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부로 양복점
가와세 나나오 지음, 이소담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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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엉뚱 발랄한 80세 양복점 노인과 현실을 도피하고픈 고등학생 소년의 요절복통 코르셋 혁명 성공기를 그리고 있다. 80세의 나이에 양복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가 나온다는 설정도 독특하지만 그 외에 다른 등장인물들도 매우 개성있다.

 

책 표지에 담겨진 등장인물들을 소개해 보자면.... 우선 유쾌한 이사부로 양복점 주인, 항상 풀이 죽어 있던 고등학생 아쿠아마린과 스팀펑크 아스카, 3인방 할머니들- 오사와, 카토, 스즈코, 디지털 지식이 가득한 사진사 오사와 할아버지, 문헌연구와 고증을 통한 작품을 하는 에로만화 작가인 아쿠아 엄마, 점집을 운영하지만 자수의 일인자인 미나미 할멈, 악당 무리로 상점회 사람인 소마일행과 여성해방운동가 마나베 여사.

 

 

무거운 걸음을 옮겨 등교한 나는 평소처럼 지루한 고등학교 생활을 대충대충 보냈다. ”(p.43)

 

주인공인 아쿠아마린의 현재 상태를 매우 잘 나타내 주고 있는 문장이다. 무기력하고 나른한 아쿠아 마린은 학교 생활이 과히 즐겁지가 않다. 꾸역꾸역 학교를 다니는 그, 학교생활을 함에 있어서 그 어떤 목표의식도 없고 의욕도 없이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

 

이사부로 씨, 혁명을 일으킬 거면 저도 함께하게 해주세요!” (p. 55)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 아쿠아는 학교 등굣길을 오고가다, 오래된 양복점 쇼윈도에 전시된 아름다운 코르셋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호기심으로 양복점을 찾아갔다가 양복점 주인인 이사부로의 강력한 매력에 사로잡힌 후, 양복점 리뉴얼 오픈 계획에 동참하게 된다. 이사부로 양복점 주인과의 만남 이후, 아쿠아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결정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남의 눈치 보지 마. 남과 비교히자 마. 의견을 억누르지 마. 네 인생을 너 이외의 누구에게도 맡기지 마.”(p. 79)

 

보수적인 시골마을의 상점가에 어울리지 않는 양복점의 코르셋 전시..... 이곳 상공회 사람들은 코르셋 전시가 지역사회 이미지를 실추시킨다고 하면서 전시를 계속 반대한다. 하지만 양복점 주인은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는다. 모두가 철저히 규칙을 지키고 살아가는 곳에서 일방적으로 규칙을 깬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러나 비록 어려운 일이지라도, 그 규칙이 부당한 것이라면 규칙을 어길까봐 걱정만 하는 것 보다는 자신의 소신대로 도전해보고 살아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80세가 넘었다면 젊은 사람들에 비해서 더욱 더 편견이 많고 고루한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이 양복점 주인의 유쾌하고 엉뚱발랄한 반항과 도전을 보시라!!!!

 

 

믿을 수 없다. 나는 다시 행렬을 바라보았다. 물론 젊은 사람들이 많지만, 중∙장년도 적지 않았다. 기모노를 입은 사람이 보이는 것은 오피셜 사이트의 효과겠지. 모두 크리스마스의 한산한 하늘 아래에 줄을 서면서까지 이사부로 양복점을 구경하고 싶어했다.(p. 419)

 

 

비교적 술술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소설속의 의복에 대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아서 조금 읽기가 어려웠다. 로코코 양식 등 프랑스 의복이나 배경에 대한 전문적인 단어들이 있다보니 배경 지식을 찾아가면서 읽어야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코르셋 혁명의 이유이기도 한 의료용 코르셋이 있는 있다는 사실을 이번 소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사실 결말은 빤히 보이는 편이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찝찝하지 않아 좋았다. 그리고 등장인물들 각각이 섬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어서 그들의 삶에 몰입하기가 쉬웠다. 이렇게 개성있는 사람들이 모이니까 한 권의 재미있는 책이 탄생하는구나!! 싶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보니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그들의 평소 행동들이 막 떠올랐다.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재미나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소설, 이사부로 양복점,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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