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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때때로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해 - 숨겨진 나를 찾는 102가지 질문
나츠오 사에리 지음, 최현숙 옮김 / 앤에이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릴 적엔 하루가 짧았던 것 같다.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던져놓고 맨 먼저 했던 일은, 책장에 가득히 꽂힌 책을 꺼내드는 것. 엄마가 언니들을 위해서 사줬던 50권 짜리 세계문학을, 정작 언니들은 하나도 읽지 않고 꼬맹이가 참 열심히도 침 묻혀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80일간의 세계일주,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훌륭한 세계문학들은 그림 하나 없이 빽빽한 글자를 뽐내며, 어린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그 아이들과 함께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었었다. 세계일주도 함께 하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탈출도 함께 돕는 등... 나는 책이 만든 상상의 세계 속에서 사는 아이였다.
그런데,,, 하루 하루 치열하게 살아내느라.. 상상의 세계로부터 멀어진지 어언 수십년. 각종 미디어 ( TV, 컴퓨터 ) 와 SNS 등과 노느라, 공상이나 상상을 해 본지 너무나 오래된 듯 하다. 작가는 이러한 어른들의 세계를 잘 이해할 것 같은 또 다른 어른이지만, 본인은 엉뚱한 상상에 대한 책을 발간했다.
어떤 상상을 하기에 본인 스스로 엉뚱하다고 할까?
그녀는 100가지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면서 “ 자 이제 이 질문에 대답하려고 노력해 보세요. 상상력이 좀 필요할 겁니다 ”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녀의 엉뚱한 질문에 대답해보자.
Question 6 : 원하는 사람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팝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돌아가신 팝의 황제들을 만나는 것이 소원이다. 마이클 잭슨, 프레디 머큐리, 등등... 영어로 인터뷰도 따야지
Question 43 : 이상적인 집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 이상적인 집이라... 내 상상 속의 집은 천장이 높고 유리로 만들어진 집이라 커튼을 걷으면 햇빛이 집 안으로 가득히 들어오는 집인데,, 쉽게 노출되니까 조금 부담스러우려나??? 그래도 뭐... 그리고 고양이를 많이 키울 거니까, 냥이들을 위해서 따로 설계된 집이었음 좋겠다..
Question 54 : 단돈 1만원으로 최고의 일요일을 즐기기 위해서 무엇을 할까요?
- 최고의 일요일이라는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흠흠흠... 상상력의 빈곤이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 일단 방어막을 쳐둠. 일단 누가 나에게 1만원을 던져주며 일요일을 만끽하라고 한다면, 우선 근처 까페에서 싸고 맛있는 커피를 주문하고 함께 쿠키도 주문한다. 그리곤 들고 간 책을 읽으며 반나절을 보낸다. 책을 읽고 난 뒤, 자박자박 걸어서 근처에 있는 문구점에 가서 새로 나온 볼펜과 메모지를 구경한다. 너무 예뻐서 놓치기 싫은 게 있으면 한 두 개 구매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최고의 일요일이다. 하핳하하하하하핳하하앟앟아
사실 처음엔 책 읽기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상상력의 빈곤으로 인해, 각 질문에 대한 답을 엄청 고민해야 했던 것. 그러나 뒤로 가다보니까, 저절로 질문에 대한 답들이 떠올랐다. 처음엔, " 상상해봤자 뭐해? 이루어질 것도 아닌데 " 라고 다소 회의적으로 생각했었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면서 이상하게 즐거워졌다. 반드시 이루어질 일이 아니더라도, 상상만 하는 것으로도 이렇게 즐거워지다니. 예측 가능한 뻔한 삶에서 생기와 발랄함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상력으로 가득찬 이 책 [ 난 때때로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해 ]. 잠들어있던 상상력을 깨우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