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리튼 키
미치오 슈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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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리 위험한 짓을 해도 이 심장 박동은 빨라지지 않았다 ”

“ 너 같은 사람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 사이코패스라고 해 ”

“ 무섭다는 감정을 나는 느껴본 적이 없다 ”

근래 들어서 흉악한 범죄가 많이 발생하면서 사이코패스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반사회적 인물이거나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사이코패스로 분류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이 사이코패스에 속하는지, 이 책의 작가는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인 히카리의 입을 빌어서 그들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 땀을 자주 흘리지 않는다. 심박수가 낮고, 긴장하거나 흥분했을 때에도 심박수의 증가가 거의 없다. 이 심박수와 반사회적인 행동의 관계성은 의학적으로, 이를테면 흡연과 폐암의 상관성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일설에 따르면 인간은 저마다 최적의 각성도가 있는데 심박수가 낮으면 그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의 최적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 자극을 찾아 반사회적 행동을 취한다 ”

 

사이코패스 성향을 잠재우기 위해 죽어라 심박수를 올리고자하는 남자 “ 사카키 조야 ” 이야기. 그는 우울증 약을 섭취하면서까지 심박수를 올려서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가끔씩 찾아오는 악령과도 같은 공격성은 어쩔 수 없다. 마치 피가 끓어오르는 것처럼, 혈관 속을 파고드는 벌레처럼 마음 속에 스며드는 싸늘한 공격성.

 

" 한편으로는 혈관에 무수한 장구벌레가 들끊는 것 같았다. 그 장구벌레는 아까의 싸늘함보다 더 빠르게 내 내면을 침공해 들어와 냉동된 가슴 중심에 무리 지었다. "

" 장구벌레들이 한시라도 빨리 풀어달라고 날뛰는 소리가 들린다. "

 

술집에서 일하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주인공 사카키 조야.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 어머니는 술집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고 그는 고아원에 맡겨진다. 아버지를 모르는 채로 아스팔트 위의 잡초처럼 거칠게 살아가는 조야. 위의 대화나 독백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사이코패스이다. 남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부류.

 

고아원에서 그가 일으킨 여러 사건들은 타고난 그의 이러한 성향을 잘 보여준다. 고아원 아이들을 괴롭히던 기리카와 선생님의 차 안에 폭죽을 숨겨두어 그가 반쯤 화재에 휩싸이게 한 일, 자신보다 인기가 있는 준페이의 얼굴에 벌겋게 달아오른 고구마를 바싹 들이댄 일 그리고 입양을 갔던 히카리 누나가 그 집에서 몹쓸 짓을 당하고 돌아오자 그 집에 불을 질렀던 일 등등...... 그러고도 죄책감을 느끼기 보다는 아이들이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이상하게 느꼈던 조야.

 

그러던 어느날, 조야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남자를 알아낸다. 알고보니 그는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준페이의 아버지인 다고 요헤이였다. 보통은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고 하지만 조야의 경우 그렇지 않다. 존재할 수도 있었을 그의 다른 일생을 망쳐버린 남자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그를 죽이기로 마음 먹은 것.

 

그런데,, 여기에서부터 엄청난 반전이 발생한다. 어... 하는 순간 밀어닥친 반전. 물론 추리력과 관찰력이 뛰어난 독자라면 이미 알아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는 중간중간 뭔가... 어긋나버린 퍼즐처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하나하나씩 나타나기 때문이다. 책을 끝까지 읽고나서 되돌아보니 단서는 곳곳에 숨어있었다..... 이러한 반전을 미리 알아채지 못한 나 같은 독자는 안타까울 뿐.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가? 혹은 만들어지는가? 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 스켈레튼 키 ]. 사이코패스에 대한 작가의 풍부한 지식이 바탕이 된 이 픽션은, 가독성은 물론이고 어마어마한 반전을 숨겨놓아 독자들을 몇 번이고 놀라게 만든다.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히카리 누나에 의해서 자신이 남과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된 조야는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운명의 장난, 그것도 잔인한 운명의 장난에 빠진다.   조야 주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조야의 목숨을 쥐고 흔들만큼 위협적이고 아슬아슬한 것이라, 마치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마냥 생동감있고 스릴 넘치게 펼쳐진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인 [ 스켈레튼 키 ] 가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 스켈레튼 키 ] 의 의미는  아주 옛날에 만들어진 워드 자물쇠라는, 지극히 단순한 구조의 자물쇠는 스켈리튼 키로 대부분 열수 있었다. 그래서 스켈리튼 키에는 ' 여벌 열쇠 ' 라는 뜻이 있었다.

조야를 고아원에 맡길 때 함께 맡겼다는 청동색의 열쇠.  도대체 이 소설에서 열쇠의 역할은 무엇일까?  스스로를 사이코패스라고 규정하고 냉정한 태도로 삶을 살아온 조야.    스켈리튼이 무엇이든 열 수 있는 " 여벌 열쇠 " 라면 조야의 냉정하고 폐쇄된 마음이라는 " 자물쇠 " 를 열 수 있을까?     소설의 결말 쯤에 다시 등장하는 스켈레튼 키...   예상치 못했던 결말로 이끌어가는 그 열쇠...    여러 장르를 섭렵하고 있다는 작가 미치오 슈스케.   다음엔 어떤 장르로 독자들을 놀래킬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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