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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ㅣ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1월
평점 :
이 책은 블랙유머와 풍자로 유명한 커트 보니것이라는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이 책에는 총 25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주로 SF형식을 빌린,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들이다. 주로 디스토피아를 그린 이유가 뭘까? 궁금했는데,, 찬찬히 읽어보니 작가의 신랄한 비판의식과 메세지가 숨겨져있는 걸 보고 전율이 흘렀다.
해리슨 버저론이라는 단편에서는 2018년 모두가 평등해진 세계가 등장한다. 그러나 그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는 계속 수준 이상인 사람들을 우스꽝스러운 방식으로 탄압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머리가 좋은 조지는 생각을 못하게 하는 소리가 나는 무선 이어폰을 끼고, 미모의 발레리나는 가면을 덮어쓴채 춤을 춘다.
참,,,,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 누군가를 탄압해야 하는, 어리석은 사회를 풍자하는 그만의 철학이 느껴졌다.
다른 이야기에서도 독특한 내용들은 이어진다. 단편 [ 이번에는 나는 누구죠? ] 에선 연극 속의 인물에 완전히 빠져서 사랑에 골인하는 해리와 스텔라를 보고 너무 웃겨서 킥킥거리며 읽었다. 평소엔 소심하고 무감각한 해리가 연극 무대에서 상남자로 180도 변해서 냉혈한 스텔라를 후리는 (?) 장면, 거기에 넋이 나가 해리에게 빠져버리는 스텔라를 보며 진짜 컥컥거리며 웃었다. 사람을 관찰하는 능력이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지는 작품. 대표작인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에서는 나라에서 인구수를제한한다. 하나는 자살센터이용 나머지 하나는 성욕 없애는 약물 복용. 저항자는 감옥에 간다. 그러나 시인 빌리라는 일종의 아나키스트는 사람들의 본능인 성적 욕망을 일으키는 사건을 저지르고 다닌다. 이 이야기를 읽으니 예전에 봤던 영화들, 이퀄리브리엄이나 기버 등이 생각났다. 두 영화에서도 정부는 사람들의 감정을 통제하는 수단들 - 약물 등 - 을 썼으나 결국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나선다는 내용이다.
작가의 비판의식과 기발한 상상력 등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내가 생각하기엔 그가 겪었던 여러 경험들이 녹아들었지 않나 싶다. 그는 생업을 위해 대학을 마치지 못하고 소방수, 영어교사, 자동차 영업 사원등의 일을 병행하며 글을 썼다고 한다. 그런 일을 하면서 느꼈던 사회의 부당함, 어리석음 등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들어갔지않겠나 싶다. 작가의 소개말에 나오는 것처럼,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유머와 풍자가 글 곳곳에서 숨어있다가 튀어나와 독자들을 즐겁게 해준다. 독특하고 기발한 세계관을 가진 그의 글을 모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