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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줄까? - JM북스
유키 슌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세일러 교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이 누구를 미는 듯한 동작을 하고 있다. 제목과 표지까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러 생각이 들지만 혹시나 드는 좋지 않은 생각들...
왕따나 따돌림 현상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한국의 경우도 왕따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왕따와 따돌림을 소재로 한 소설 [ 밀어줄까? ]. 그런데 더 공포스럽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이 소설은 " 살의가 없이도 사람은 죽을 수 있다 " 라는 사실을 증명해보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최근 묻지마 살인 사건이 많아지는 추세라서 그럴까? 보통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는, 사회나 공동체에 불만이 쌓이거나 아니면 아예 정신병을 가진 경우, 혹은 가까운 사람과 갈등을 빚은 경우인데... 살의가 없는데 사람이 죽을 수 있다니..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달리기를 좋아하여 육상부에서 활동하는 잇페이. 나름 원만한 학교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던 중 동급생들의 왕따 때문에 등교거부를 하던 마유코가 오랜만에 다시 학교에 나오게 되고, 그녀가 학교에 나오고 부터 심상치 않은 의문의 사건들이 일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반 친구인 류 카즈히코가 등교 중 차에 치이고, 끝내 사망한다. 이를 목격한 잇페이의 친구인 토모야는 큰 충격을 받고 등교를 거부한다. 그리고 사소한 이유로 시작되는 주인공에 대한 지독한 따돌림과 괴롭힘....
“나는 매일매일 마음의 전압이 낮아지는 것을 느꼈다. 공부를 해도, 부활동을 해도, 토모야에 대해서도, 전부. 육체적인 고통은 근육을 단련하면 어떻게든 버티는 게 가능하겠지만, 정신적인 고통은 어지간해선 지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잉지잉 열을 내면서 곪아터져 근질근질해진다.”(p. 176)
사실 어른들도 직장 내 따돌림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경우가 최근에 많이 생겼다. 그런데 중1학생인 주인공의 정신적 고통은 오죽 하랴??? 주인공에게 있어서 동급생들의 따가운 시선과 행동들은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주인공이 서서히 무너져나가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리고 아이들이 고통받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학교 교사들의 미온적인 태도가 이상하다고 느껴지고 분노도 느껴졌다.
“네가 맘대로 죽으면 곤란하거든.”(중략)
“그게 무슨 말이야?”
“아직, 게임은 안 끝났거든.”(p183~184)
자신에 대한 괴롭힘과 동급생들의 갑작스러운 사고와 사망. 그리고 마유코의 뜻을 알 수 없는 질문들. 주인공에 대한 심한 따돌림과 괴롭힘 그리고 아이들의 잇따른 사망사건 사이에 관련이 있는 걸까? 이유 없는 악의에서 시작된 행동들은 호숫가에 던져진 돌맹이처럼 파급효과를 불러오고
학급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면서도 미온적인 태도만 보이는 담임교사의 모습,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의 내용을, 어쩌면 모두 거짓일 수 있는 내용을,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진실로만 받아들이고 ‘나만 아니면 된다.’식의 왕따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 이런 내용들을 읽어나가다보면 잔인한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전부 너 때문이니까”
살의가 없어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니!!! 경악할 만한 이야기이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러나 우리는 주위에서 심심찮게 그러한 예를 볼 수 있다. 단지 자신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마치 파리 목숨처럼 쉽게 남의 목숨을 빼앗는 일부 사람들.... 이 책에서도 사소한 계기로 사건들은 발생한다. 아주 평범한 학생이 큰 죄의식 없이도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몸이 떨려온다. 그 무지몽매한 사악함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 밀어줄까? ]..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그렇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개인인가 사회인가...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