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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 ㅣ 한국추리문학선 3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 추리소설 불모지인 한국에서 한국형 밀실 추리 소설이 탄생했다. 그것도 현 과학 선생님이 쓴 소설이라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소설의 배경은, 제목에서 나왔듯, 교동회관이라는 곳과 정선에 있는 폐교이다. 이 두 군데의 장소에서 각각 살인 게임과 추리 게임이 열린다. 그런데 처음에 추리 게임만 진행되었던 정선 폐교에서도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선 교동회관에 6명의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잡혀온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여러가지 이유로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박중독, 사업실패, 명품중독, 마약중독 등으로 사채를 빌리고 갚지 못한 이들. 이들은 목숨값으로 빚을 탕감받고 살인 게임에 참여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살인 무기가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금고와 함께 창문도 없고 문도 단단히 닫힌 교동회관에 갇히게 된 그들. 3명을 죽여야 나머지가 살아남는다는 어처구니 없는 지령은, 웬지 [ 쏘우 ] 라는 옛 영화를 떠올리게끔 했다.
금고를 열 비밀번호도 아직 제대로 풀지 못한 상황에서 사람이 죽어나가기 시작하고. 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불안한 하루 하루를 보내야 한다. 그런데 빚에 쫓겨서 들어온 사람들 외에 한 사람이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는 정선 폐교 추리 게임 대회에 참여했다가 큰 부상을 입었던 추리 소설가 당승표였다! 아직 몸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그가 왜 이곳에?
한편, 이 밀실 살인 사건 이전에 정선 폐교 추리 게임이 있었다. 이것은 일종의 대회로써, 주최측에서 여러 사건을 예시로 제시하면, 범인과 범죄방식을 찾아내는 것인데, 1등에게 상금이 주어진다. 이 추리 게임에 추리 소설가 당승표가 2차 경기에 참여하게 되고 그는 노련한 추리작가 답게 날카로운 추리력을 동원하여 주어진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
그런데 주최측에서 나눠준 커피를 마시고 난 뒤 이 추리 게임의 주최자인 공승천 박사가 사망하고 참여자 몇몇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다. 추리 작가 당승표는 당황하지 않고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살인범이 누구인지, 그리고 살해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내지만, 범인 색출 과정에서 본인도 큰 부상을 입고 만다. 병원에 입원하고만 당승표.
한편, 살인으로 얼룩진 추리 게임이 끝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당승표의 눈에 뭔가 이상한 장면이 들어온다. 뉴스에서 연일 정선 폐교 살인 사건을 보도하고 있고 SNS은 정선 폐교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북새통인 것. 그 일로 인해, 그 전에 발생했던 " 백화점 재벌 2세 갑질 사건 " 은 완전히 수면 아래로 내려간다. 날카로운 추리력을 가진 추리 소설가 답게, 정선 사건 뒤에 뭔가 큰 음모가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된 당승표. 그는 자신과 함께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 전직 경찰관 나승만과 손을 잡고 추적을 시작하는데........
이 [ 교동회관 밀실 살인 사건 ] 은 추리 게임이라는 상황을 이용하여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사건 해결에 참여하게끔 한다. 독자들은, 상금과 재미를 위해서 추리 게임에 참여한 당승표에 빙의되어서 그와 함께 주어진 단서를 가지고, 범인을 색출하고 범죄방법도 밝혀낸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 추리 게임에 참여한 일반인들이 제시하는 사건 해결방법이나 범죄 방식의 신선함에 놀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시체 처리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전직 경찰 나승만과 택시 기사 김우태의 처리 방법은 매우 현실적이어서, 혹시나 이들도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추리 보급을 위해 개최한 추리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그리고 돈이 남아 도는 갑부가 재미로 연 살인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정선 폐교 사건도 그렇고 교동회관 밀실 사건도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여기에 연루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정선 폐교 추리 게임 살인 사건 이후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린 백화점 갑질 사건, 거기에는 안하무인인 재벌 2세가 있고, 그에게 갑질을 당한 피해자가 있으며, 그 피해자를 중간에서 좌지우지 하는 브로커가 있다. 그리고 그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정치인이 있고 그 정치인을 위해서 일하는 어둠 속의 인물이 존재한다.
과연 정선 폐교 추리 게임 살인 사건과 교동 회관 밀실 살인 사건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 관계가 있을까? 정선 추리 게임에서 큰 부상을 입었던 당승표는 왜 갑자기 교동회관 밀실에 얼쩡거리게 되었을까? 인위적이기 보다는, 현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만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과학 선생님이 쓴 소설 답게, 해결 실마리 등은 과학 지식에서 찾을 수 있다. 대중적으로 쓰여진 글이라 책을 드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중간에 끊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책을 이렇게 쉽지만 재미있게 그리고 대중적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작가님만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추리 소설의 미래가 밝을 것으로 믿고 당승표의 다음 활약을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