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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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에 의해 순식간에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그를 중심으로, 집요하게 사건을 뒤쫓아 정의를 밝혀내려는 기자 김정혜, 온갖 양아치 짓으로 돈을 버는 폭력 조직의 대장 박창우, 대중을 좌지우지하며 권력에 대한 욕망을 실현하려는 정치인 장무택의 이야기가 한꺼번에 펼쳐진다.

 

그러나 제일 궁금한 인물은 바로 용가리이다. 주인공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화마를 일으킨 미스터리한 남자. 피냄새가 나는 끈적끈적한 가연성 물질을 들고 다니고 입에서 불을 뿜는 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경찰 시험 준비를 하지만 매번 낙방하는 청년 형진. 오지랖이 넓고 정의감이 투철했던 그는, 경찰이 되기 전부터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가득한 선한 청년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동네 순찰 중이었다. 백수 주제에 남들을 위한답시고 나섰던 그때, 집 담벼락에 마치 예술 활동을 하는 듯한 남자를 발견한다.

 

항공 점퍼를 입고 스키 고글과 마스크를 쓴 특이한 남자. 그의 정체가 궁금했던 형진이 그에게 뭐라고 말을 건넨 순간, 그 남자는 형진의 얼굴에 피비린내나는 검붉은 액체를 집어던진 뒤, 당황하여 팔을 내젓던 형진의 얼굴에 대고 불을 뿜는다. 뜨거운 열기가 훅 다가옴과 동시에 작열하는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 눈밭에 나뒹굴었던 형진.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지는 생지옥의 현장. 얼마전까지 형과 여동생 그리고 형진이 함께 살았던 건물이 화염에 휩싸이고 한 순간에 재가 되고 만다.

 

얼굴과 온 몸이 녹아내린 것도 비참했지만, 사랑하는 여동생 진아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주인공. 주인공의 형인 형문은 이미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매정하게 말해버린다. 그 이후로 형진은 반쯤은 미친 상태로 살아간다. 용가리에 대한 처절한 복수심,, 그를 잡아야 한다는 열망으로 살아가던 형진. 불이 나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흔적을 추적하지만, 괴물처럼 녹아내린 얼굴과 화재 현장마다 나타나는 그를 의심하는 눈길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숨어살 수 밖에 없게 된 그 .... 형진은 알콜 중독에 걸린 노숙자가 되어 서울역 주위를 떠돌게 되는데..

 

실력있는 신인 작가의 탄생인가? 저자는 평범한 한 청년이 한순간에 노숙자와 알콜중독자로 전락해버리는 과정을 뛰어난 필력으로 잘 그려내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였던 주인공의 고통이 생생하게 그대로 전달되는 듯 하다. 정의감 투철하고 남을 배려했던, 선한 느낌의 청년은 이제 가고 없고 가끔씩 찾아오는 환청과 작열통에 몸부림치는, 삶에 환멸을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나 잘 묘사되어 있다.

 

형진은 귀찮게 그를 찾아와 화재 사건에 대한 인터뷰를 따내려던 기자 김혜정과 함께 팀을 이룬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드려는 용가리를 찾아내기 위해서. 그런데 그 와중에 그의 활동을 방해하는 인물들이 있다. 권력에 대한 야망을 이루려던 정치인 장무택과 그의 행동대장 노릇을 하는 양아치 박창우. 장무택의 지시로 온갖 범죄 ( 방화범죄, 용역 깡패들의 폭력사태, 표적 살인 등등 ) 를 저지르고 다니는 박창우가 형진의 눈에 들어오고 그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도 볼 만 하다.

 

현장감이 생생해서 책이라기 보다는 " 불 " 을 소재로 한 연속극 한 편을 본 기분이다. 드라마로 만들면 대박나겠다 싶은데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어떻게 잘 구현해낼지는... 미지수. 아직도 눈 앞에 인생을 걸고 " 용가리 " 를 추격하는 주인공의 타오르는 눈빛이 보이는 듯 하다. 희대의 연쇄 방화범,, 싸이코패스를 추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꼭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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