행복한 척 가면을 써왔던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사실 지인들에게 우울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나의 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고 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순간 나의 자아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안기기 전에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생각했던 것보다 주위 사람들 - 가족, 친구, 지인들 - 은 우리들에게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까.

 

그녀는 말한다.

 

" 당신이 괜찮지 않다는 것을 모른다면, 사람들은 당신을 도울 수 없다.

그러니 행복한 가면을 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보여주라.

그리고 당신에게 누군가 힘든 상황을 털어놓으면 귀를기울이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라.

어쩌면 상대가 갇힌 어두운 터널 안에 당신이 한줄기 빛을 비춰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녀 외에도 모린 존슨이라는 작가는 한때 불안증과 공황발작에 시달렸고 사라 자르라는 작가는 병적으로 낮은 자존감 때문에 카페 화장실에 들어가 자신의 뺨을 후려쳤던 과거를 고백한다. 로런 올리버란 작가는 어릴 때부터 심각할 정도로 자살 충동에 시달렸으며 레이첼.M. 윌슨이라는 작가는 자신이 ADHD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 를 앓는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쯤되면 과연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까? 궁금하겠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잘 극복하여 살고 있다.

 

공통적으로 그들이 하는 일은, 과도하게 일을 하지 않고, 적절한 수면을 취하며, 산책이나 요가와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카페인이나 설탕과 같은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음식은 되도록이면 제한하는 식습관을 취했다. 그들 중에서 나는 로런 올리버가 한 말에 매우 큰 공감을 하였다.

 

" 개인적으로 나는 정신질환이라는 용어를 '정신적 말더듬' 으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정신적 말더듬은 힐난하는 어감은 물론, 종합적으로 모든 질병을 기술한다는 느낌도 덜하다.

정신질환이 있다고 하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같이 들리지만,

정신적 말더듬이 있다고 하면, 글쎄... 살면서 말더듬는 실수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나?"

마치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모임에 나와서 허심탄회하게 마음의 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해서 읽기가 편하고 좋았다. 작가들의 증상을 읽어보면서 심리적 문제가 매우 다양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살아가면서 나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적 심리서적보다 쉽고 재미있는 책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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