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선한지 악한지 묻는 것은 이제 너무 진부한 말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선과 악 그 중간 지대에 머무르면서 균형을 잡기위해 노력한다.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살아가는 동안에 무심하게 저지르는 악행들도 있다. 이번에 읽은 " 멧도요새 이야기" 에서 기 드 모파상은 본능 때문에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다양한 기행과 악행들을 표현한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잔인하게 그리고 때로는 냉소적으로 표현되는 인간의 군상들. - 그리고 그 와중에 드러나는 인간들의 비겁함, 어리석음, 잔혹함, 인색함, 탐욕 등은 금방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이 단편소설에는 17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첫 이야기는 역시 멧도요새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라보남작이라는 사람은 멧도요새를 사냥하여 다른 사냥꾼들과 나눠먹는다. 멧도요새의 머리들은 남겨놨다가 한 사람에게 모두 돌리고, 그 영광을 차지하는 사람이 나머지들을 위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이 이 책의 컨셉이다.
당연히 나머지 16편의 단편들은 사냥꾼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결국 기 드 모파상이 인간들을 관찰하고 그들을 바탕으로 쓴 글일 것이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말도 있듯이, 각각의 이야기들은 정말 소재도 다양하고 주제도 다양하지만, 한가지 공통적인 면은, 정말 신랄하다 싶을 정도로 인간 본성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착한 척 도덕적인 척, 가식적으로 연기할 수는 있지만, 결국 인간은 자신의 본능과 내면의 어두움을 제어하지 못해, 특정 상황을 만나면 그것이 발현된다는 게 그의 주장인 듯 하다.
이 책은 100년 전 프랑스의 노르망디에서 살았던 농부나, 어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이야기들은 평범할 듯 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김치로 상대방의 뺨다구를 때리는 것은 저리 가라할 정도로 막장 드라마들이 계속 이어졌다. 기차에서 처음 만난 여인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하는 [ 저 돼지 같은 모랭 ] 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개를 사들였다가 거기에 엄청난 세금이 붙는다는 사실을 알고 개에게 " 흙을 준 " 두 여자 이야기 [ 피에로 ], 그리고 독일 군인을 데리고 놀다가 끝내는 저질러서는 안될 일을 저질러버린 [ 성 앙투안 ] 이야기 까지.
교양인이라면 저지르지 말았어야 할 일로 평판에 큰 스크래치가 나서 평생 고통받는 모랭. 그는 돼지 소리를 들으면서 계속 상처를 입다가 결국 일찍 세상을 뜬다. 그러나 욕망은 비밀스럽게 채워야 하는 법. 그의 흠집난 도덕 뒤엔 남몰래 나눈 욕망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었다간 경악을 금치못할 [ 피에로 ] 이야기. 잔인하다. 너무 잔인해서 눈물이 난다. 마지막으로 성 앙투안 이야기는, 웬지 그 당시 프랑스 노르망디를 침공했던 프로이센 [ 독일 ] 에 대한 작가의 웬지 모를 복수심이 들어가 있는 듯 하다. 뭔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잔혹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기 드 모파상이라는 거장의 단편소설은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빛나는 듯 하다. 인간의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라고 선언하는 듯한 이야기들. 그는 말한다. " 인간들은 밝고 선하고 때로는 익살맞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가끔은 어둡고 사악하고 잔인합니다. 돈 때문에 동생의 팔이 잘리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는 형이 있는 걸요. " 기대하지 않았던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 멧도요새 이야기 ". 클래식이지만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이 좋은 번역의 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