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강영혜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나에겐 된장국을 맛있게 끓어주고 물김치를 맛있게 만들어주시는 할머니가 계셨다. 할머니를 바라보면 항상 푸근하다는 느낌? 뭐든지 다 들어줄 것 같은 그런 할머니셨는데 .... 그런데 할머니가 추리를 하여 사건을 해결한다? 이 책 [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 에 나오는 시즈카 할머니는 보통 할머니와는 결이 다른 사람이다. 그녀는 수십년간 재판관으로 재직한 경험을 가진 날카로운 지성을 바탕으로 까다로운 여러가지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주는데....

 

 

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신작 [ 나즈카 할머니에게 물어봐 ] 를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에 있는 할머니라는 단어 때문에 전혀 다른 종류의 사건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할머니네 고양이 분실 사건 이나 누가 할머니가 만들어놓은 음식을 훔쳐갔다던지 하는... 그러나 그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살인과 같은 중한 사건들이 등장하고, 경시청 형사도 해결 못해서 끙끙거리는 사건들에 대해서 단서를 추적하며 시원하게 답변을 내어놓는 천재 할머니 [ 시즈카 ].

 

이 단편 소설의 주요 화자는 경시청 소속 형사인 가쓰라기와 맑은 눈동자와 영민함이 특징인 여대생 마도카이다. 마도카는 시즈카 할머니의 손녀이고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새로운 사건이 난관에 부딪힐 떄마다 가쓰라기는 여대생 마도카의 도움으로 어려운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그런데 마도카의 뒤에서 그녀의 브레인이 되어준 사람은 누구? 바로 안락의자 탐정인 전직 여성 재판관 시즈카 할머니!!!!

 

첫번째 이야기는 가나가와 현경 소속 조직범죄 대책과 과장 구제 다쓰야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다. 그는 지정 폭력단 ( 폭력단 대책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 다른 폭력단에 비해 범죄 발생 비율이 높은 조직이라고 각 지방 경찰청 공안 위원회가 지정한 폭력단 ) 고류회가 상시로 마약을 판매하는 곳인 컨테이너 터미널 주변에서 발견된다. 가슴에 피가 흥건한 채 엎드려서 죽음을 맞이한 구제 과장. 그런데 총탄이 경시청 소속이었다가 가나가와 현경으로 소속을 옮긴 쓰바키야마 경부의 총탄이었다. 동료에게 살해를 당했다는 말인가? 그리고 서 있는 상태로 비스듬히 위에서 총을 맞은 것으로 밝혀진 구제 과장이 엎드린 채로 발견된다. 총탄의 힘에 의해서 뒤로 쓰러질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엎드린 채 발견된 구제 과장..... 그런데 이 모든 단서들이 한 명의 살인범을 가리키고 있다면? 물론 이 모든 것은 시즈카 할머니의 추리에 의한 것이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의 입을 빌어서 작가 본인의 철학이 많이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이 흥미롭다.

 

" 정의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일, 굶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빵을 나눠주는 일이지. 정의는 그걸로 충분해 " ( 27쪽 )

" 어떤 고매한 사상과 신념을 덧씌워도 그것만으로 자신의 동족을 냉철하게 해칠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아. 물론 예외도 있지만 지금까지 법정에서 여러 죄인을 보고 느낀 거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을 죽이려 할 때 사람은 개인으로 돌아간단다. " ( 58쪽 )

" 철이 들 무렵부터 그 사람 나름대로 자연히 행동 규범이 생기지, 성장이란 그런 자신의 규범과 세상의 상식을 맞춰 가는 작업이란다 ." (93쪽 )

 

시즈카 할머니의 도움으로 구제 다쓰야의 살인범을 지목하여 경시청의 스타가 된 가쓰라기. 이번엔 동네 수퍼 스타인 아사쿠라 할머니의 죽음에 관해 조사를 펼쳐야 한다. 그녀는 화려한 옷차림으로 ' 마치다의 레이디 가가 ' 라고 불리는 여인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사인은 두개골 파열. 무기는 도자기 꽃병이다. 집에 있던 물건으로 공격을 당했고 실내에 어질러진 흔적이나 없어진 금품도 없다. 따라서 도둑이나 강도의 소행은 아니라고 짐작된다. 과연 누구의 소행일까? 단서가 있다면 두가지, 그녀가 읽던 패션 잡지의 페이지가 2~3장 찢겨져나갔다는 것과 할머니의 머리가 비교적 컸고 평소에 눈에 띄는 옷과 모자를 쓰고 다녔다는 것.

 

이번에도 시즈카 할머니의 활약이 돋보인다. 할머니의 손녀딸 미오, 할머니의 장녀 쓰루미 히로에, 큰 아들 겐로 등등은 모두 용의자 혐의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평소에 강박적일 정도로 자식을 억압하고 간섭했던 가쓰라기 할머니에 대한 원한 비슷한 감정이 모두에게서 묻어나왔기 때문에.

시치리 작가님의 장편 소설만 읽어왔는데 이번에 단편 소설을 읽게 되어서 새롭고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서가 있긴 하지만 이어붙이기에는 좀 동떨어지는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단서를 연결시켜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시즈카 할머니의 천재성에 감탄했다. 그리고 은근하게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가쓰라기와 마도카의 애정전선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사회에 대해, 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치리 작가님 작품 답게 이번에도 조직과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저격하는 작품들이 단편으로 실려있다. 짧지만 여느 장편 못지 않게 탄탄한 구성력을 보이는 단편들... 꼭 읽어볼 추리 단편 소설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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