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받으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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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신이 멈추면 나는 살아있는 귀신이 될 터이다. 귀신이 되어 내 반드시 네놈의 집안을 찾아가 살아 있는 것이든 죽어 있는 것이든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나이 든 것 어린 것, 부녀자와 하인은 물론이며 가축, 애완물조차 남김없이 도륙을 낼 것이야! 네놈 선산을 찾아가 너를 낳은 조상의 무덤을 파헤치고 뼈를 흩뜨릴 것이며, 네 후손들에게서 가문의 더러운 피를 뽑아내 개와 닭에게 마시게 할 것이야! " (13쪽)

 

100년 넘게 내려오는 한 시골마을에 내려진 저주 이야기. 1876년에 벌어진 사건과 100년 이후인 1976년의 사건이 교차를 이루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끝나지 않은 피비린내를 풍기는 이 소설은 각 장면에 대한 묘사가 대단히 생생하고 적나라하다. 좀비영화도 잘 보는 내가... 책을 읽다가 중간에 덮기도 했다는 사실. 일단 밤에 봐서 그럴거라고 변명은 해보지만.. 글쎄. ( 사실은 엄청 무서운 장면이 많았다 )

 

작가의 노련미가 매우 돋보이는 구성이라고 해야할까? 그냥 마구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미스터리와 공포, 스릴러가 적절히 혼합되어 있다. 스토리가 매우 짜임새 있고 탄탄하게 느껴진다. 계속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사건들이 연속으로 터지는 바람에 밤을 꼴딱 새면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위에서 얘기했듯 이 소설에서는 마을에서 발생하는 이상현상에 대한 묘사가 엄청나게 사실적으로 구현된다. 굿판에서 벌어지는 각종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하고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이상현상 ( 귀신의 출몰 등등 ) 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는 듯 하다.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걸까? 점이나 굿 같은 무속 신앙에 믿음이 없었던 나는 귀신이나 신과 같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가진, 소위 그 힘이라는 것의 실체에 대해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는 순간!!! 무속신앙이라는 것의 본질이 도대체 뭔지 의문이 생겼다.

 

때는 1876년, 사학에 물든, 즉 천주교를 이끈 대역죄인이라 하여 장일손이라는 자에게 참수형이 내려진다. 그에게 사형을 명령하는 이는 섭주의 현령 김광신이다. 그러나 장일손은 주장한다. 자신은 천주교인이 아닐 뿐더러 김광신은 자신의 신앙을 따르던 사도였다고.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망나니 석발의 서슬퍼런 칼 앞에서도 기가 죽지 않는 장일손. 머리가 잘려나가는 그 순간까지 그는 망나니 석발과 김씨 일가를 저주한다.

 

" 망나니 네놈을 먼저 데려가겠다! 서서히 피가 말라 죽어갈 네놈을 보면 김광신은 나의 저주가 거짓이 아님을 똑똑히 알게될 것이야. 하하하하!"

 

한편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76년. 작은 마을 섭주를 기독교 신앙으로 이끌고 싶어하는 열정적인 젊은 목사 김정균이 마을에 부임한다. 그런데 마을엔 언젠가부터 이상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무녀의 딸인 묘화,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던 그녀가 예수님을 영접했다는 소문이 퍼진다. 묘화는 성경책을 들고 교회에 나오고 싶어하지만 그녀의 성경책을 빼앗아 던져버리는 아이들.. 그러던 어느날 호수에서 멱을 감던 묘화의 눈 앞에 황금빛 십자가가 다가온다. 묘화의 표정은 환희로 가득 차고....

 

" 그것은 광휘의 강림, 기적의 실현이었다. "

" 이 성물은 단 한 사람, 내 딸에게 내린 물건이다. 그러니 너는 다른 이의 훼방을 멀리하고 신의 딸임을 스스로 증거하라 ."

 

일찌기 예수님이 기적을 행하였듯, 황금빛 십자가를 품에 안은 그날 이후로 묘화는 신통력을 발휘한다. 묘화가 기도를 해준 덕분에 앉은뱅이였던 조필순 노인이 뛰어다니고 백수였던 파천댁의 아들이 직장에 입사를 하게 된다. 거지나 다름없던 어부 이바우는 그물 가득 물고기를 잡고는 현명해진 상태로 세상에 나아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무속신앙과 관련하여 비밀을 가지고 있던 젊은 목사 김정균은 의심을 품는다. 묘화의 신통력이란 대중을 홀리는 삿되디 삿된 것일 거라고....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대박을 터트릴 것 같은 소설이다. 100년전 내려진 마을에 대한 저주의 힘이 발현되는 순간,, 피의 잔치가 벌어진다. 젊은 목사 김정균이 기독교로, 예수의 힘으로, 사람들을 참된 길로 이끌어보려 하지만 이미 삿된 기운의 덕을 입은 마을 사람들의 광기를 멈출 수는 없다. 귀신의 힘으로 일어난 자, 귀신의 힘으로 망할지어니... 그러나!!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소름돋는 결말을 이끌어낸다. 과연 무엇이 진짜 참된 종교인가? 무엇이 삿된 것인가? 자꾸만 묻게 되는 소설 [ 신을 받으라 ].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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