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언제나 옳다 - 아빠와 함께, 조금 더 지적인 파리 여행
강재인 지음 / M31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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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 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로망의 여행지이다. 과연 그 이유가 뭘까? 아마도 파리만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인 분위기, 고풍스런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나의 여행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작년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는데, 상상했던 이탈리아와 달라서 실망한 점이 많았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구한 민박집은 추웠고 주인장은 불친절했다. 영어로 소통도 잘 안되고 교통도 좀 불편했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 돌아온 뒤에 생각해보니, 편리하게 여행했던 아시아 지역보다는 이탈리아가 마음에 많이 남았다. 힘들고 불편했던 점은 더 이상 생각이 안나고 웅장했던 대성당과 아름다웠던 거리만이 마음에 남았다.

이 책의 저자인 강재인 씨는 아버지와 함께 여행자의 로망인 파리로 여행을 떠난다. 결혼하기 전에 아버지와의 추억을 쌓기 위한 파리 여행. 두 사람의 여행답게 이 책에는 주요 저자인 강재인씨의 시각으로 본 파리여행과 아버지의 시각으로 본 파리여행이 두 가지 버젼으로 쓰여져 있다. 세대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이 바라보는 파리는 어떻게 다를지.. 책을 보기 전부터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 제목은 [ 파리는 언제나 옳다 ] 이지만 부제목은 [ 아빠와 함께, 조금 더 지적인 파리 여행 ] 이다. 책을 읽어보니 이 책에는 부제목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 여행은 테마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예술가와 문인이 머물렀던 주요 관광지 탐방. 이 부녀는 파리의 예술가와 문인들이 주로 다니던 카페와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장소들에 대한 감상과 그곳에 자주 출몰하던 예술가와 문인들의 삶과 작품 활동 등을 여행기에 담았다.

보통의 여행 에세이의 경우, 풍경 사진이나 먹거리 사진 혹은 여행지에 대한 본인들의 감상이 쓰여진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의 경우, 옛 파리에서 활동하던 유명한 예술가와 문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매우 흥미로웠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아버지와 딸은 [ 미라보 다리 ] 방문을 두고 약간의 신경전을 벌인다. 저자가 미리 짜놓은 여행 계획에 미라보 다리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이 [ 미라보 다리 ] 에 가자고 적극 주장한 이유는, 이 다리에 연관된 한 시인과 화가의 사랑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딸에게 이야기를 해 준다. [ 미라보 다리 ] 라는 시를 쓴 시인의 이름은 기욤 아폴리네르 이고 그는 19세 때 파리로 이민와서 가난한 예술가들 -- 화가 피카소, 화가 루소, 시인 장 콕토 등 --- 과 어울린다. 그러다 1907년 피카소의 소개로 화가 마리 로랑생을 만난다. 그들은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게 되지만, 결혼관이 맞지 않아서 결국 헤어지게 된다. 그들의 쓸쓸한 사랑 이야기를 언급하며, 별로 아름답지도 않은 미라보 다리를 거니는 부녀. 삶의 본질은 결국은 고독이라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카페 레 되 마고를 찾아간 그들은 이 카페를 자주 방문했던 문인들의 이름이 적혀있던 팸플릿에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이름을 찾아낸다. 아버지는 그들의 계약결혼에 대해 언급하면서 1929년 그 당시 치고 매우 파격적인 결혼이었지만 서로의 자유를 허락한 긍정적인 방식이었다고 하는 반면, 저자는 그 계약결혼이 가식으로 느껴진다면서 아버지의 생각에 반격을 가한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앞둔 저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자유 연애를 허락하는 식의 결혼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확실히 이런 면에 비추어봤을 때 아버지의 연륜을 무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더 보수적일 수 있는데, 남녀 간의 결합이 반드시 결혼 (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닫힌 결혼 ) 으로 이어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사실 어릴 적에 아버지와의 추억이 별로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 여행은 그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았다. 사실 이 부녀는 둘 다 고집이 굉장히 쎄서 여행을 하는 동안, 하나의 주제를 두고 투닥투닥 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그러는 가운데 옛 예술가들과 문인들이 자주 찾았던 커피숍과 동네 서점을 다니며 파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예술적 분위기에 젖어든다. 보통은 수박 겉핥기 식으로 다녀오기 쉬운 여행인데.... 예술 탐방이라는 테마가 있는 여행... 그리고 아버지와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여행... 너무 괜찮은 여행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슬며시 펜과 노트를 꺼내본다.. 언젠가는 떠나게될 파리여행 계획을 짜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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