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담아줘 새소설 2
박사랑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내가 너를 아끼게 되리라는 걸. 너는 또 하나의 기적이 되어 내 안에 자리했다는 걸. 네가 왜 좋았는지 그때는 몰랐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나는 너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

그를 만난 순간,, 나는 느꼈다. 그를 위해선 별도, 달도, 그리고 태양도 따다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갈 거라는 것을.

이 책 [ 우주를 담아줘 ] 는 10년째 아이돌을 따라다니면서 소위 덕질이라는 팬활동을 하고 있는 세 명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디디, 엥, 그리고 제나는 10년전 같은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공통점으로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빈약해 보일 수 있던 그 우정은 10년이란 세월동안, 스타의 성장과 더불어, 굳건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처음에 책을 잡았을 땐, 나도 한때 발을 담그었던 덕질 세계에서 남용되던 특수어들을 발견하고 킬킬거리는 재미로 책을 읽었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뭉클한 감정이 가슴 속 깊이 자리잡았다.

일단 특수어들을 조금만 소개하자면,

피켓팅 : 피의 티켓팅의 줄임말, 피 튀기게 티켓팅에 참전하고도 피만 흘리며 패배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생긴 신조어. 0.0005초에 희비가 갈린다

탈덕 : 덕질을 그만 두는 것 ( 그러나 덕후 세계에 빠진 이가 탈덕하기는 매우 어려운 법, "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 라는 진리에 가까운 명언이 있다 )

휴덕 : 덕질을 쉬는 것 ( 그러나 개미지옥인 이 세계에서 오래 떨어져있을 순 없다는게 정설 )

막콘 : 마지막 콘서트. 콘서트를 봤더라도 한번 더 봄, 무조건 봐야하는 콘서트로 팬들 사이에 정해져있음.

작가는 분명히 스스로도 덕질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생생하고 처절하게 팬들의 삶을 잘 그려낼 수는 없는 법!!!! 통장이 텅장이 될지라도 다음 막콘의 티켓팅은 해야 되고, 내 밥은 먹지 않아도 오빠들의 조공은 챙기는 이 팬들의 처절한 삶이 책에 너무나 잘 그려져 있다. 나도 한때는 한 젊은 성악가에 미쳐서 그의 팬미팅 피켓팅에 초등학교 5학년 짜리 조카를 참가시키기도 했다는 사실. 결과는 우리의 우승!!!

이외에도 얼마나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던지 웃다가 눈물이 난 대목이 많았다.

 

 

“ 오랜 시간 터치하지 않아 까매진 화면에 광대를 한껏 올리고 웃는 내가 비쳐서 괴물이라도 본 듯 놀라 스마트폰을 던질 뻔했다. 침착하자, 웃는 오징어 처음 본 거 아니잖아 ” ( 23쪽 )

 

 

최애 ( 가장 좋아하는 ) 스타의 사진을 보다가 자신의 얼굴이 화면에 비친 주인공이 깜짝 놀라는 대목이다. 나도 어두운 방에서 노트북 화면으로 스타의 얼굴을 보다가 갑자기 시커먼 화면에 둥근 달처럼 뜬 내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소리를 꽥 지르며 노트북을 닫았던 경험이 떠올라 얼마나 웃었는지...

인간이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의 색깔은 몇가지 정도 될까? 세어볼 수는 없지만 각자의 경험치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 어른들의 눈으로 봤을 땐 덕질 혹은 팬질로 인생을 낭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그리고 이 책을 쓴 작가의 생각으로는, 덕질이라는 하나의 세상를 통해서 팬들은 다양한 빛깔의 감정을 경험하며 성숙해지고, 인생의 행방을 결정하기도 하고, 삶의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말하자면 스타가 성숙하면서 팬들도 따라서 어른이 되어간다.

" 주주는 나에게 감정의 끝을 알려준 사람이었다. 사랑의 끝, 미움의 끝, 행복의 끝, 증오의 끝, 슬픔의 끝, 분노의 끝, 허무의 끝, 환희의 끝, 주주는 혼자 있는 나의 바다에 바람을 불게 하고 파도를 치게 하고 배를 띄웠다. ( 중략 ) 양극단에 있는 감정이 한 번에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을 처음 배웠다 "

좋아하던 일본 스타의 죽음 기사를 목도한 디디는 회사에 연차를 신청하고 일본으로 날라간다. 일본에서 그와 꼭 닮은 남자를 만나 함께 여행을 다녔던 디디. 그와 다니던 여행 중에 죽은 스타와의 이별식을 끝낸 후 한층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현실로 되돌아온다. 현실은 남루하기 짝이 없다. 회사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누군가가 퇴사를 해야하는 암울한 상황, 전세 주인은 천만원 대로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또다시 살아간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채로,,, 별이고 꿈인 그들은 일상에 갇혀 살아가는 그녀에게 우주를 건네주었다. 비록 우주 주변을 맴도는 행성에 불과한 그녀지만,,, 그녀의 우주에 불을 켜주는 그들에게로 그녀는 오늘도 걸어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