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피나와 조각난 심장 세라피나 시리즈 3
로버트 비티 지음, 김지연 옮김 / 아르볼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판타지 소설의 힘은 그 한계없음에 있다. 아름답고도 기괴한 세상의 탄생. 작가의 시선에 따라 자유롭게 창조된 세상 속에서 대립하는 선과 악. 파괴하려는 악과 지키려는 선. 불꽃튀는 대결 가운데 때로는 좌절과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들. 그러나 뭔가를 지키려는 그 선한 힘에 의해서 다시 세상은 살만한 것이 된다.

이 책 [ 세라피나와 조각난 심장 ] 에서 주인공 세라피나를 비롯한 인물들은 모두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흑표범으로 변신할 수 있는 세라피나, 동물과 소통하는 브레이던, 혼령과 이야기할 수 있는 로웨나, 동물로 변신하는 웨이사.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뭔가를 지켜야한다는 사명이 있다는 것. 숲 한가운데에 존재한 아름다운 빌트모어 대저택을 수호하는 것!

그런데 책의 시작은 충격적이다. 첫장면에서 세라피나는 관 속에 갇혀 땅에 묻힌 채로 깨어난다. 쇠냄새 인 줄 알았는데 썩은 흙냄새와 함께 몰려든 고약한 피냄새. 도대체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시작되는 걸까?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떠는 마법사 세라피나.

사실 이런 시작이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아무리 마법사라고는 하지만 어린 아이인 세라피나가 산채로 파묻혔다는 설정은 너무 잔인한게 아닌가? 싶었는데 아뿔싸..... 이 설정에는 너무나도 슬픈 진실이 숨어있었다.

흑표범으로 변할 수 있었던 마법사 세라피나는 빌트모어를 지키는 수호자였다. 그러던 어느날 밤 순찰을 하다가 낯선 이의 공격을 받게 되고 ( 그 낯선이는 악의 수호자 유라이아와 그의 딸 로웨나? ), 그 결과 산채로 무덤에 갇힌 것이었다. 젖먹은 힘까지 다 써서 무덤을 빠져나오는 세라피나. 그러나 탈출 순간부터 계속 되는 괴생명체와 낯선 마법사의 출현에 간담이 서늘하다. 

괴생명체의 출현과 더불어 급속하게 불어난 강물은 곧 빌트모어 대저택을 덮칠 듯 무서운 기세로 콸콸 흘러넘친다. 갑작스러운 주변환경의 변화에 어리둥절한 세라피나는 친구인 브레이던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알아보려하지만, ... 어라... 자신의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손길을 느끼지도 못하는 브레이던....

슬픈 진실. 그렇다. 세라피나는 사악한 마법사인 유라이아와 딸 로웨나의 공격을 받아 숨을 거둔 상태였던 것. 본인이 죽은 걸 몰랐던 세라피나는 아버지와 친구들을 찾아가보지만 글쎄... 여전히 세라피나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

누가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고 했던가? 주인공을 죽여버린 어처구니 없는 작가를 원망해보지만 어찌하리. 세라피나라는 존재는 현재 공기 중의 원소에 불과하다. 물과 불 그리고 재와 같은. 그녀는 혼령과 소통할 수 있는 로웨나외에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수 없다.

세라피나는 원래 빌트모어의 수호자였으므로 다가올 위험을 즉각적으로 알아차린다. 어디서부터 오는지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홍수를 일으켜서 빌트모어 대저택을 덮치려 한다. 과연 영혼이 되어버린 세라피나는 악의 힘으로부터 빌트모어를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세라피나의 친구인 브레이든과 웨이사가 세라피나를 영혼 상태에서 구할 수 있을까? 

주인공이 죽어 영혼 상태로 활약한다는 다소 독특한 설정의 [ 세라피나와 조각난 심장 ]. 공기중을 떠다니는 원소로 변화한 주인공이 친구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빌트모어를 지키기위해 애쓰는 세라피나와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역시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려는 선한 힘이 결국 이길 것 이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동물로 변하거나 동물을 이끄는 사랑스러운 능력자 아이들의 이야기인 [ 세라피나와 조각난 심장 ]. 청소년들이 봐도 좋고 어른들이 읽기에도 손색없는, 퀄리티 높은 판타지 소설임이 틀림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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