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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마스터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생애의 마지막에 게임을 벌인 한 남자와 탈주의 막다른 골목에서 게임을 벌인 다른 한 남자 이야기. 그러나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게임을 벌인 한 남자에 비해 다른 남자는 우연에 의해 게임판을 벌이게 된다. 자신 혹은 누군가의 죽음을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 무시무시한 그들의 게임 속으로 들어가 보자.
" 먼저 당신 마음속에 죄책감이 들기 시작할 거야. 슬그머니.
그리고 그 감정이 당신 속을 갉아먹기 시작할 거야. 서서히.
그러다 벌을 받는 순간이 찾아올 거야. 내가 내리는 벌.... "
모르간이라는 한 여배우는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자신의 팬이 유산을 남겼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집을 방문한다. 그녀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오벵 메닐이라는 남자는 모르간에게 자신의 주택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신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함께 남겼다.
" 맞아, 모르간. 당신은 내 삶을 바꿔놓은 당사자야.
당신은 당신이 내 삶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상상도 못 할 거야 "
그러나 이 감동적인 장면에 찬물을 꺼얹은 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모르간의 남편 마르코이다. 모르간의 온몸 구석구석 멍이 안 든 곳이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심한 신체적 학대를 가하는 남편 마르코. 그는 모르간이 한적한 곳에 있는 오벵 메닐의 주택에 가보려 하자 굳이 동행하려한다. 그의 속셈은 무엇일까? 그곳엔 경호원도 없고 그녀가 무슨 일을 당하든 목격해서 신고해줄 사람도 없다. 마치 먹잇감을 바라보는 포식자의 눈빛을 한 채 그녀를 바라보는 마르코. 과연 모르간은 괜찮을까?
1편을 읽고 난 뒤 느낀 점은... 결코 죽음도 그들을 갈라놓을 수 없었다는 것? 모르간에게 지나치게 집착한 집착남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모르간이 당연히 받아 마땅한 것을 선사한 합리적인 남자라고 해야 할까? 모르간과 그녀의 남편 마르코에게 주택 외에도 예상치 못한 선물을 남긴 오벵 메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결론에 소름이 돋았다. 저승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오벵이 떠오른다고 해야 하나...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그 미소.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정신병원을 탈출한 막심 에노라는 연쇄 살인범이 등장한다. 간호사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을 죽이고는 일반인을 가장한 채 거리를 활보한다.
한편 장애 아동들을 데리고 한적한 지역으로 소풍을 가는 인솔 교사 소니아. 그녀는 2명의 남자를 기다린다. 버스 기사와 레크리에이션 강사. 두 명의 남자가 연속으로 도착하고 버스는 출발하지만 분위기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버스기사는 2번이나 시동을 꺼뜨리고 레크리에이션 강사는 자신이 들고 있는 짐을 마치 남의 것인 양 바라보는데.....
" 기분이 희한할 만도 하지. 호랑이가 어린 양하고 같은 무리에 섞여 있으니....
그저 송곳니를 감추고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만이야 "
" 내가 바로 공포라는 존재란다 "
" 어둠과 침묵 앞에서는 모든 게 명확해지거든.
그리고 모든 게 무자비해지는 거야.
밤은 우리에게 죽음을 준비해 주고 있어.
아주 조금씩. 매일 밤. 아주 조금씩"
6년간 정신 병동에 갇혀있던 막심 에노는 피에 굶주려있는 상태였다. 그는 자신 아닌 그 누군가로 ( 버스 기사 혹은 레크리에이션 강사 )로 위장한 채 양 떼처럼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 사이에 섞여있다. 마침내 그의 소재가 경찰에게 파악되고 그를 정신병원에 처넣었던 얀 뒤몽티에 반장이 달려오지만 아이들을 살릴 수 있을 시간이 과연 있을까?
하루 사이에 발생한 짧은 이야기를 시시각각으로 묘사하여 급박하고 긴장된 상황이 잘 표현된 두 번째 이야기 < 사랑스러운 공포 >. 마치 곧 잡아먹힐 양 떼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늑대의 중얼거림과 혼잣말 때문에 극적 긴장감은 더해진다. 특히 그가 이미 아이까지 죽여본 잔인한 살인범이라는 사실은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기도를 하게끔 만든다. 제발 아무도 다치지 말기를....
카린 지아벨의 2편의 짧은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 < 게임 마스터 >. 그녀는 < 유의미한 살인 >이라는 소설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답게 짧지만 탄탄한 구성과 놀라운 반전이 담긴 이야기로 독자들을 놀라게 만든다. 심리 스릴러 작가답게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심리 변화를 자세하게 묘사한 점도 돋보인다. 그들의 심리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꽤 쫄깃한 재미를 준다. 이 여름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게 만드는 좋은 단편집을 한 권 읽은 것 같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