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스
제시 볼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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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밝혀져 있듯이, 이 소설의 저자는 다운 증후군을 앓던 형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형에 대한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서 쓴 글이다. 다운증후군이라는 장애가 어떤 것인지, 그런 장애를 앓고 있더라도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른 가족들 못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들을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소설의 내용을 살짝 들여다보면, 주인공은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다. 그런 후 자신도 몹쓸 병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맘 편하게 아내를 따라갈 수 없는 사정이 있다. 그에게는 성인이지만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 온전치 못한 상태로 세상에 홀로 남는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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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내는 항상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했다. 우리 그냥 훌쩍 떠나지 않을래? 아내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아들이야말로 어디론가 떠날 가장 합당한 이유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도 떠나는 걸 꺼려했다.


아무튼 아내 생전에 우리는 떠나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아내의 죽음과 동시에 이제 떠날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이 덮쳐왔다.“(p. 25)


주인공 아버지는 아들과의 여행을 위해 인구조사원이 되어 알파벳으로 된 지역들을 하나씩 방문해 인구조사도 진행하고, 아들과의 추억도 만들어 나가며 북방의 끝인 Z를 향해 나아간다. 그는 아들은 데리고 A~ Z로 이동을 하면서 각 알파벳 마을마다 인구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삶 속에서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집들을 방문하게 된다. 그가 그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 우리에게도 저마다 각자의 삶이 있고,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Z까지 쉬지 않고 가야 할 것만 같았다. Z까지 죽 달리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었다. 동시에 병세가 악화되면서 도저히 Z까지 못 갈 거라는 예감이 짙어졌다. 그러면 어떡하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 되는 만큼, 아무리 하찮아도 되는 만큼 하는 거다.”(p. 224)

 

이 혼잣말에는 주인공 스스로가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음을 나타나고, 사랑하는 아들에 대한 막중한 보호자로서 책임감이 느껴져서 애잔함이 묻어난다.

 

아들은 떠났다. 기차는 가고 기차와 함께 아들도 가고 없다.”(P. 300)

 

장애를 가진 아들과의 마지막 여행.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여행. 이들에게 있어 이별 여행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보다는 서로를 더 알아가고 그동안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서로가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렇게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도 알고 독자도 알기에 뒤로 갈수록 더 마음이 애틋했던 것 같다.

책 뒤쪽에 저자의 가족사진이 여러 장 실려져 있다. 앞에 언급하였던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형과 저자의 다정한 모습이 담겨진 사진들이다. 사진을 보면 저자가 얼마나 형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지가 나타난다. 오랜만에 따뜻하고 감동적인 책을 읽었다. 가족애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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