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철학 수업 잠 못 드는 시리즈
김경윤 지음 / 생각의길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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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철학은 내게 아픈 기억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대학 시절, 교양 철학 수업을 들었는데 문자가 눈으로 왔다가 뇌로 안 가고 바로 튕겨나갔었다...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교수님은 자꾸 눈 앞에 놓인 의자가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의 여부를 물어보시고,,,,, 너무나 지겨워진 나는 퍼질러 잠만 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여교수님이 우리들에게 뭘 물어봤는지 조금은 알 듯도 하다. 인간과 사물의 관계성을 물어보셨던 건 아닌지....  이 책에 나오는 " 후설 " 이라는 철학자는 인간과 사물의 " 관계의 철학 " 에 대해서 언급하기 때문이다.  " 노에시스 "는 대상에 대한 ' 의식작용' 이고 " 노에마 " 는 그러한 의식작용을 거쳐 ' 의식된 대상 ' 을 의미한다.  후설, 그리고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노에시스 없는 노에마란 있을 수 없고, 노에마를 떠난 노에시스는 있을 수 없는 것이 된다. 이것이 바로 후설의 현상학 이론 중 일부분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간단한 책 소개를 하자면 지은이 김경윤 님은 여러 연령층 - 청소년, 학부모, 교사 등 - 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신 분이다.  쉽게 전달하려는 저자의 노력 덕분인지,  위대한 16명의 철학자들의 삶과 저작 활동이 이 책을 통해서 매우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따라서  막 철학에 입문하려고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너무나 좋은 입문서라고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는 시대별 순으로 19세기를 대표하는 유명한 철학자 마르크스부터 20세기의 들뢰즈까지, 그들의 작품활동이 차례대로 소개되어 있고, 생애 전반을 통한 사회 참여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책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너무도 놀라운 사실은, 거의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방 안에 앉아서 책이나 쓰는 작가에만 머물지 않고, 시대의 문제점을 꿰뚫어 인간이라는 존재가 겪는 고통을 사회에 알리거나 아니면 더 나아가서 사회 운동가나 정치가로써 그 고통을 해결하고자 하는 실천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의 순서를 보자.

(1) 의심의 대가 3인방 :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2) 인간의 의식과 존재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려했던 철학자들 : 후설, 하이데거, 사르트르
(3) 현대의 변모한 조건 속에서 새롭게 변혁의 가능성을 모색한 철학자들 : 그람시, 루카치, 프랑크푸르     트학파
(4) 삶의 보편적 규칙을 발명한 구조주의 언어학자 소쉬르, 그 규칙을 인류에게 적용한 레비스트로스, 구조주의를 다양하게 변형, 변모시킨 라캉, 알튀세르, 푸코, 들뢰즈

그 중에서 내가 좀 더 깊이 알고 싶다고 생각했던 철학자들은 니체, 그람시, 그리고  푸코 였다. 그들은 각 다른 시대에 태어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지만, 인간이 뭔지,  사회, 즉 공동체는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게 생각의 실마리를 던져주는 분들인 것 같다.

우선 [ 니체 ] 라는 철학자, [ 망치로 철학하기 ] 라는 이론을 통해  " 인간은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어야 하며 그렇게 하려면 늘 새롭게 자신을 창조하는 강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삶을 노예화하는 사슬을 망치로 부수고 해방해야 한다 " 말함.  ---  너무나 인간적이었던, 시대를 앞서가신 철학자.

철학자 [ 그람시 ], 그는, 서구사회를 분석하면서,  강력한 강제력을 가진 정치사회 보다는 시민의 동의를 전제로 한 시민 사회의 균형을 통해서 지배력이 관철된다는 이론을 피력하며 시민사회의 헤게모니와 집단의지에 대해서 언급한다 ---- 현대의 시민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생각이 듬.

그리고 철학자 [ 푸코 ]. 그의 출발지점은 사회적 질서가 배제된 광기, 감옥, 성 등의 영역이었다. 거기서 그는 타자의 담론을 복구하면서, 이성 대 광기, 정상 대 비정상 을 가르는 " 타자의 시선 "의 문제를 언급하였다.  그는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다고 하면서, 스스로를 타자의 시선에 가두지 말고,  " 자기 " 를 배려하면서 " 쾌락 " 을 활용할 것을 주장한다.  ---  시선이라는 " 권력 "에 포섭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주체의 가능성 제시.

전반적으로 책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위에서도 말했듯이, 철학에 입문하려는 독자에게는 아주 훌륭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각 철학자들의 사회활동과 저작활동이 잘 요약되어 있고 압축되어 있어서 비교 분석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 책에 여러 철학자들의 작품활동을 한꺼번에 담으려니, 살짝 맛만 본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 이론에 대한 깊은 이해는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사르트르의 " 타인은 지옥이다 " 라는 말이나, 푸코의 " 지식은 권력이다 " 라는 말의 근거를 찾고 깊이 이해하려면 그들의 책을 찾아서 다시 읽어봐야 한다는 것.

허나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이 넘친다. 한마디로 볼매이다. 처음 보다 두번째 읽을 때 두번째 읽을 때보다 세번째 읽고 이해를 어느 정도 한 뒤에, 이 철학자들의 이론을 내 삶에 비추어보는데서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자본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소외라는 것이 뭔지 조금 알 듯도 하고,  니체가 말하는 현실의 삶에 집중하는 초인이 되보려 노력할 수도 있을 것 같고, 푸코나 들뢰즈가 제시하는 자신의 욕망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진정한 현대의 유목민이 되는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육즙이 우러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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