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안전가옥 오리지널 1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양한 얼굴을 가진 불행. 각자의 이유로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즐거움과 기쁨이 넘쳐흐를듯한 놀이공원 뉴서울 파크에 모였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인가? 그런데 그들 앞에 나타난 젤리 장수. 그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모습으로 나타나 달콤하고 향긋한 향을 풍기는 젤리를 나눠준다. 그리곤 기다린다 젤리의 파괴적인 효력이 드러날 때까지.

 

 

안전가옥 출판사의 장르소설 [ 뉴서울 파크 젤리 장수 대학살 ]을 읽었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창작자와 스토리 PD 가 협업하는 ‘ 프로듀서 시스템 ’으로 이야기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보다 창의적인 작품을 탄생을 위해서 여러 명이 협업하는 시스템 덕분에 이렇게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면,

 

 

 

어른스러운 아이 유지는 허구한 날 싸우는 철없는 부모를 둔 아이이다. 놀이공원에 와서도 어린 유지는 신경 쓰지 않고 싸움에 열중한 부모를 보며 한숨짓는 사이 유지는 왠지 얼굴의 형체가 뚜렷하지 않은 한 남자가 젤리를 나누어주는 상황을 발견한다. 그는 젤리를 나누어주며 말한다.

 

 

 

“ 그 젤리를 나눠 먹으면 부모님이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야 ”

 

 

사준은 뉴서울 파크에서 마스코트인 꿈곰이 탈을 쓰고 공연하는 직원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거나 힘들 때마다 그가 외우는 주문이 있다. 그 주문을 외울 때마다 힘을 얻는 사준.

“ 이번에 들어올 월급이 180, 추가 퍼레이드 뛴 거 합하고 거기서 통신비 10에 식비 20을 빼고 생활비를 30이라고 치면 남는 돈은 대략 ○○○, 계좌에 있는 돈에 그걸 합치면 ○○○, 매달 최소 이만큼 적금 넣는다 치면 1년이면 얼마지. 서울에 집을 구하려면 얼마가 더 있어야... ”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사이트에 접속하고 설탕가루를 흘리고 다니는 골칫덩이 룸메이트인 영두가 사준에게 돈다발을 쥐여주며 부탁을 한다. 자신과 어떤 여인이 만나는 장면을 찍어달라고.... 그런데 함께 따라나선 사준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고시원에서 만나 사랑을 키운 커플 다애와 재윤. 사이가 조금 멀어졌던 그들은 오랜만에 놀이공원인 뉴서울 파크에서 만난다. 그러나 좋아하는 다애와는 달리, 재윤이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다. 그 표정을 모른척한 다애의 눈길은 누군가가 파는 젤리에 닿았다.

 

 

 

“ 예쁜 커플이네. 이 젤리 먹으면 절대로 안 헤어져요. 마법의 젤리라니깐. 평생 꼭 붙어살아. 진짜야 ”

 

 

현경은 청소업체의 사장이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사악한 힘을 부리는 신을 모시고 있다. 그녀가 신을 모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신은 한때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자신을 위해 어리석은 인간들을 처단해주었다. 이제 더 이상 소심하거나 우유부단한 예전의 그녀가 아니다. 그런데 그녀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이상한 댓글이 달리며 그녀의 종교활동을 방해한다?!

 

 

 

뉴서울 파크에서 젤리를 나눠주던 정체 모를 젤리 장수. 그가 하는 말은 하나같이 젤리처럼 달콤하다. 삶의 무게로 끙끙대던 사람들은 잠시나마 문제를 잊기 위해서 젤리와 젤리 장수가 하던 말에 기댄다. 마치 그걸 먹으면 그들이 갖고 있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처럼. 그러나 사람들이 몰랐던 것이 있었으니... 젤리에는 파괴적인 힘이 들어가 있다는 것.

젤리와 죽음.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사람들의 손에 쥐어진 젤리는 죽음의 대향연을 펼친다. 칼도 아니고 총도 아니고 젤리라니 너무 소프트한 무기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젤리를 보라. 상상치도 못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한다. 뉴서울 파크 곳곳에서 흘러내리고 물컹거리는 젤리가 바다를 이루면 그 뒤에서 젤리 장수 곧 젤리의 신이 웃고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서...

" 어쨌든 소원을 이루어주긴 했잖아..."

 

 

젤리라는 평범한 소재이지만 독특한 이야기의 전개로 인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오랜만에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친 기분이 든다. 그런데 동시에 앞으론 젤리 냄새가 더 이상 달콤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 [ 뉴서울 파크 젤리 장수 대학살 ] 을 통해서 달콤하지만 썩은 듯한 죽음의 젤리 냄새를 맡아버려서 그런가... SF 와 판타지가 골고루 섞인 듯한 책. 특이한 이야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