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의 편견을 버리는 순간, 고전 속 여주인공들은 파멸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직진하는 생의 주인으로 우뚝 선다

 

고전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요? 아마도 고전은 역사와 지역을 뛰어넘어 공통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전을 영어로 표현하면 classics 입니다. 그만큼 수준 높은 예술 작품이라는 뜻이죠. 고전 속 주인공들의 사랑, 방황, 고난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거기에 우리의 모습을 투영합니다. 그들의 삶에 내가 있고 내 삶에 그들이 있습니다.

 

이 글의 저자인 유즈키 아사코는 고전 속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열거하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감상과 느낌을 짤막하게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유즈키 아사코가 소개하는 많은 여성들은 여성들에게 다소 억압적이었던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혀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만의 삶을 영위해 나갑니다. 이 책이 과연 수십년 혹은 수백년 전 책이 맞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저자는 책 속에서 각 나라별 고전문학을 소개하고 있는데, 프랑스 고전문학과 일본 고전문학을 거쳐 갈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영미문학에 대한 정리를 맞닥뜨렸을 때 몰려들던 반가움과 감동!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눈물이 퐁퐁 솟아올랐어요. 어릴 적 헤어졌던 친구들을 만난 기분에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 이유는 어릴 적 내가 제일 좋아했던 문학들이 대부분 영미문학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맞벌이와 언니들의 늦은 귀가로 혼자 있을 시간이 많았던 나. 어머니가 큰 맘 먹고 사 주신 세계문학전집 50권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었죠. [ 제인 에어 ] 속의 제인 에어, [ 작은 아씨들 ] 속의 조,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속의 스칼렛,, 그녀의 삶 속에 푹 빠져서 몇 번이고 넘겨보다가 드디어 너덜너덜 해져버린 책들....

 

우선 [ 제인 에어 ], 내가 기억하는 작품 속 그녀는 자존심 강하고 꼿꼿해서 융통성 없어 보이지만 사랑에 열정적인 아가씨였죠. [ 작은 아씨들 ] , 똑똑하고 씩씩한 조는, 여자 형제들을 보호하는 아들 같은 역할을 하죠. 저는 특히 책을 많이 읽고 지적인 조에게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속 스칼렛은 못 말리는 캐릭터이지만 여우같은 매력이 있지요. 저자 유즈키 아사코는 그녀들에 대해서 각각 이렇게 표현합니다.

 

우여곡절을 거쳐 제인은 맨손으로 행복을 차지한다. 이상하게도 당찬 여자라든가, ‘야심 있는 여자라는 표현은 떠오르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지적받듯, 그녀는 보통사람과는 다른 열정을 지녔을 뿐이다 ” ( 170)

 

남자가 되고 싶다 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조는 작가가 꿈이다. 예술가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글로 돈을 벌어서 집안 살림에 도움이 되겠다 는 것이 진짜 목표다. 아버지를 위해 자랑거리였던 머리칼을 팔아버린 뒤 한밤중에 후회하여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에서는 나까지 가슴이 미어졌다 “ ( 212)

 

어머니와 유모의 가르침에 따라 스칼렛은 이성 앞에서는 철저하게 사랑받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런 그녀의 다혈질 본성을 알아채고 사사건건 놀리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지지하는 남자가 바로 레트 버틀러다. 스칼렛은 그의 진심을 좀처럼 깨닫지 못한다 ” ( 209)

 

물론 이외에도 주옥같은 작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저자 유즈키 아사코는 진정 고전을 즐기고 그 속에 내포되어 있는 메시지를 잘 파악해내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친한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도란 도란 고전과 고전 속에 나오는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 의견을 나눈 것 같은 읽기였습니다. 고전은 읽기 어렵다는 편견과 선입견을 와장창 깨준 고마운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전에 입문하려는 분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좋은 입문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