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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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가가 시리즈는 < 기린의 날개 >를 통해 알게 되었다. 어두운 가족사를 가진, 그러나 천재적인 추리력을 가진 형사 가가. 다른 시리즈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 기린의 날개 > 가 생각나면서 매력적인 등장인물인 " 가가 " 를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시리즈물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등장인물이 성장하면서 동시에 능력을 발휘하길 바라는 마음과 사건과는 별도로 본인이 가진 가족 혹은 개인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는 마음을 동시에 가진다. 비극적인 가족사를 가진 가가 형사를 바라보는 독자의 마음도 같지 않을까?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은 탄탄한 스토리 플롯과 치밀하게 깔린 복선으로 유명하다. 특히 트릭을 현란하게 사용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예상치 못한 반전에 무릎을 치게 만드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작품 < 기도의 막이 내릴 때 > 는 좀 더 전통적인 추리 소설? 정통 수사기법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건을 휘감는 트릭보다는, 미궁 속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활약하는 사복형사들의 탐문 수사법이 빛난다고 해야 할까? 안개에 가려진 듯, 도저히 내막을 알 수 없는, 사건을 해결할 만한 단서가 미미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경찰에게 주어진 결정적인 단서는 바로 살인 피해자들과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듯한 사람인 아사이 히로미라는 연극 연출자이다.

 

가쓰시카구 고스게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여성 한 구의 시신이 발견된다. 그녀의 이름은 오시타니 미치코. 부검 결과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이다. 시신의 목 주위에 끈으로 조른 흔적들이 보인다. 타살 가능성이 짙다고 본 경찰은 특별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녀가 자신의 집이 아닌 별 연관이 없어 보이는 낯선 남자의 집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 남자의 이름은 고시카와 무쓰오. 그는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한편 오시타니 사건과 거의 비슷한 날짜에 노숙자로 추정되는 남자가 하천 둔치에 있는 오두막에서 불탄 채 발견된다. 그러나 그의 실제 사인은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이다. 오시타니 사건과 비슷한 방식으로 타살된 그 시신을 두고 그녀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부분에 무게를 두고 경찰들이 집중 탐문 수사에 들어가는데...

 

현재 경찰은 오시타니 미치코와 중학 동창이었던 아사이 히로미라는 여성과 피해자가 발생한 집에서 발견된 달력, 그리고 거기에 쓰인 다리와 관련된 메모를 제외하고는 별 단서가 없다. 가가를 비롯한 형사들은 아사이 히로미의 30년 전 중학교 시절에 일어났던 일을 중심으로, 그리고 불에 타 죽은 시신의 몽타주를 들고 적극적인 탐문 수사에 들어간다. 히로미의 어머니의 가출과 파탄난 집안, 자살한 아버지 그리고 그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중학교 때 선생님까지... 메마른 땅에 조금씩 물줄기가 솟아나듯 조금씩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 엄청난 비밀을 품고 있는 아사이 히로미. 그녀는 도대체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을까?

" 얼마 전에 아는 간호사분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그랬답니다.

저세상에서 자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

그럴 수만 있다면 육체 따위는 없어져도 좋다고요.

부모란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존재를 소멸시켜도 좋은가 봅니다.

히로미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이것이 마지막 가가 시리즈라니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가가가 신참자가 되어 니혼바시 일대를 맴돌았던 이유를 알게 되어서 속이 시원하다. 가출했던 어머니가 이번 사건에 연관되었던 사실을 알고 뛰어들었던 것인데 결국엔 사건 해결에 한몫을 하고 집을 나가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도 알게 되었으니까. 이 책을 계기로 처음부터 다시 형사 가가시리즈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사에는 냉철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 가가. 그를 한 번 더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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