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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평점 :
이 책은 " 이 시대의 진정한 이야기꾼 " 으로 불린다는 전건우님이 허물어져가는 고시원에서 발생한 기이한 이야기들을 묶어서 낸 일종의 소설집이다. 하지만 고시원에 기거하는 5명과 "나"라는 인물의 이야기는 서로 얽히고 설키며 일종의 연속성을 이루므로 엄연히 말해 이 소설은 장편 소설인 것.
본격적으로 들어가자면, 화재로 인해 많은 사상자를 낸 흉흉한 터에 고시원이 지어지고, 이 고시원을 둘러싼 많은 괴담이 오고가는데 그것은 바로 여기서 유령이 출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거를 앞두고 있는 이 고시원에는 유령보다도 더 유령같은,, 존재감 제로인 밑바닥 인생들이 기거 중이다.
"홍", "편", "깜", "최" , "정" 뭐 이런 식으로 존재감없이 성으로만 불리는 그들. 그런데 이들의 사연이 기가 막힌다. 어떤 식으로? 일단 기담이니까 신비롭고 이상야릇한데 전체적으로 보면 배꼽잡는다!!!
303호 "홍"은 판자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던 "권"이라는 자가 사라지자 그를 찾는 탐정놀이 시작.
316호 "깜"은 외국인 노동자인데 공장에서 사고를 당한 후 갑자기 초능력이 생김.
313호 "편"은 아버지의 도장을 물려받으라는 명령을 물리치고 서울로 올라와 99번 면접에서 떨어진후. 면접신공을 가르친다는 귀인을 만남.
311호의 "최" 아저씨는 매일 죽는다... ( 책 읽어보시길 권유 )
그리고 317호의 "정"은 소녀킬러이다. ( 책 읽어보시길 권유 )
근데 나는 특히 " 편 " 의 이야기가 너무 너무 재미있었다. 아마도 무협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에 홀딱 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표현하기가 참 힘들긴 한데 웬지 성룡 영화 취권을 보는 듯 하다면 비슷할까? ㅋㅋㅋㅋ 다음은 "편" 이 99번의 면접에서 떨어진 후 우연히 면접신공을 가르쳐 줄 귀인을 만나서 대화를 나눈 대목이다.
166쪽
"회사는 필요한 사람을 뽑는게 아니야.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고 착각할 만한 사람을 뽑는 거지."
191쪽
"취업 무림에서 가장 강한 기술이 뭔지 아는가?
그건 바로...
지인소개 ( 知人紹介 ) 와 낙하신공 ( 落下神功 )
정신없이 빠져들어 책을 읽고 나서 작가님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궁금해서 그의 인터뷰를 찾아봤다. 잠깐 인용해 본다.
" 바로 이 사회의 소외계층, 이른바 ‘루저’로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건데요. 장르 소설이야 말로 한 사회의 밑바닥을 낱낱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생각해요. 질척질척한 밑바닥 풍경을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는 게 바로 장르 소설이거든요. 그리고 또 세상의 중심에서 빗겨난 사람들에게 이야기로나마 희망을 부여하는 게 작가의 의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거창하게 창작관이라고 말하면 좀 쑥스럽기도 한데 아무튼 그래요. 루저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꼼지락대며 움직이는 모습을, 사랑하고 또 죽어가는 모습을, 희망이라는 양념을 조금 추가해서 보여주는 것이 저 나름의 창작관이에요. "
아스팔트에도 풀이 자라고 꽃이 피어나듯,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삶을 살아간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계속 희망을 저울질 하면서. 그러나 현실에도 그렇듯, 그러한 평범한 삶을 위협하는 "괴물"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3층 사람들은 정신없이 기이한 현상을 겪는 와중에도 조금씩 그들에게 다가오는 차가운 "괴물"의 존재를 느끼면서 동시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과연 그들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들을 도와줄 존재는 없을까?
솔직히 나는 별 5개를 드리고 싶다. 이런 장르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읽으면서 너무 즐거웠다. 추리와 SF와 무협 그리고 범죄물이 뒤섞인 ... 마치 짬짜면 + 탕수육 같은 소설.. 너무 재미있으니 꼭 읽어보세요.