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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김나연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보고 첨엔 과학서적인가? 어리둥절. 두번째엔 책 뒷편에 나와 있던 문장을 보고 반색. 뒷 편에 나와 있던 문장이란 바로 - 전국 동네 서점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바로 그 책 - 였다. 얼른 책을 집어들었다. 궁금증은 이미 커버린 상태였다.
과학서적이라니.... 너무나 단순하게 생각했던 내가 이제 우스워진다. 이 책은 저자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어야 했던 이가 갈리게 힘들었던 일들과 사랑했던 이들과의 사이에서 겪었던, 건너기 힘들었던 소통의 강을, 저자만의 창조적이고 빛나는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되는 이 글에는, 공감가는 대목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크레파스에 대한 얘기에서는, 나도 모르게 몰입하면서 미소를 지어버렸다. 빽빽이 들어찬 크레파스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지만, 웬지 어색해 하는 꼬마. 그리고 빌려주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빌려줬다가 반 토막난 크레파스를 받고도 싫은 소리 한마디 못 하는 꼬마. 나의 옛모습과 겹치면서 웬지,,,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나만 그런가?
그녀는 어두웠던 유년기와 모질었던 인생사를 담담히, 아니, 아니지, 저자의 스타일답게 한껏 악을 지르며 표현한다. 어린시절 자신을 학대했던 어머니, 그런데 또 뇌출혈로 쓰러진 그녀를 감당해야 했던 시절, 속으로 온갖 악담을 퍼붓는 자신에게 스스로 " 내가 소시오패스 인가 "를 물었다는 저자를 보며, 눈물이 핑 돌았다. 당연한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픈 사람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러나 이 책의 묘미는 그녀가 지나간 사랑에 대해서 다루는 부분이다. 솔직하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녀. 당당하고 자신감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모든 인연들에 대해서도 후회가 남으면 후회가 남는데로, 정말 사랑했던 사람에게는 정성스런 편지도 남기고.
그런데 데이트했던 남자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자 카카오톡을 노려보다가 에어플레인 모드 켜고 나중에는 연락처 지워버리는 장면 보고 너무 웃겨서 ㅋㅋㅋ 책 읽다가 뽱 터져 버렸다. 어째 ... 역사는 반복되는 건가? 나도 그런 경험이 좀 있어서 ㅋㅋㅋ ( 이건 진짜 각주도 재미있음 )
책을 읽으면서 울다가 웃다가... 아 진짜 엉덩이에 뭐 날것 같다. 작가의 글솜씨가 대단히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재치가 넘치고 창의성이 뛰어나다. 현실적인 연애란 것은 이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녀의 연애 에피소드에는 여자들이 연애를 하다가 겪는 온갖 감정들, 설레임, 불안감, 실망감, 그리고 공포 등등이 너무나 잘 그려져 있다. 물론 연애이야기 뿐 아니라, 그녀가 살면서 겪어야 했던 고난과 그것을 이겨나가며 강해진 모습,,,, 그 와중에도 묻어나오는 진한 외로움...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님 다른 책으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