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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1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는 마치 신의 축복을 건너뛴 듯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밑바닥을 경험한 사람들이죠. [ 신의 아이 ] 의 주인공인 마치다 히로시도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입니다. 주인공의 불행한 경험들을 읽으면서, 제목이 참 아이러니 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의 아이라니.. 그러나 작가가 제목을 그렇게 단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마치다는 태어날 때부터 호적이 없었습니다.
그의 출생을 부정하고 싶었던 어머니는 아예 호적을 만들어 주지 않았죠. 그리고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정규 교육을 받게 해주지도 않았습니다. 마치다는 마치 길을 잃어버린 강아지처럼 동네를 떠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학대를 견디다 못한 마치다는 가출을 하게 되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신의 축복을 건너뛴 듯한 미노루를 만납니다. 미노루의 사정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친척집에 얹혀살면서 구박을 받는 미노루는 지능이 다른 사람에 비해 떨어집니다. 그러나 엉성하지만 정성들여 만든 주먹밥을 마치다에게 건네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찌어찌하다 범죄조직으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정규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아이큐가 160이 넘는 높은 지능의 마치다는 뛰어난 범죄 설계를 함으로써, 조직의 리더인 무로이의 총애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무로이의 과욕이 화를 부릅니다. 그는 마치다에게 함께 다니는 미노루를 살해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라고 합니다. 그걸 다테라는 중간 간부가 전달하는 와중에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이 벌어지고, 다테가 그만 목숨을 잃게 되는 사고가 벌어집니다.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소년원으로 들어가는 마치다... 왜 이리 안타까운 걸까요?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마치다가 엄청나게 똑똑하다는 것입니다. 마치다는, 포토그래픽 메모리, 즉 글을 읽으면서 시각적으로 그것을 바로바로 암기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하루에 5권의 책을 읽어내려가는 마치다. 소년원에서 탈주하는 등 말썽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를 평소에 잘 눈여겨본 교도관 덕분에 빨리 소년원을 나와서 자리를 잡고 대학까지 다니게 됩니다.
마치다를 보면서 갑자기 [ 굿 윌 헌팅 ] 이라는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 굿 윌 헌팅 ] 이라는 영화의 주인공 윌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인 인물입니다. 부모를 일찍이 잃고 입양가족을 전전하다가 학대를 당하여 세상으로 향하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윌. 그러나 윌이 매우 높은 지능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게 되고 자신이 청소부로 일하던 대학의 교수의 눈에 띄어서 갱생의 길을 걷게 됩니다. 다행히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게 되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여는 윌. 사랑을 하지 못하고 사랑을 믿지 못하던 윌이 변합니다. 영화의 끝 장면에서 그는 연인을 찾아서 자동차를 몰고 가지요.
마치다도 사랑이란 걸 모르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을 보면.... 사랑을 알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노루 대신에 죄를 뒤집어쓰고, 사고로 팔을 잃은 소년원 동기인 이소가이를 위해서 주구장창 인공팔을 만들어주고, ( 이소가이의 무례함을 꾹꾹 참으면서 말이죠 )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공장의 딸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는 등... 사랑이 뭔지 모르고 자란, 냉정하기 그지없는 인물이라고 여기기에는 너무나 따뜻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다는 바로 될성부른 나무였던 것입니다!! 다만 그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이 너무나 황무지 같았던 것이죠. 신은 그에게 가혹한 운명을 일찍 제시하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될성부른 나무라는 건,,, 너무 성급한 판단일까요? 마치다는 매우 어린 나이인 십대에 이미 범죄 조직에 가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호시탐탐 그를 노리는 범죄조직의 리더가 있는 상황입니다. 마치다가 머물고 있었던 범죄조직의 수장인 무로이는, 마치다의 지능을 이용하기 위해서 그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자기 곁으로 데려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짜냅니다.
그런데 이 무로이라는 자, 범죄조직의 수장, 이 사람의 세계관이 요상합니다. 범죄와 범죄자들을 미화하는 듯한, 말도 안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무로이. 우리 츤데레 마치다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아서 심장이 쫄깃..
" 범죄는 섭리다 "
" 범죄는 신이 원한 것이지 "
" 인간이 태어나 다른 동식물을 먹으며 살고 언젠가 죽는 것.
그것은 전부 신의 섭리다. "
무로이는 이런 귀가 솔깃해지는 논리로 우리 마치다를 애초에 범죄조직으로 꼬여낸 것이죠. 참으로 사악한, 뱀의 혓바닥을 가진 자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 신의 아이 ] 는 범죄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은 휴먼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 결핍된 인간이, 역경을 딛고 살아가면서 내부의 결핍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1권의 마지막 부분에는, 성공한 사업을 이끌고 있는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장남, 다메이라는 인물이 새롭게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마치다와 큰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2권으로 넘어가야만 더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 천재적 두뇌를 가진 불운한 소년과 그에게 집착하는 불온한 존재의 예측할 수 없는 위태로운 날들 "
이 소설이 대단하다! 잡으면 손에서 놓지 못 한다. ( 1번 정도는 ... ) ! 주인공과 주변인물의 변화무쌍한 사건과 사연과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오늘 당장 서점으로... 혹은 도서관으로 달려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