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60주년 기념 작품집
다비드 칼리 외 19인 지음, 알료샤 블라우 그림, 슈테파니 옌트겐스 엮음, 김경연 옮김 / 사계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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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자신의 집에 들어오게 하는 사람들,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여는 사람들은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친구가 될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언어, 카리브제도나 숲의 도서관 같은 낙원, 어쩌면 외계인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상 60주년 기념 작품집인 <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 을 읽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작품들이 많았어요. 인종차별, 이민자문제, 전체주의 사회의 공포, 사회의 약자에 대한 차별, 등등 성찰을 유도하는 메세지를 던지는 작품들이 있어서 읽고 나서도 여운이 많이 남았습니다.

 

동화의 세계속엔 신비와 마법이 있어요. 비유와 상징을 통해서, 그리고 순수한 어린이의 눈을 통해서,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예민한 주제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펼쳐놓고 있습니다. 어릴 적엔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사실들, 남을 배려하고 포용하고 사랑하는 일들, 이 어른이 되면 왜 그렇게 어려워질까요? 이 책의 제목처럼, 어른들이 볼 수 없는 것을 아이들은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유달리 감각이 발달한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 나의 여섯 번째 감각 > 이라는 이야기엔, 남들에 비해 과도한 감각을 가진 한 소녀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여섯 번째 감각이 유달리 발달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을 볼 수 있어요. 그녀는 사회적 약자 - 부랑자들, 걸인들, 노숙자들 - 에 대해서 유독 편협하고 공격적인 어른의 모습 뒤에 가려진 상처받은 아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불이 켜져있는 벤치에서만 자는 한 남자가 어릴 때부터 어둠을 무서워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에게 전등을 살며시 건넵니다.

 

 

“ 갑자기 난 남자의 엄마가 불러 주던 자장가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남자의 눈이 커다래지더니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다음 주저하며 이쑤시개처럼 가느다란 손을 내밀어 손전등을 받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 몇 개가 빠져 있었지만, 그 미소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 ( 73쪽 )

 

 

상처받은 어린이를 마음에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그걸 알아봐주는 어린이가 있구요. 갈수록 약자에게 냉정해지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그러나 약자에게 손을 내밀고 진정한 관심을 보이는 동심을 보게되어 한편으론 안심했던 이야기였습니다.

 

 

< 태양은 여전히 거기 있다 > 에서는 태양이 가득했던 조국을 두고 온 아를리요와 엄마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햇빛을 사랑하고 수영을 즐겼던 아를리요는 시무룩합니다. 눈이 내리는 추운 나라로 와야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아를리요의 나라에서는 사람이 서로를 총과 칼로 죽이는 무시무시한 일이 발생하므로 갈 수 없어요. 눈을 싫어하는 엄마도 눈을 좋아하는 척하며 이 나라에 머무를 수 밖에 없죠. 그러나 그렇다고 아를리요와 엄마에겐 더 이상 희망이 없을까요? 옆집에 사는 친구인 기젤라와 즐겁게 썰매를 타는 아를리요의 환한 미소 속에서 희망이 반짝거립니다.

 

 

“ 썰매를 언덕으로 끌고 올라가는데, 회색 구름이 갈라졌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를리요는 그 뒤의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 거기 태양이 있었다! 태양은 흐릿하고 작고 아주 멀리 있었다. 아무튼 아주 강렬하게 빛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거기 있었다. 태양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 ( 122쪽 )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인 것 같습니다. 너무 바빠서 여행을 할 수 없다면 책을 통한 여행도 괜찮은 것 같아요.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등장합니다. 인종을 차별하는 무리를 떠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쿠키들의 이야기가 있고 폭압적인 권력을 휘두른 한 리더가 없어지면서 다시 평화로운 삶을 되찾는 거북이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결국은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좀 더 조화롭게, 좀 더 평화롭게 가꾸고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죠. 동화는 치유의 능력이 있어요. 읽는 동안 영혼이 치유되는 느낌? 밝아지고 순수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쁜 현실이지만 시간을 조금 내서, 마법과 신비 그리고 치유가 존재하는 동화의 세상으로 놀러오시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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